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이 만들어낸 행복한 순간 - 종이 달 (紙の月,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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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달 (2015)

Pale Moon 
8.4
감독
요시다 다이하치
출연
미야자와 리에, 이케마츠 소스케, 코바야시 사토미, 오오시마 유코, 타나베 세이이치
정보
스릴러, 드라마 | 일본 | 126 분 | 2015-07-23


# 감자의 줄거리 요약


 어린시절 마을의 아이들에게 후원금을 보내는 것에서 기쁨을 배운 리카는 결혼 후 은행 계약직으로 일하게 된다.

 방문 수금 중에 코타를 만나게 되면서 불륜에 빠진게 되는 리카는 코타의 학자금 대출 사실을 알게되고, 코타를 돕기 위해 고객들의 돈을 건드리게된다. 처음에는 학자금만 도와주려 한 행위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사실을 알게 후 점점 많은 고객들의 돈을 훔치게 되고, 훔친 돈으로 코타를 위한 큰 선물들을 하기 시작한다.

 어느날 은행선배 스지가 전표를 정리하던 중에 이상한 점을 발견하면서 리카의 부정행위도 들키게 되는데...


▲ 이 세상에 나 하나 없어진다고 아무도 모르겠지...


# 가쿠다 미쓰요의 원작 소설


1. 원작의 느낌이 살짝 아쉽다


 '종이 달'은 가쿠다 미쓰요의 동명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언제나 그렇듯, 영화 '종이 달' 역시 원작을 뛰어넘지는 못했다. 원작에서 표현된, 리카가 여자이기 때문에 느껴야 했던 감정들이 영화 속에서는 초반부 돈 많은 할아버지에게 성희롱에 가까운 발언을 듣거나, 은행차장이 아이카와와 리카에게 '여자들의 영업 스킬이 부럽다'라고 은유적으로 여성성을 이용해 영업을 하는 듯이 발언하는 장면이 전부인 점은 아쉽다.

 이런 아쉬움 때문에 리카가 왜 탈선을 하는지와 왜 돈에 대한 욕심을 부리는 지가 잘 설명이 되지 않는다. (소설에서는 남편의 과시적 모습과는 다르게 감정을 감추지 않는 코타의 순수함에 점점 빠져드는 것으로 나온다.)


 다만, 어린 리카가 마을어린이들을 후원하면서 '방법에 상관없이 남을 돕는 것이 좋은 것이다.' 라는 잘못된 생각을 갖게 되는 장면은 리카가 왜 코타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는지를 잘 설명하고 있다.


종이달

저자
가쿠타 미쓰요, 가쿠다 미쓰요 지음
출판사
예담 | 2014-12-0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제25회 시바타 렌자부로상 수상, NHK 드라마화, 미야자와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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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작소실


▲ 내가 돈에 손대지 않게 감시해 주지 않을래요? - 아이카와 (우)


2. 종이 달의 의미


 종이 달은 '가짜'. 그리고 '가장 행복했던 때'를 의미한다고 한다.[각주:1] (소설 옮김이 '권남희' 님의 설명 中)

 

- 어떻게 달이 사라질 수 있어?
- 가짜니까
 <중략>
  진짜같이 보여도 진짜가 아닌, 처음부터 모든게 다 가짜


 화장품을 살 때 돈이 부족해서 고객의 돈을 빌려 썼지만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그때부터 리카의 세상은 종이 달이 비추는 세상이 된 것이다. 그때 누군가 "그건 잘못된 거야" 라고 해줬다면 리카는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리카는 누군가 알아주길 바랐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때가 너무 늦었을 뿐.


 끝부분에서 고객의 돈을 횡령한 혐의를 조사 받던 중 유리창을 깨고, 달아나는 장면이 있다. 리카가 종이로 만든 달을 깨어버리고, 원래의 세상 속으로 돌아가지만, 세상은 횡령녀따윈 기억해주지 않는다.


▲ 가짜로 만든 세상 속에서 행복한 리카


3. 구아바를 파는 태국 가판대 (결과)


- 가찌니깐 행복했어요.

  <중략>

  가짜니깐 망가져도, 그리고 망가뜨려도 상관 없잖아요.


