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음에 대한 아쉬움 - 출사 (The Photographers, 2015)

반응형


 감자의 줄거리 요약


  허름한 어느마을. 카메라를 들고 있는 아영(김예은)은 할머니의 뒷모습을 찍던 중 어디선가 들려오는 호루라기의 소리를 듣는다. 그녀가 다시 카메라의 앵글을 찾았을 때 할머니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는 것을 알게된다.


  피사체를 놓친 아영은 주변의 경관을 찍으며, 마을의 어디쯤에 도착한 순간 목마름을 느낀다. 때마침 떨어진 물. 근처의 구멍가계를 찾은 아영은 물도 살겸 호루라기의 소리의 원인을 묻지만, 주인장은 경계하는 눈빛으로 뭔가를 끄적여준 후 급히 사라진다.


  인적이 없는 곳에 들어, 주인장이 준 쪽지를 펴 보는 아영은 그곳에 '너'라는 글씨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를 궁금해하던 차에 주변에 '찰칵'하는 소리를 듣게 된다. 소리의 진원지를 따라 간 곳에서는 한 아이가 입으로 '찰칵'하는 소리를 내고 있었고, '너는 누구냐'고 묻는 아영에게 소년은 '좋은 곳을 알려주겠다'며 아영을 어디론가 데려가는데...


 ※ 본편링크 (네이버 TV캐스트 독립영화관) : http://tvcast.naver.com/v/750045


출사 The Photographers, 2015 제작
요약
한국 | 16분
감독
유재현
출연
김예은, 이희성, 이옥봉 더보기






 중간제목


  타인의 모습을 스스럼 없이 담던 존재가 자신이 그 타인에게 피사체가 되는 순간 불쾌감을 표현한다는 표면적 이야기를 담고 있는 <출사>에는 뭔가 독특함이 담겨있다. 그리고 그 독특함을 발견하는 순간 감자는 그 독특함에 뭔가의 기대를 하게됐다.


  흘러가는 카메라의 프레임. 그리고 그것을 괴롭히는 듯한 호루라기의 불쾌함은 독특함에 섞여 그 독특함의 끝에는 과연 어떠한 것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에 대한 궁금증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 불쾌함의 정체가 더이상 특별함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 느끼게 된 실망감은 기대감과 맞물려 배신감으로 변하게 되는 것이다.


 ▶ 관련리뷰 : 2016/03/27 - [영화/해외영화] - 살인이라는 이름 뒤에 숨은 진짜 이야기들 - 릴 퀸퀸 (P'tit Quinquin, Li'l Quinquin, 2014)


▲ 마을어귀를 찍고 있는 아영


  <출사>의 중반부까지는 뭔가의 기대감을 준다. 할머니의 뒷모습으로 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구멍가계 주인장의 경계하는 눈빛, 그리고 그것을 엿듣는 어느 존재들을 발견하게 됐을 때 기대감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길가에 버려진 누군가의 카메라 스트렙(어깨 끈)을 발견하는 순간, 이야기의 저편에 숨겨진 그것에 굉장한 심오함이 담겨있기를 바랐는지도 모른다. 그러다 아영이 '나는 사진찍는 걸 싫어한다'라며 인상을 찌프리기 시작했을 때, 그것들이 더이상의 것들을 보여주지 않을 것임을 알게 되었다.


  영화의 제작노트에는 감독 자신이 출사를 갔을 때 마주친 어느 할머니의 눈빛에서 느꼈던 움찔함에 관해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엠마누엘 레비나스가 주창한 '타자서의 철학 (부제 : 타자의 얼굴에 대한 책임의 철학)'에 관해서도 부연설명을 한다.


  그리고 보여지는 모습 역시 그것들을 그대로 나타낸다. 그들은 그 철학을 '네 이웃을 네 자신처럼 생각하라'는 기독교적 복음을 비틀었을 때 완성되는 '네 이웃을 네 자신처럼 두려워하라'는 문장을 모티프로서 이야기를 전개시킨다.


 ▶ 관련리뷰 : 2016/03/21 - [영화/애니메이션] - 찰리 카우프만과 듀크 존슨이 던지는 사랑에 관한 독특하고 심오한 고찰 - 아노말리사(Anomalisa, 2015)


▲ 버려진 스트렙을 줍는 아영


  하지만 이러한 질문은 이미 예전부터 '타인의 초상권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으로서 존재해왔다는 점에서 '꿈보다 해몽이 좋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어쩌면 이러한 빠닥선을 타게 된 이유에는 <출사>가 보여줬던 초반부터 중반까지에서 가졌던 기대감. 그리고 그것에 대한 실망감때문에 이러한 삐딱이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즉 주지도 않을 떡을 너무 기대했기에 혼자서 삐친격이 되어버린 것이다.


  여기에 주연배우로 등장한 김예은에 관한 아쉬움도 보인다. 영화에서 보여준 그녀의 연기가 나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출사>에 김예은의 모습만 있을 뿐 '아영'의 모습이 어디에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즉 김예은이라는 배우의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은 볼 수 있었지만, '아영'이라는 케릭터를 찾아볼 수 없었던 점은 아쉽게 느껴진다. 때문에 오히려 아역이 더 연기를 잘하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 관련리뷰 : 2015/11/29 - [영화/해외영화] - 틀림이 아닌 다름에 대한 고찰 - 위아영 (While We're Young, 2014)


▲ 경계의 눈빛으로 아영을 쳐다보는 구멍가게 주인장


 마치며...


  <출사>가 중반으로 달려갈 때 그곳에서 더 깊은 메시지를 기대한 감자가 잘못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화가 던져준 떡밥이 너무도 달콤했기에, 이러한 혼자만의 착각은 어쩔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출사>가 던저준 이야기는 초코렛은 아닐지라도 올리고당만큼의 달콤함은 있었다. 초코렛이 되지 못한 것은 감자만의 삐닥선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출사>가 가지고 있는 메시지에 조금 더의 무게가 담기는 날이 온다면, 분명 초코렛이 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은 남는다.


 ▶ 실존주의 철학에 관한 이야기 :2016/03/25 - [영화/해외영화] - 재미 없는 철학수업과 같았다. - 월터 교수의 마지막 강의 (Anesthesia, 2016)


▲ 입으로 '찰칵' 소리를 내며 자신을 찍는 소년의 모습



▥ 추천 : 독립영화로서의 정신은 충만하다.

▥ 비추천 : 조금 더의 무게감을 기대해본다.



★ 감자평점

- 스토리 : ★☆

- 노출 : 없음



※ 예고편



반응형
Designed by CMSFactory.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