▲ 전투 중 홀로 살아남은 토미는 가까스로 덩케르크 탈출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이토록 거대한 고립의 판을 짤 수 있다니...
굳이 설명 할 필요가 있을까? <덩케르크>는 과연 <덩케르크> 그 자체였다. 전투의 모습은 <라이언 일병 구하기>처럼 피와 살이 튀기고, 손발이 조여드는 그런 긴장감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여기에도 처절함과 삶에 대한 의욕, 그리고 지금의 상황이 주는 완벽한 긴장감이 존재하고 있었다. 분명 <덩케르크>의 전투신은 우리가 상상하는 전쟁 영화와는 다소 다를 수 있다. 여기에는 총알이 난무하지도 않고, 분대 혹은 대규모 부대의 전투신도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여기에는 <덩케르크>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병사들의 처절한 삶의 투혼만이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모습에서 우리는 엄청난 긴장감을 느끼게 될 것이며, 다른 생각이라고는 용납할 수 없는 몰입감을 제공 받게 될 것이다.
분명 크리스토퍼 놀란은 굉장한 인물이다. 그의 이름을 알기도 전에 <메멘토>라는 영화는 영화사에 새로운 획을 그었으며, 그가 만든 <배트맨> 시리즈는 잭 니콜슨의 우스꽝스러운 조커로 대변되던 그런 영화가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게 다였다. <배트맨>이나 만들던 크리스토퍼 놀란이 전쟁이라는 거대한 무대를 어떻게 만들지는 도저히 상상할 수가 없었고, 아무리 대단한 그였지만 덩케르크 작전이라는 실화를 어떻게 꾸밀지는 정말 수수께끼에 가까운 호기심 반, 우려 반을 안겨줬었다.
그러나 우려는 기우였고, 역시 크리스토퍼 놀란은 크리스토퍼 놀란이었다. 이번에도 기존의 전쟁 영화의 문법 따위는 가뿐히 무시한 그만의 해석. 전쟁이란 치고 싸우고, 피흘리고 울고 웃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었다. 이번에는 덩케르크라는 작은 도시의 상황을 고립 아닌 고립으로 만들며 세상에서 가장 처절한 탈출극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의 탈출극을 기껏해야 땅굴 쯤에서 지지고 볶아야 했던 고립극을 더 큰 무대로 옮겨오는 데 성공한다. 감자가 극찬했던 <베를린 신드롬>의 고립이 주는 상황은 <덩케르크>에 비하면 애들 장난에 불과했고, 이 많은 사람들이 만드는 탈출에 대한 역경과 좌절은 그야 말로 최고의 고립감을 제공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크리스토퍼 놀란이기에 이 모든 상황은 가능했었는지도 모른다. 단기 기억 상실증이 만드는 놀라운 스릴러, 우스꽝스러운 존재였던 DC의 애물단지를 삶의 깊은 고뇌 속에 집어넣은 인물, 그것도 모자라 이번에는 전쟁이라는 엄청난 서사시를 그만의 문법으로 재창조하는데 성공하는 크리스토퍼 놀란. 그야말로 <덩케르크>는 전쟁 영화의 새로운 기원이요, 탈출이라는 상황만으로도 관객들을 이토록 쫄깃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은 그였기에 가능한 일이 분명하다.
<덩케르크>는 분명 대작이다. 그것은 비단 1억 불이라는 제작비로 가늠할 수 있는 그런 대작이 아니었다. 웅장한 스케일은 탈출이라는 수단만으로 이것을 이룩했다는 점이 믿기지 않을 정도고, 이토록 많은 사람들을 고립의 상황 속으로 밀어 넣을 수 있었다는 점은 또
다른 놀라움이 된다. 그야말로 잘하는 놈은 뭘 해도 잘하는 법이 분명하다는 것을 몸소 증명하는 인물이 아닐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영화에 대한 더 이상의 수사들은 불필요한 것이 분명하다. 다만 우리는 감상하면 되는 것이고, 그러면 엄청난 이야기가 우리를 찾아오게 될 것이다. 그 가운데 크리스토퍼 놀란이 짜 놓은 판 위에서 그냥 즐기기만 하면 되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의 임무일 뿐이다.
▲ 탈출하는 병사들 속에서 대열을 지휘하는 킬리언 머피의 모습
마치며...
분명 쓸 말이 없을 줄 알았다. 너무 대단했기에 쓸 말조차 잊게 만들었던 영화. 싸우는 장면이라고는 톰 하디가 하늘 위에서 열심히 기관총을 발사하는 장면 뿐. 그렇지만 그 장면도 전투라고 하기에는 살짝 부족한 감이 있다. 그렇지만 영화는 전투의 장면도 없이 전쟁 영화를 완성 시켰다. 탈출하는 자들의 긴박한 상황을 관객들에게 전이 시켰고, 그 가운데 우리도 쫓기는 자와 같은 기분이 들게 만들었다. 이쯤 되면 농락 당한 기분에 분노할 법도 하지만, 어쩐지 분노보다는 감탄이 먼저 일어난다.
IMDb 평점은 8.3점, 로튼 토마토 지수는 92%(신선 332, 진부 27)로 굉장히 높은 점수를 보여준다. 신선 332이라는 숫자도 놀랍지만, 이런 것들은 <덩케르크> 앞에서는 숫자에 불과했다. 만약 로튼의 지수가 0%라고 할지라도 이 영화의 대단함은 감출 수가 없을 것이다. 다만 우리는 감상하면 될 뿐, 나머지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손바닥 위에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 구조선을 기다리는 거대한 대열. 이들은 과연 덩케르크를 탈출 할 수 있을 것인가?
▥ 추천 : 이런 게 바로 전쟁영화다!
▥ 비추천 :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크 나이트는 넘지 못했다.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없음
※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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