 리카는 태국에서 자신이 어린시절 후원한 소년을 만난다. 소년은 성인이 되어 딸과 함께 구아바를 팔고 있는 모습을 본다.

 "깎아 드릴테니 먹고 가세요."라고 웃으며 하는 말에 리카는 일그러진 표정으로 뒤돌아 도망치고만다.


 리카가 알고 있는 세상에서는 '가짜'가 행복한 세상이다. 망가뜨려도, 망가져도 되는 유일한 공간인 것인다. 그런데 현실 속 내가 가짜로 행한 결과물(어린시절의 후원[각주:2])이 행복한 모습을 보고, 자신의 생각이 틀렸음을 깨닫는 순간 일그러진 우리들의 리카는 그 곳에 있을 수가 없게 된 것이다.


▲ 어린시절의 자신이 도왔던 소년이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게된 리카


4. 90년대의 히로인 마야자와 리에


 90년대를 지내본 사람들을 누구나 알만한 미야자와 리에[각주:3]. 그녀의 이름을 발견한 순간 안 볼 수가 없는 영화였다. 리에의 미모는 그때와 같지 않지만, 자연스럽게 늙어가는 그녀의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고 그 나이만이 가질 수 있는 원숙미까지 느낄 수 있었다. (보톡스로 연명하는 모 연예인들도 이런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감독은 '미야자와 리에'라는 미인으로 대표되는 인물이 이 역할을 맡았을 때 어떤 모습이 나올지 궁금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많은 영화제에서 31관왕을 차지했다고한다. - 감독 曰)


▲ 어린시절 느꼈던, 남을 돕는 기쁨을 코타에게서 다시 느끼게 되는 리카


5. 아쉬운점


 감자는 '종이 달'을 보면서 극의 흐름이 너무 느린 점에서 많은 아쉬움을 느꼈다. 마지막 10분을 위해서 앞의 110분을 허비한 듯한...

 차라리 그 루즈한 시간들을 쪼개서 못다한 소설 속 이야기들을 좀 더 설명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요시다 다이하치 감독'은 나머지 내용을 구겨 넣어도 산만하지 않게 편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영화에는 소설 속 리카가 남편에게 느끼는 서운함이 잘 나타나지 않아서 아쉽다.


# 마치며


 최근 접하는 '갈증', '고백'에 이어 이번 영화 '종이 달'까지... 일본문학의 저력은 대단했다. (앞에 열거한 작품은 모두 원작 소설이 있는 영화다) 감자는 초창기의 하루키를 보고 세계에 가장 근접한 작가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지금은 아니다)

  얼마 전 한국문학의 베스트 셀러 작가의 표절논란을 보면서 열악한 한국 출판시장과 미문주의에 빠져버린 문학계의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어서 한국출판시장도 커져서 글만으로 재벌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 종이달의 섹상의 나오는 리카


☞ 추천 : 생각하면서 보면 꽤 재미있다.

☞ 비추천 : 극의 전개가 너무 느리다.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연기 : ★★★☆

- 노출 : 누드는 없고, 베드씬만 나옴 (미야자와 리에라고 벗을 줄 알았다면 패스하시길...)


※ 예고편



  1. 사진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시절, 옛날 일본의 사진관에서는 초승달 모양의 가짜 달을 만들고 그 밑에서 사진을 찍는 것이 유행이었다고 한다. 한껏 포즈를 잡으며 행복한 얼굴로 가족 혹은 연인과의 추억을 사진으로 남긴 것이다. 거기에서 비롯되어 ‘종이달’이라고 하면, 연인이나 가족과 보낸 가장 행복한 한때를 의미하게 되었다고 한다. [본문으로]
  2. 이 부분은 복잡한데, 감자는 리카가 '행복했던 시절 = 가짜' 라는 공식을 세우고, '어린시절 훔친돈으로 기쁨을 배웠던 순간도 행복임으로 가짜'라는 공식하에 어린시절의 후원도 가짜라고 판단한 것이다. [본문으로]
  3. 90년대 당시 최고의 하이틴 스타가 음모까지 노출한 누드집을 찍어서 화제를 모았었다. 그 후 요코즈나(스모 챔피언)과 혼인을 해서 또다시 화제에 올랐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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