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같은 인생들의 추악한 본능에 관하여: 도그빌 (Dogville,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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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의 줄거리

  도덕성을 통한 마을의 변화를 유도하던 젊은 철학자 톰(폴 베타니)은 어느 날 총소리와 함께 그레이스(니콜 키드먼)가 마을에 나타난 것을 발견하게 된다. 곧이어 한 무리의 갱들이 나타나고, 그레이스의 존재를 찾는 그들에게 톰은 그녀를 폐광에 숨겨준 후 자신들의 마을에 살도록 권유를 한다.


  그녀의 곤경을 안 마을 사람들은 그레이스의 불똥이 자신들에게 튈까봐 걱정을 하게 되지만, 톰은 그녀에게 2주간의 말미를 준 후 다시 판단하자는 제의를 하게 된다. 그렇게 마을에 살며 사람들이 '하지 않는 일'을 돕게 된 그레이스. 그러면서 마을의 추악함이 벗겨지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친구 인줄 알았지만, 점점 자신들의 본성을 드러내기 시작한 사람들. 그들은 그레이스의 약점을 들어, 경찰과 갱들을 빌미로 아름다운 그녀의 육체를 탐하기 시작한다. 점점 추악함을 드러내는 도그빌. 그 가운데서 살아남아야 하는 그레이스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추악함이 추악함을 가리는 더러운 진실에 관하여...


  <도그빌>은 도그빌이라는 마을에 그레이스라는 여성이 나타고 난 후부터 벌어지는 추악한 일들을 기록하고 있다. 마을의 도덕 지킴이를 자처나서는 톰은 무늬만 도덕성을 강조할 뿐. 그의 논리는 궤변이오, 일관성이라고는 없다. 당연히 그의 논리는 사람들에게 통하지 않았고, 톰은 자신의 논리를 뒷받침할 대상을 모색하게 된다. 그러던 차에 등장한 그레이스라는 존재는 톰에게는 '선물'이요, 자신의 논리를 뒷받침 할 수 있는 증거가 된다.


  영화는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몇몇의 선들과 대략적인 가구들만 있을 뿐, 훵하니 비어있는 공간을 마을이라 지칭하며 출발을 한다. 마치 자신들의 치부를 낱낱이 까발리도 하는 듯한 무대 장치. 그리고 그곳에 흐르는 내레이션은 객관적인 듯 싶지만, 역시나 마을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읊으며, 관객들에게 도그빌이라는 마을이 가지는 더러움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어 준다.


  <도그빌>은 익히 알려진 대로 <님포매니악 (2013)>, <안티그라이스트 (2009)> 등을 연출한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작품으로서, 세간에는 <만덜레이 (2005)>, <워싱턴 (각주[각주:1])> 등과 함께 미국 3부작 이라 불리는 작품이다.


관련리뷰
 


▲ 뻥 뚫린 공간에서 진행되는 도그빌의 이야기



  이 작품에서 감독 라스 폰 트리에는 도그빌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통해서 인간이 지니고 있는 추악한 속성을 낱낱이 고발한다. 어느 날 총성과 함께 도그빌에 등장한 한 여인. 그를 발견한 남자는 자칭 성인군자라 주장을 하지만, 그의 목적은 그녀의 신변보호라기 보다는 자신의 개똥을 입증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는 것을 영화는 내레이션을 통해 고백한다. 그렇게 시작부터 삐뚤어진 시각을 보여주는 영화는 톰에 의해 마을 사람을 소개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가 소개하는 마을의 구성원들은 악덕 장사꾼, 사기꾼, 오입쟁이, 거짓말쟁이에 투덜이 등 모두가 비정상적인 인물들로 구성되어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하기야 마을의 이름부터가 '도그빌' 이라는 사실부터가 이미 예견되었을 지도 모르는 일. 그렇게 영화는 개같은 마을에 살고 있는 개같은 인생들의 추악한 행위를 비춰주기 시작한다. 그들이 그레이스를 받아들인 것 자체가 자신들의 위선을 합리화하기 위한 수단이었다는 영화 속 멘트처럼 그들은 처음부터 자신들의 더러움을 감추려는 생각조차 하지를 않는다. 하지만 이것은 뒤로 흘러가며 감추지 않은 것이라 더욱 더러운 것들이 뒤에 숨어있으며, 처음에 본 더러움이 그나마 그들의 내면을 감춘 행위였다는 점에서 영화의 추악함은 불편하게 다가온다.



