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각색되어 버린 고산자의 이야기
베스트 셀러 작가 박범신 님의 <고산자>는 역사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문학으로서의 가치는 충분히 입증된 작품이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내용에 생동감을 불어넣은 그의 문체에 사람들은 열광했고, 위인전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는 역사의 빈 곳에 '이랬을 것이다.'라는 허구성을 적절히 가미하여 명작이란 이름에 걸맞는 작품이 되었다.
그리고 그 작품이 한때 괜찮은 영화를 만든다던 강우석 감독에 의해 영화화 되었다. 하지만 이 점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기획자로서의 강우석은 가끔은 마니아들을 열광시킬 만한 작품을 내놓았지만, 연출자로서의 강우석은 <공공의 적 2 (2002)> 이후로 이렇다 할 결과물이 없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흘러 내놓은 <고산자, 대동여지도>의 뚜껑을 개봉한 순간, 우려는 사실이 되었고 명작이라 불렀던 작품은 이상한 개그물이 되어 나타나고 말았다.
▲ 지도를 만드는 자
영화의 개그 코드는 어디서 웃어야 할지 모르겠고, 공무원(관직)이 장땡이라는 말은 시대를 후벼파기에 역부족이었다. 그나마 차승원과 김인권의 말장난으로 뭔가의 웃음을 주고는 있지만, 그들의 네임 벨류를 본다면 그정도의 웃음 따위는 재능이 아까워 보인다. 여기에 나무 베기로는 웃음도 반전도 없었기에 연출의 한 물감에 통감을 금치 못하겠다. 즉 기껏 명작을 개그물로 만들었다면 제대로 웃기거야 할 텐데, 웃음은 하찮고 내용은 별 볼 일이 없는 것이다.
여기에 소설이 가졌던 생동감있던 전개는 도덕책에서 익히 들었던 그저그런 이야기로 탈바꿈을 하고 만다는 점 역시 굉장히 아쉬움으로 남는다. 우리는 도덕책의 위인전에서 김정호 선생이 이러이러한 일을 했더라는 사실을 익히 들어왔다. 여기에 국사책에서 배운 내용과 선생님의 사족까지 더한다면, 이미 영화의 내용 쯤은 눈감고도 예측할 수 있을 정도다. 그렇다면 조미료로서 뭔가를 해결해야 겠지만, 극적장면을 이끌기 위한 몇몇 장면은 진부했고 물타고 울릉도로 보내기 위해 첩자로 만드는 작업 역시 그리 대단치 못했기에 영화에 남는 것은 뭘까에 대한 의구심이 드는 것이다.
▲ 그리고 지도를 노리는 자
마치며...
차승원이 부엌으로 들어가는 순간, <삼시세끼>가 떠오르는 것은 그가 했던 예능으로 인함이기 보다는 영화를 개그로 물들인 연출의 탓이 더 커 보인다. 개그로 시작해서 감동으로 마무하려는 수작 역시 그리 매끄럽지 못했다는 점에서 연출의 아쉬움은 더더욱 커진다. 앞에서 차승원으로 망가트렸으면, 제대로 세워놓고 감동 감동 열매를 먹였으면 좋으련만, 영화는 대책도 없이 급 커브를 틀어서 감동을 강요하니 생뚱맞게 느껴지는 것이다. 여기에 논란거리를 그나마(?) 잘 사그러트린 명작을 가져와 논란을 재점화 시켰으니, 이 역시 연출의 능력이라면 능력일 것이지만 뭔가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진다. 즉 소설에 비하여 영화는 여러모로 부족함이 크게 느껴지는 작품이 아닌가 싶다.
▲ 그리고 아비를 지키려는 딸
▥ 추천 : ...
▥ 비추천 : 볼거리는 없어도 논란은 많다.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없음
※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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