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 러쉬... 그리고 아게하, 그리고 버블 -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 (Swallowtail,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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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의 줄거리 요약

  거리의 여인이던 엄마는 딸(아게하 - 이토 아유미)에게 이름조차 지어주지 않았다. 어머니가 의문의 죽음을 당하던 날. 옆 집의 아줌마는 어머니가 숨겨놓은 돈을 가로챈 후 그녀를 사창가에 팔아버린다. 그곳에서 그리코(차라)와 만난 그녀는 그리코에 의해 '아게하'라는 이름을 얻게 된다. 처음에는 아게하를 다른 사창가에 팔아버리려던 그리코. 하지만 아게하의 순박함을 본 그리코는 그녀를 자신들의 아지트로 데려가게 된다.


  그곳에서 페이홍(미카미 히로시) 등과 만나게 된 아게하는 어느 날 그리코의 손님에게 겁탈 당할 뻔 한 것을 아로의 도움으로 모면하게 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손님은 아로에게 맞아 3층에서 떨어져 죽고, 페이홍과 사람들은 손님을 공동묘지에 매장하기로 결심한다. 손님을 파 묻던 과정에서 뱃 속의 테이프를 발견한 사람들. 란(와타베 아츠로)은 그 테입이 위조 엔화를 만들 수 있는 중요한 열쇠임을 알게되면서, 엔 타운에는 새로운 골드 러쉬가 열리게 되는데...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 Swallowtail butterfly, 1996 제작
요약
일본 드라마 2005.06.23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147분
감독
이와이 슌지
출연
미카미 히로시이토 아유미차라모모이 카오리 더보기
누적 관객수
9,337 명 (2015.12.19,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역대 박스오피스






골드러쉬. 버블 경제. 그리고 엔 타운.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 원제 Swallowtail(스왈로우테일)은 제비의 꼬리 혹은 호랑나비를 뜻하는 단어로서, 그리코가 가지고 있는 나비 문신이자. 아게하(あげは)의 이름이기도 하다. 대부분 사춘기의 열병. 혹은 사랑의 감수성을 노래하던 이와이 슌지는 기존의 감수성을 이번에는 그들의 잃어버린 10년(각주[각주:1])으로 옮겨왔다. 이와이 슌지의 초창기 작품이자, 그의 음악노예(?)가 되는 코바야시 타케시와의 첫 만남이 되기도 하는 이번 작품은 미국의 골드 러쉬에 빗대어 자신들의 버블시기를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영화의 제작연도 역시 일본이 버블의 여파를 즐기던 1995년을 마친 후 본격적으로 공황이 시작되는 1996년 作으로서 영화의 골드 러쉬가 엔 러쉬로 비교되는 것 역시 그러한 현상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위에서도 잠시 언급한 것 처럼 이번 영화는 기존의 이와이 슌지와는 매우 다른 색채를 띄는 작품이다. 기존의 작품들이 파스텔 토의 하늘 거리는 느낌이었다면, 이번 작품은 까만색(검은색 보다 진한 느낌이다.) 어두운 느낌을 그리고 있다. 영화의 배경 역시 엔 타운이라는 가상의 일본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디스토피아(각주[각주:2])적 세계. 영화에서는 엔 타운에 관해 극중 아게하의 목소리로 이렇게 말한다.

언젠가 엔이 세계를 지배했을 때, 도시는 이민자들로 넘쳐나 골드 러쉬를 방불케 했다.

엔을 찾아 몰려드는 도시. 

이민자들은 이 도시를 '엔 타운'이라 불렀다. 하지만 일본인들은 이 이름을 싫어해, 여기로 모여든 이민자들을 엔타운이라 부르며 경멸했다.

좀 복잡하지만, 도시의 이름도 여기로 모여든 이방인들도 엔타운이라 불렀다.

일확천금을 벌어 금의환향하는  꿈같은 이야기. 여기는 엔의 천국, 엔 타운


▲ "넌 아직 애니깐 애벌레"야라며 아게하의 가슴에 애벌레를 그려주는 그리코



  위의 내래이션은 극의 시작과 마무리를 하며, 수미상관(首尾相關)의 구조를 주며 이야기 전체를 관통하는 내용이 되고 있다. 마치 미 서부기의 골드 러쉬와도 같았다는 아게하의 목소리처럼 극의 배경은 이민자들의 도시 엔 타운을 이야기한다. 미국의 골드러쉬, 황금을 보고 몰려든 수많은 사람들은 결국 3%의 인원들만 황금을 맛 본 후 모두 도시를 떠나버렸다. 결국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골드러쉬를 맞았던 도시들은 모두 유령도시가 되고 만다. 