▲ 도그빌에 나타난 그레이스를 보살펴주는 톰


  그렇게 흘러가던 영화는 각자의 잇솟을 위해서 그레이스를 이용하는 모습으로 시선을 옮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일뿐. 그들은 그녀를 찾는 경찰과 갱들의 입장을 이용하여, 젊고 아름다운 그레이스의 육체를 탐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것을 본 마을 여인내들은 그것을 핑계로 그레이스를 더러운 취급을 하게되고....


  이렇게 영화는 갱들의 추격을 피해 도그빌에 훔었지만, 그녀 숨은 공간이 과연 갱들보다 나은가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게 된다. 즉 갱들과 그들에 의해 매수 된 비리 경찰들보다 선의를 위장한 도그빌의 주민들 중 누가 더 나쁜 놈인가에 대한 커다란 물음표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에 대답은 금새 드러나고 만다. 결국 그놈이 그놈이었고, 인간들이란, 모두가 추악한 존재...


  때문에 이 영화를 보고난 후라면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추악한 장난질에 몸서리를 치게 될 것이다. 영화에는 감독의 여타 작품들에 비하며 성애의 묘사도, 폭력의 자극성도 나타나지 않지만, 영화가 주는 충격과 더러움은 오히려 감독의 작품들 중에서 가장 최악으로 손 꼽힐만 하다는 점에서 매우 충격으로 다가오게 되는 것이다.



▲ 그레이스를 의심어린 눈초리로 바라보는 도그빌의 주민들



마치며...


 채만식의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친일파에 얄미운 존재들로 구성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것은 작가가 부조리한 상황을 전면에 배치함으로써, 그런 인물이 되지 말기를 바라는 모습을 반어적으로 표출한 행위라고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봉산탈춤의 6과장에는 못난이 3형제의 신분이 양반으로 등장하고 있다. 당대의 지배층을 바보로 희화시킴으로서 그들의 무능력함과 당시의 원망을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도그빌>의 구성원들은 모두가 비정상적이다. 유일하게 정상처럼 보였던 톰 역시 모든 이야기의 시작과 끝을 담당하고 있으며, 자신의 개똥을 위한 수단으로 그레이스를 이용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그가 제일 나쁜놈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때문에 이 부분에서 우리내 소설 속 반어적 인물들이 가지는 위상과 라스 폰 트리에의 이야기 속 인물들 간의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는 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의 이야기는 그가 보여줬던 여타 영화들의 폭력성보다도 더욱 잔인하게 다가왔다는 점에서 그의 표현은 여전히 불편하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개같은 인간들의 개같은 이야기. 극의 마지막 모든 도그빌의 인간들은 죽임을 당하지만, 그 중에서 살아남은 존재가 개라는 점 역시, 개보다도 못한 인간들의 추악함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림으로써, 감독의 의중을 그대로 노출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IMDb 평점은 8.1점, 로튼 토마토 지수는 70% (신선 114, 진부 50)로 매우 높은 평정을 주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흥행에서는 1천만 불의 제작비로 월드와이즈 1천 8백만 불에 그치고 있어 약간의 아쉬움을 보인다. (박스 오피스 모조)



▲ 이야기의 끝에선 그레이스는 과연 어떠한 선택을 하게 될 것인가?


도그빌 Dogville, 2003 제작

요약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영국,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 미스터리, 스릴러 2003.08.01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177분
감독
라스 폰 트리에
출연
니콜 키드먼해리엇 안데르손로렌 바콜쟝 마르 바 더보기
누적 관객수
67 명 (2004.09.09,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역대 박스오피스




▥ 추천 : 인간의 추악함이 낱낱이 드러난다.

▥ 비추천 : 2시간 57분이라는 런닝 타임은 호불호가 있을 듯.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 (그레이스를 겁탈하는 척의 노출이 등장)



※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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