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처참한 고발의 현장을 보여주는 영화 - 사울의 아들 (Saul fia, Son of Saul,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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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자의 줄거리 요약


  아우슈비츠의 가스실 안. 등 뒤에 빨간 X표를 한 사내가 시체를 운반하고 있다. '존더코만도(Sonderkommando)'라 불리는 사내의 이름은 '사울'(게자 뢰리히). 사울은 '존더코만도'가 되어 삶을 며칠 더 연장받은 대신, 매일 동료들의 시신을 소각로로 이동하는 일을 담당하고있다.


  그날도 다른날과 다름없던 어느날. 사울은 가스실에서 기적적으로 생존한 한 어린아이를 발견하게된다. 의사들의 이례적이라는 말 앞에 사울은 뭔가를 기대하지만 곧이어 독일군은 낯선 손길은 그 어린 아이의 기적을 빼앗아갔다.


  그것을 목격한 사울은 자신이 그 아이를 옮기겠다는 말과 함께 시체해부실로 아이의 시신을 데려간다. 그 다음 의사인 포로에게 반드시 그 아이를 빼돌려달라고 부탁한다.


  그때부터 사울은 그 아이를 자신의 아들이라 칭하며, 그 아이에게 진정한 장례식을 치뤄주기 위한 힘겨운 노력을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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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랍비를 찾아 돌아다니는 사울


 그들의 만행에 욕을해도 된다.


  존더코만도. '시체를 운반하는 일을 하는 자' 라는 뜻의 그 단어는 삶을 며칠 더 연장받는 대신 매일 시체를 운반해야 하는 슬픈 고뇌의 직업을 의미한다. 등 뒤에는 '죽이지 말아야 할 자'라는 듯이 커다란 빨간 X표를 그리고, 매일 밤 미래의 자신들을 치우고 있는 것이다. 즉 '죽을자'들이 '죽은자'들을 치워야하는 암울한 운명의 직업인 것이다.


  아우슈비츠. 이미 수많은 영화들을 통해서 그곳의 악명은 익히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 <사울의 아들>은 그곳의 모습을 다른 각도와 시선에 전달해준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이 영화에는 <쉰들러 리스트>의 희망은 없다. 이곳에는 오직 죽음과 그리고 죽은 오늘만이 있을 뿐, 그 어떤 희망도 밝은 내일도 없다.


  모 유명 영화주간지의 기자분께서는 이 아이를 진짜 사울의 아들일 것이라고 쓴 기사를 봤다. 하지만 감자의 생각은 그것과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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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울의 시선 뒤로 보이는 가스실의 참혹한 현장


  매일을 죽은 오늘로 보내고 있는 사울. 그는 아우슈비츠에서 어떠한 기적을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그 기적이 곧이어 사그라드는 것을 본 그는 그 아이에게 참다운 죽음을 선사하겠다는 사명감을 갖게 된다. 그때부터 사울은 그 아이를 자신의 아들이라 칭하며, 유대인인 자신이 생각하는 제대로 된 장례식을 치뤄주려 한다.


  제대로 죽을 권리도 없는 자들. 자신의 의지와도 상관없는 곳에 끌려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는 죽음을 맞이해야하는 자들. 전쟁의 상황 속에서 죽음이란 어쩌면 그들이 가진 숙명의 일부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숙명의 다른 이름이라도 제대로된 죽음조차 선택하지 못하는 것은 숙명이 아닌 저주 일 뿐이다.


  그래서 사울은 자신이 지닌 그 저주에 자기나름대로의 반항을 하고 싶었던 것인지 모른다. 그렇기에 자신의 동료들이 시체에게서 빼낸 금붙이로 총을 사모을 때, 사울은 자신이 빼낸 금붙이로 랍비를 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사울만의 전투요, 반항인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 동료들과 아우슈비츠를 탈출한 사울은 끝까지 아이의 시신을 들쳐메고 도망치는 길을 선택한다. 그러다 강을 건너는 사이 아이의 시신은 떠내려 가고, 그와 함께 사울은 자신의 임무도 끝났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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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출을 도모하는 수용소의 인원들


 동네 헛간. 모두들 그곳에서 숨을 돌릴때 사울은 한 아이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미소를 짓게 된다. 그때부터 카메라의 앵글은 사울만을 비추던 그곳에서 벗어나 이제는 아이를 비추기 시작한다. 그 아이가 독일군을 빠져나와 저 어딘가로 향할때, 드디어 우리는 깨닫게 되는 것이다. 사울이 아이를 보내줬음을, 그리고 시대의 저편에서 또다른 희망이 자라고 있음을 알게되는 것이다.


