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알리고픈 진짜 소시민들의 외침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질병급여를 받으려는 한 초로의 남성의 대화로 부터 영화의 시작을 알린다. 심장이 아프다며 질병급여 심사를 받는 다니엘. 하지만 심장이 아프다는 그에게 검사관이 묻는 말은 '사지가 멀쩡하냐?'는 질문 뿐이고, 역시나 다니엘은 급여 심사에서 탈락을 하고 만다. 그리고 다음 장면 병원을 찾아가 '일을 할 수 있냐?'고 묻는 다니엘에게 돌아오는 대답은 '일을 하면 안된다'는 대답. 일을 할 수 없는데, 일을 하라는 철밥통 공무원들의 원칙만 따지는 상황에 사람은 없다. 때문에 발생하는 분노는 곧 우리의 몫이 되고 마는 것이다.
이러한 분노의 가운데 선 다니엘은 영화가 던지는 여러 분노들을 고스란히 간직해야만 하는 인물이다. 동시에 그의 어쩔 수 없는 점잖음은 극을 조율하는 장치가 된다. 때문에 우리는 그의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느끼게 되며, 영화가 던지는 현재의 상황에 어쩌지 못하는 우리의 모습은 극 속에 갇혀 있는 울분처럼 우리의 속을 답답함과 분노로 몰고간다.
▲ 다니엘은 질병급여심사에서 탈락했다는 말을 듣는다.
극 속에 등장하는 모든 사람들은 너무도 힘든 환경을 견디고 있음을 영화는 보여준다. 다니엘의 옆 집에 살고 있는 차이나(Kema Sikazwe)가 하루동안 번 돈은 3파운드 79펜스(약 5500원)에 불과했고, 결국 그가 선택한 길은 작퉁 나이키를 판매하는 것으로 대박 인생을 꿈꾼다. 여기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이처럼 열악한 환경 속에서 살 수 밖에 없었고, 그들에게 있어 정부란 무능한 존재일 뿐이다. 때문에 케이티 역시 직업 소개소를 전전했지만 그녀가 선택한 길은 매춘이 되었고, 그렇게해야만 그녀는 딸의 신발을 사줄 수가 있는 것이다.
이 영화는 2006년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으로 황금 종려상을 걸머쥔 켄 로치 감독의 두 번째 황금 종려상 수상작(각주)이자, 80세의 노장이 건재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그는 브렉시트 이후 영국인들이 겪게 된 여러가지 경제적 공황들에 대해서 심도 깊게 접근하고 있다. 영화는 어쩌피 돈 많은 인간들이야 접어놓고, 진짜 실생활에서 경제가 몰고온 한파를 직접적으로 견디는 소시민들의 삶에 관해 이야기를 한다. 물론 극 중 브렉시트에 관한 언급은 어디에도 등장하지는 않는다. 다만 실직과 어려운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이해하는 몇몇의 시선들만 존재할 뿐이다. 1
▲ 마찬가지로 심사에 몇 분 늦었다는 이유로 보조금을 못받게 된 케이티는 결국 매춘의 길을 택한다.
마치며...
극의 마지막 장면 다니엘은 보험 심사 공단의 건물에 큰 글씨로 '나, 다니엘 블레이크'라는 글자를 써놓고는 경찰에 체포된다. 그를 응원하는 한 인물은 다니엘을 연행하는 경찰들을 항해 '너희는 실직자가 되지 않을 것 같냐?'며 지금의 상황이 주는 불안감이 곧 그들에게도 미치게 될 것임을 경고한다. 그리고 그때의 너희들 역시 지금의 우리들과 같이 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하는 것이다.
감자가 이 영화 직전에 봤던 <은하 (2015)>라는 영화에는 '정부가 자국민의 인권을 보호하지 못하면 그것이 곧 무정부'라는 대사가 등장한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의 다니엘 역시, 자신이 받아야 할 당연한 권리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며 영화는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에서 가장 큰 울림을 주는 것은 바로 '나'라는 글자에 있는 것이 아닐까한다. 바로 '나'를 찾기 위한 투쟁. 바로 이 땅을 살고 있는 시민으로서의 당연한 권리. 그리고 그 권리를 지켜주지 못하는 지금의 상황에 대한 날선 비판을 던지며 영화는 마무리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이 주는 메시지는 우리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IMDb 평점 8.1점, 로튼 토마토 지수는 92% (신선 95, 진부 8)로 당연한 듯(?) 매우 높은 평점을 주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 그저 '나'이길 바랐던 '다니엘 블레이크'. 그의 숭고한 투쟁은 성공 할 수 있을 것인가?
▥ 추천 : 우리는 개, 돼지가 아닙니다!
▥ 비추천 : 영화제의 영화가 그렇듯, 이 영화도 영화제의 영화답다.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없음
※ 예고편
- 1939년부터 지금까지 2회 수상자는 켄 로치를 포함하여 총 8명이며, 3회이상의 수상자는 한 명도 없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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