  <스왈로우테일>의 이야기는 이러한 황금시대를 닮아있다. 영화 속 엔 타운은 디스토피아 적 세계를 대변하는 도시로서, 그곳의 구성원들은 온통 이민자들로 가득차있다. 극 중 페이홍들이 위조 엔화를 만들어 거금을 손에 넣게 되는 장면은 엔 타운의 골드 러쉬를 보여준다. 하지만 그리코가 떠난 후 망해버린 엔 타운(각주[각주:3])의 모습은 황금이 말라버린 후 망해버린 유령도시와 닮았다. 엔타운의 간판이 추락하는 모습은 그들의 버블경제가 무너져버리는 그것을 상징하듯. 엔 타운의 구성원들은 그때부터 각기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자신이 창녀였다는 것을 들키게 되는 그리코. 그리고 불법체류자였다는 것이 들켜 이민국에 붙잡혀가는 페이홍. 결국 엔화 드림을 꿈꾸던 그들의 인생 역시 엔 타운의 몰락과 함께 바닥으로 추락하고 만다.

  이와이 월드(각주[각주:4])의 서막을 알렸던 <스왈로우테일>의 이야기는 기존 이와이 슌지가 드라마와 <러브레터 (1995)>, <피크닉 (1996)> 등에서 보여줬던 사춘기의 아름다움을 노래하지 않는다. 실제 극중 아게하 역시 이와이 월드에 등장하는 또다른 십대들과는 많이 다르다. 살인, 노출, 마약 등 영화의 색채도 매우 어둡다는 것 역시 이러한 맥락과 무관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이와이 월드 인 이유는 분명하다. 그의 음악노예를 만나서 좀 더 이와이 슌지 다운 음악을 완성해가기 시작했고(각주[각주:5]), 영화의 분위기도 매우 어두운 색채를 띄기는 하지만 여전히 사춘기의 감수성을 노래한다. 때문에 이 영화는 19금이지만, 여전히 이와이 월드의 연장선상에 위치하고 있는 것이다.


▲ 마약거리의 의료소에서 동생(그리코)의 사진을 보게되는 류량키(에구치 요스케)


마치며...


  우리는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에서도 다크 초콜릿과 같은 씁쓸한 단맛을 느낄 수 있다. 비록 카카오 99% 일지는 모르겠지만, 여전히 이와이 슌지의 위트와 감수성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비록 영화는 그들의 잃어버린 10년과 버블을 황금시대에 빗댈지는 모르겠지만, 영화 속 아게하와 그리코와 페이홍의 이야기는 여전히 아름답다. 그래서 우리는 이와이 월드에 빠져드는 것인지도 모르는 것이다.


▲ 그리코의 과거가 밝혀지는 순간 테잎을 노리고 그녀를 공격하는 류량키의 부하들


▥ 추천 : 이와이 슌지의 카카오 99%는 여전히 달콤했다.
▥ 비추천 : 이와이 슌지를 모르시는 분들은 1996년이란 숫자가 올드하게 다가올지도 모른다.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 (음모 노출 및 이토 아유미 등의 노출이 등장)


※ 예고편


  1. 1990년부터 2000년까지를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부른다. [본문으로]
  2. 유토피아가 이상의 세계라면, 디스토피아는 그 반대적 개념. [본문으로]
  3. 극 중 페이홍은 위조 엔화로 벌어들인 돈을 클럽에 쏟아붇고, 그곳의 이름을 '엔 타운'이라 정한다. [본문으로]
  4. 이와이 슌지가 관여한 12편의 영화들을 묶어서 팬들은 이와이 월드라 부른다. 이와이 월드의 세계관은 각기 다른 주제를 이야기하지만, 감수성만은 이와이의 색채가 묻어나는 것이 특징이다. - 감자주 [본문으로]
  5. 2015년 11월에는 <스왈로우테일>의 10주년을 맞아 엔 타운 밴드가 재결성되어 신곡을 발표하기도 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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