  <사울의 아들>의 또다른 특이한 점은 카메라 앵글이 보여주는 거칠음일 것이다. 시종일관을 사울만을 따라다니는 카메라의 앵글은 어떨때는 그의 뒷모습을 그리고 어떤때는 그의 얼굴을 비춰준다. 우리가 사울의 뒤로 갈 때의 시선은 사울과도 같이 정면을 바라보게 된다. 그 순간 우리의 눈에 비추는 사물은 가스실 안의 나뒹구는 시체들에게 머무르게 된다. 지독한 아웃포커싱의 초점으로 사울을 제외한 주변부의 핀트는 뭉개짐의 수준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것들의 형체가 너무도 또렷하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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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군 감독관에게 추궁을 받는 사울


  그다음 카메라는 시선을 돌려서 이번에는 사울의 얼굴을 보여준다. 얼굴에 핏기라곤 하나도 없는 초췌함. 거기에서 우리는 살아남은 자의 모습을 보게되는 것이다. 살아남았지만 산 것 같지 않은 얼굴. <사울의 아들>은 사울의 얼굴을 통해서 아우슈비츠에서 살아가는 생명의 이중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살았지만 산 것 같지 않은 그것을 말이다.


  카메라의 앵글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사울의 모습을 보여주던 앵글은 그 다음부터는 사울의 동선을 보여준다. 그리고 가만 들여다 보면 그것이 그곳에 있는 그네들의 운명이라는 것을 눈치채게 될 것이다. 가스실에서 시작한 동선은 그 다음 시체해부실을 보여주고, 강가에 재를 뿌리는 모습과 소각로에 연료를 채우는 모습. 그조차도 나중에는 길바닥에 구멍을 파고 그곳에서 바로 죽여버리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여기까지 지나오면서 욕이 한 번도 안나온다면 그게 이상할 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 상황에서의 육두문자는 당연히 해야할 일인지도 모른다. 그들의 만행과 인간이하의 짓 앞에서는 욕 쯤은 오히려 너그러운 행동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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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랍비를 구하려다가 탈출하는 것으로 오인을 받는 사울


 마치며...


▲ IMDb의 평점은 높은 편이다.

  <사울의 아들>에서 사울(Saul)이 의미하는 것은 중의적일지도 모른다. OO라고 쓰고 OO라고 읽는다. 라는 우스개소리처럼, 이 영화의 사울도 어쩌면 사울이라고 쓰고 소울(Soul)이라고 읽어야 하는 지도 모른다. 영화에서 그의 아들이라 부르는 대상은 어쩌면 그의 영혼이요, 그의 마지막 남은 그의 자존감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사울의 아들>을 보고 난 후라면, 우리는 지독한 울림에 또 한번 좌절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감자는 다른 하나의 부러움을 느꼈다. 그들의 X같은 상황에 이토록 처절하고 적나라한 고발을 할 수 있는 그들의 사고에 존경을 표하며, 이렇게 세계적으로 공론화 시킬 수 있음에 부러움이라는 아이러니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귀향 (2015)> 같은 우리영화가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을 받을 수 있는 그날을 고대해본다.


▶ 관련리뷰 :2015/12/17 - [영화/해외영화] - 2013 칸 영화제 감독상에 빛나는 - 헬리 (Heli, 2013)


▲ 탈출 후 아이와 마주하기 직전의 사울의 모습 ('오랜나무'님이 알려주셨습니다.)



▥ 추천 : 우리영화 귀향도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에 불러주자!!!!!!

▥ 비추천 : ...



★ 감자평점

- 스토리 : ★★★★

- 노출 : ★★ (시체들의 모습이 전라이고, 잔인해 보이기는 하지만, 고등학교 이상이라면 봐도 무방할 것으로 생각된다.)



※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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