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긴 어둠의 끝에서 세상을 발견하다 : 아마이아: 뱀파이어 소녀 (Todas las Lunas, All The Moons,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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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의 줄거리 요약

 1876년 내전 중 보육원에 있던 소녀(아이치아 카르네로)는 공습으로 인해 건물 잔해에 깔리고 만다. 그때 나타난 여인(이치아르 이투뇨)를 만나게 되고, 그녀로 인해 소녀는 생명을 구한다. 그러나 어딘가 다른 그들의 모습들. 해를 보면 안 되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숨어 지내야 하는 것을 소녀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날이 오기까지는...

 어느날 사람들이 나타나 소녀와 여인을 공격했고, 그 과정에서 홀로 남게 된 소녀. 오랜 시간이 흘러 소녀는 해를 마주하는 법을 익히게 된다. 그리고 여인에게서 배운 지식을 따라 불빛이 이끄는 곳으로 향한 소녀. 그러다 소녀는 늑대를 잡기 위한 덫에 걸리고 만다. 그리고 떠오른 그때의 기억. 하지만 이번에 나타난 남자(칸다드 - 호세안 벤고이시)는 소녀를 아마이아라 부르며 딸처럼 여겨준다. 그러다 평범한 일상은 소녀에게 허락되지 않았고, 칸다드와 아마이아는 마을 떠나게 된다. 

 

 삶의 끝에서 만나 기적이라 믿었던 일들. 하지만 기적 속에서 살아가야하는 소녀는 그것이 주는 또 다른 이면 속에서 밝음을 좇게 되는데...

 

 

세상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하는 우리들의 이야기

 

 <아마이아 : 뱀파이어 소녀 ('이하 아마이아')>의 이야기는 길고 긴 세월을 혼자 살아가야 하는 소녀의 이야기를 그린다. 세상이라는 거대한 물결 속에서 혼자라는 이름을 먼저 배운 소녀. 처음에는 보육원이라는 공간이었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는 뱀파이어의 길을 걷게 된다. 고립이라는 이름은 결국 홀로 됨을 의미한다. 해를 보지도 못하고, 사람들과 어울릴 수도 없다. 소녀의 일상은 늘 다름과 함께 할 수밖에 없다. 

 영화 속에는 2개의 커다란 내전이 등장한다. 이것은 스페인 사회를 관통하는 커다란 사건이자, 그들이 가지는 아픔이다. 같은 민족이 서로를 향해 총부리를 겨눠야 했던 순간들. 그 순간 속에서 소녀는 살기를 원했고, 그때 나타난 여인의 구원으로 새 삶을 얻은 듯 했다. 영화의 이야기는 이때부터 시작한다. 새 삶이라 믿었던 순간이 주는 배신의 연속들. 해를 볼 수 없었고, 세상의 음식을 먹을 수 없었고, 세상의 사람들과 어울릴 수 없는 저주의 세월. 소녀에게 주어진 새로운 삶은 결국 저주의 세월이었다. 

 

 영화의 이야기는 이와 다르지 않았다. 보육원이라는 공간이 주는 이질적 느낌들. 그리고 마을을 지배하는 성직자가 주는 이질적 느낌. 그리고 그들을 따르는 세상의 법칙. 결국 세상이라는 공간은 이질적이고 배타적 공간이었고, 이는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내전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을 피해서 살아야 했던 소녀의 일생. 세상이라는 것은 소녀에게 있어 저주와도 같은 것일지 모른다. 바로 이것이 영화를 지배하는 주된 관점이 된다.

 영화의 런닝타임 1시간 40여분은 이러한 배척과 홀로 됨의 연속이다. 때문에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들은 여기에서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그릇된 세상이 주는 그릇된  관점들. 영화의 주인공이 순수한 소녀라는 것 역시 소녀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볼 때 그것이 얼마나 추악한 것인지 잘 비춰줄 수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영화가 주는 기나긴 세월 속에서 그들은 뱀파이어 소녀라는 늙지 않는 존재가 필요했었는지도 모른다. 이것은 필요조건이라 할 수 있다.

 

소녀에게 새생명을 준 여인

 영화의 마지막, 그들은 올바른 선택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과거의 것을 태우고, 새로운 것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 이야기. 때문에 소녀는 그녀에게 주어진 마지막 카드를 사용하지 않는다. 소녀가 가진 마지막 카드. 그녀와 같은 존재를 만들 수 있었지만, 소녀는 다음 세상을 선택하며 새로운 곳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게 된다. 스페인 사회에서 그다음의 전쟁은 세계 대전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전까지 겪었던 그들의 아픔들. 그리고 그것이 의미하는 이야기. 세상이라는 존재 속에 다름과 다름이 빚는 갈등 속에서 소녀의 이야기는 탄생했고, 그것이 마칠 때 소녀의 이야기도 끝을 맺는다.

 

 분명히 이야기하면 <아마이아>는 재미 없는 영화다. 엄밀히 던지면 쓰인 스토리도 그리 매끄럽지는 않다. 그러나 투박한 만큼 영화가 주장하는 바는 선명하게 드러난다. 재미없지만, 메시지는 분명하다 할 수 있다. 그리고 영화 속 소녀처럼 우리들 역시 이런 영화를 좋아하는 다름의 존재가 있다. 그러한 존재들에게 이 영화는 분명 매력적인 영화임에 틀림없다. 

 IMDb 평점은 6.8점, 로튼 토마토 지수는 89%(관람객 지수 60%)다. 호불호가 있다는 뜻이다. 감자는 로튼 토마토의 편을 들고 싶다. 다시 한 번 이야기하지만, 이 영화의 시나리오는 그리 매끄럽지 않다. 그러나 메타포는 쉽고, 선명하게 드러난다. 때문에 의미를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없다. 여기에 그들이 주장하는 고민과 번뇌 역시 잘 표현된다. 이런 점을 보면 좋은 영화라 할 수 있다. 다만 시나리오가 던지는 메타포의 의미와 소녀의 모습이 좀 더 깊숙이 드러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세상이 가지는 갈등과 고뇌가 조금 더 깊숙한 속에서 우리들의 마음을 움직여줬으면 하는 아쉬움이다. 그러나 이 영화 자체로도 나쁘지는 않다. 영화제 출품될 법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관객들이라면 이 영화를 꼭 추천하고 싶다. - 結 -

 

 

※ 요즘 유투버 분들이 제 글을 무단으로 인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출처(링크 첨부)는 밝혀주세요... 먹고 살기 힘듭니다. 누가 알까요? 여성분들이 "아 이런 애는 가게가 있구나, 한 번 찾아갈까.." 라고 하실지... ;;; (공지 보면 저 어디서 일하는지 나옵니다.)

 

하지만 기적은 저주로 변하고 만다.

 

 

★ 감자 평점 (5개 만점) - 평점보다는 글의 내용으로 각자 판단 하시길 바랍니다.

- 스토리 : ★★★☆

- 노출 : 없음

 

 

※ 예고편

 

 

 

# 관련 리뷰 1 : 밤을 걷는 뱀파이어 소녀 (초창기 글이라 엉망임을 감안하고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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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련 리뷰 2 : 나는 여기에 없다 (I'm No Longer Here, 2019) (이 영화는 꼭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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