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아있다는 걸 느낄 때: 화장실의 피에타 (トイレのピエタ,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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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의 줄거리 요약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스노다 히로시(노다 요지로 / 각주[각주:1])는 유리창 닦기 알바를 하던 중 자신이 위암 말기라는 것을 알게 된다. 병원 검사 결과를 받던 당일, 병원에서 소란을 피우는 여중생 마이(스기사키 하나)를 만나 동생인 척을 해 달라는 부탁을 하는 히로시는 그 뒤로 소녀의 4차원 희생물이 된다.


  그렇게 일상을 병원과 마이 사이에서 오가는 히로시. 그러던 어느 날, 병원에서 친하게 된 타쿠토(사와다 리쿠)가 먼저 세상을 떠났다는 것을 알게 된 히로시는, 자신의 운명도 멀지 않았음을 느끼게 되는데...



▲ 어느 날 갑자기, 예고도 없이 찾아온 죽음


잔잔한 감정의 흐름들과 명배우들의 절묘한 협연


  <화장실의 피에타>는 죽음을 앞 둔 한 청년이 자신의 마지막을 보내는 과정을 드라마로 녹이고 있는 영화다. 일반적으로 죽음을 앞 둔자, 그리고 삶이 싫은 또 다른 한 편의 조합이 만드는 이야기는 이미 익숙하다. 그리고 이 영화 역시 그러한 흐름의 한계를 벗어나지는 못한다. 너무 일찍 찾아온 죽음이 만든 삶의 회의, 인생의 절망감이 만든 자포자기. <화장실의 피에타>는 '상처 입은 자는 다른 상처 입은 자에게 끌리다'라는 속성의 이야기를 그대로 가져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장실의 피에타>의 피에타가 보여주는 이야기는 먹먹함을 자아낸다. 이들의 이야기는 분명 과거의 진부함을 답습한다. 그렇지만 이 안에는 그 진부함을 넘어서는 잔잔한 감동이 있다. 히로시역을 맡은 노다 요지로는 무심한 듯, 그렇게 죽음을 받아야 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잘 녹여내고 있다. 여기에 츤츤(つんつん / 각주[각주:2])거리는 스기사키 하나의 모습은 츤데레(각주[각주:3])의 전형을 보여주며, 이들이 만드는 케미는 왠지 달달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이 속을 들여다 보면 각자의 상처가 만드는 작은 운동장이 자리하고 있다. 영화는 이러한 모습을 잘 풀어낸다. 그래서 진부함은 어느 순간 사라지게 되는 지도 모르겠다.


  <화장실의 피에타>가 지니는 이야기는 일본 영화가 지니는 전형적은 잔잔함의 감정이 잘 묻어있다. 오죽하면 그런 상황에서조차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싶지만, 뒤돌아서면 그들이기에 그럴 수도 있겠다는 납득이 된다. 이것은 이 영화가 지니는 자연스러움이 그런 분위기로 상황을 몰고 있다고 생각이 든다. 이것이야 말로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 될지도 모른다. 어색할 수 있는 상황을 자연스레 납득 시키는 이들의 능력으로 인해서, 관객들은 어느 순간에 극의 상황에 빠져들게 된다. 그리고 흘러가는 시간들은 자연스레 결말 속으로 관객들을 인도한다.


  극의 제목 중 '피에타'는 성모 마리아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예수의 시체를 안고 있는 장면이다. 이탈리아어로 '하느님 불쌍히 여기소서'라는 이 뜻은 영화 속에서 죽음을 눈에 둔 히로시가 만드는 화장실 속 작품을 의미한다. 모든 것의 끝에서 깨닫게 되는 삶의 존재 이유. 비로소 살아있다는 것을 느낀다는 그의 이야기는 해탈의 경지라기 보다는 삶의 소중함에 감사함을 깨닫는 과정처럼 느껴진다. 여기에 릴리 프랭키, 미야자와 리에, 오타케 시노부 등 일본을 대표하는 명배우들이 만드는 흐름 역시 주인공의 삶을 조용히 거들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화장실의 피에타>는 분명 진부하다. 소재도 그러하고, 내용의 전개도 그러하다. 그렇지만 영화가 만드는 이야기는 결코 진부하지 않다는 점에서 잔잔한 감동을 느끼게 된다. 다만 이러한 잔잔함의 감동은 일본 영화가 지니는 전형적인 흐름을 좋아하는 관객들에 국한 될 수 있다. 즉 호불호가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던지는 이야기는 각 개인에서 조용한 울림을 전해 줄 수 있을 것이란 점에서 먹먹함을 안겨주게 될 것이 분명하다.



▲ 살아봐야 어디로 가야 할 지 모르겠는 절망의 끝


마치며...


  <화장실의 피에타>는 이 정도로 쓸 말이 없을 줄 알았는데, 쓰다 보니 그때의 여운이 되살아나는 느낌이다. 만날 억울한 표정만 짓고 있는 스기사키 하나의 츤데레함도 이 작품 속에서 잘 어울림을 주고 있고, 릴리 프랭키가 보여주는 능글맞은 표정들도 그가 아니면 누가 할까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든다. 어떻게 보면 <화장실의 피에타>는 유명 교향악단이 만드는 협주라기 보다는 동네 교향악단이 만드는 장기자랑 같은 느낌도 든다. 그렇지만 가끔 상황만 맞는다면 동네 교향악단도 포텐이 터지는 무대를 만들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바로 이 작품처럼. 


  그래서 <화장실의 피에타>는 의외의 재미가 있다. 뻔한 이야기지만 알고 속는 재미가 있고, 굉장히 화려한 재료들 속에서 소박한 맛이 느껴지는 점도 그러하다. 쓰고 보니 '이게 뭐야?" 라는 느낌이 들지만, 이 영화는 그런 의외의 맛에서 느껴지는 진득한 맛이 느껴진다.



▲ 이들이 만드는 이야기의 끝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요약
일본 로맨스/멜로 외 2015.10.29 개봉 15세이상관람가 120분
감독
마츠나가 다이시
출연
노다 요지로스기사키 하나릴리 프랭키이치카와 사야  더보기
누적관객수
674 명 (2015.11.17,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역대 영화 순위







▥ 추천 : 삶의 가치가 진심으로 전해질 때.

▥ 비추천 : 다소 뻔한 진행과 뻔한 소재들.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없음



※ 예고편



  1.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의 주제곡 '前前前世'을 부른 RADWIMPS의 리드 보컬 [본문으로]
  2. 퉁명스럽고, 쌀쌀하다라는 뜻 [본문으로]
  3. 겉으로는 쌀쌀맞으면서도, 뒤로는 굉장히 부드러운(혹은 따뜻한) 모습을 나타내는 일본식 신조어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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