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 사회을 죽였습니다. - 투 킬 어 맨 (To Kill a Man,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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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자의 줄거리 요약


 아들 조지토에게 줄 케이크를 사러 간 호르헤는 동네 불량배 칼루레라에게 돈과 당뇨 측정기를 빼앗기고 만다. 집으로 돌아온 호르헤는 가족들에게 그 사실을 이야기하고, 조지토는 호르헤가 잠자리에 든 사이 칼루레라에게 당뇨측정기를 찾으러가지만, 총격을 당하고 만다. 하지만 판사는 칼루레라에게 1년 반이라는 약한 구형을 내리고만다.


  감옥에서 출소한 칼루레라는 호르헤의 가족들에게 협박과 괴롭힘을 일삼지만, 경찰은 기다려보라는 말만 할 뿐 별다른 조치가 없다. 칼루레라의 폭력이 호르헤의 딸에게 미치는 순간, 참아왔던 분노가 폭발하고 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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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루레라 패거리에게 돈과 당뇨측정기를 빼앗기는 호르헤







 느림의 미학이 그리고 있는 피의 복수


  <투 킬 어 맨>이 던지는 메시지는 굉장히 불편하고 재미없다. 그리곤 호르헤가 당면한 사회에 '분노'라는 또 하나의 감정이 생겨난다. 살인미수임에도 최대구형 541일(6개월). 그 후 살해협박과 사업장에 직접적 피해. 미성년자에게 성폭력. 그럼에도 경찰은 주말임을 핑계로 조치를 미룰뿐이고, 그나마도 '접근금지 명령'을 내려주겠다는 선심성 발언이 전부다.


  이 영화는 일반적 사회가 이해할 수 없는 부당함이 당연하게 이루어지는 사회의 불편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법보다 악이 가까운 사회. 공권력의 혜택은 사회에서 소외된 계층에게는 너무나 먼 존재일 뿐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투 킬 어 맨>은 남미(칠레)사회가 가지고 있는 불안정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이다. 선댄스 영화제 월드와이즈 부분 대상을 수상하기도 한 이 작품은 느린호흡을 통해서 호르헤 가족이 당면한 아픔을 전달하려고 애쓴다. 이러한 전개는 또다른 불편함이 되어 영화의 불편함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 관련리뷰 : 2015/11/27 - [영화/해외영화] - 브라질 계급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 세컨드 마더 Que Horas Ela Volta?, The Second Mother, 2015 


▲ 총격을 당한 조지토에게 최대 541일의 구형을 알려주는 검사


  <투 킬 어 맨>이 던지는 불편함은 또다른 철학적 질문이 되어 관객들을 괴롭힌다. A의 괴롭힘에 못이겨 B가 살인을 저질렀다. 사실을 알고보니, A를 죽이지 않았다면 B가 죽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 상황은 정당방위인가? 아니면 A가 죽이러 올 때까지 기다리지 못한 B의 잘못인가? 사회의 불안정함이 가져다 주는 불편함의 연장선상에 있는 이 질문은 보는내내 관객들을 괴롭히는 불편함이 되는 것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에서 다음은 보여주지 않는다. 다만 당면한 아픔을 해결하지 위해 더 큰 악이 되어야 하는 지금의 상황만을 보여줄 뿐이다. 그리고 다음은 관객들에게 맡기는 것이다. 지금 우리(칠레 및 남미)의 상황은 이렇다. 이걸 봐달라. 그리고 관심을 가져달라고.


 ▶ 관련리뷰 : 2015/12/21 - [영화/해외영화] - 밤을 걷는 뱀파이어 소녀 (A Girl Walks Home Alone at Night , 2014) 


▲ 호르헤를 냉동차량에 넣고 괴롭히는 칼루레라 패거리들


 마치며...


▲ IMDb 평점

  이런 류의 사회고발적인 영화들을 바라보면, 그들의 아픔이 느껴짐과 동시에 우리 상황에 대입해보게 된다. 과연 우리들은 우리의 사회를 이토록 적나라하게 비판하고 있냐고.


  올 한 해도 우리영화계에 사회비판적 시선을 그린 영화들이 많이 있었지만, 그 속에 그려진 사회의 고뇌는 가진자들의 변명으로만 비춰질 뿐이었다. 열정페이를 비판한 듯 하면서도 기레기들에 대한 변명이었고, 물고기가 되어버린 88만원세대들의 아픔은 그냥 웃프기만 했다. 그나마 이정현만이 제대로 된 질문을 던질 뿐. 나머지는 수박을 겉에서 핥고는 맛있다 할 뿐이었다.


  <투 킬 어 맨>은 한마디로 더럽게 재미없고 불편하다. 하지만 '내가 그 사람을 죽였다'고 말하는 호르헤의 모습은 어쩌면 사람이 아닌 그 사회를 죽인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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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다는 검사의 모습



☞ 추천 : 내가 그 '사회'를 죽인 호르헤가 자랑스럽다.

☞ 비추천 : 불편하다. 그리고 재미없다.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 중간에 호르헤가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스트립퍼를 만나는 장면이 나온다.



※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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