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을 알아도 그냥 한지민의 조제가 되는 이야기 : 조제 (Josée,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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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의 줄거리 요약

  영석(남주혁)은 길 뒤에 쓰러진 조제(한지민)를 발견한다. 조제의 몸이 불편하다는 것을 안 영석은 조제를 도와주게 되고, 조제는 감사의 의미로 식사를 대접한다. 영석은 지도 교수 혜선(박예진)과 묘한 관계를 유지하는 중, 그러나 어느덧 영석의 마음속에 들어온 조제의 존재는 점점 커져만 간다.

 

  날이 갈수록 눈에 밟히는 조제의 존재, 하지만 영석은 자신의 감정이 동정인지 사랑인지에 대해 의문점이 잘 모르겠다. 그러던 어느 날 조제의 일방적인 선언은 두 사람의 이야기를 또 다른 국면으로 데려간다.

 

꼭 보세요! <조제>

 

# 왜 재밌는가?

- 원작을 알아도, 몰라도 동일하게 다가오는 이야기의 감수성.

- 원작의 의미를 헤치지 않으면서, 이야기를 잘 살렸다.

- 극의 50%는 한지민의 몫.

 

# 이런 건 별로.

- 원작의 느낌이 너무 많다.

- 한지민이 만드는 조제가 너무 완벽해서 불쌍한 틈이 없다.

 

 

완벽한 지민씨라는 양날의 검이 풀지 못한 숙제들

 

  솔직히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2003>이 한국에서 리메이크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걱정이 먼저 됐었다. 이케와키 치즈루의 리즈시절 그 암울한 분위기[각주:1]를 한지민이 가능할까? 라는 우려와 남주혁이 '연기를 위해서라면 알몸 노출 및 동성애 연기도 마다하지 않는 츠마부키 사토시가 만들었던 남자 주인공역'을 커버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점이 있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이는 기우에 지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한지민은 완벽했고, 그곳에 이케와키 치즈루의 그림자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녀가 만드는 조제 속에는 츠마부키 사토시가 필요하지 않았고, 그 자리에 있는 남주혁을 완벽히 커버하는 '한지민의, 한지민에의한, 한지민을 위한 <조제>'를 탄생시켰음을 알 수 있었다. 한지민이 극 중 50%의 비중을 차지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각주:2]

 

  <조제>는 원작의 감수성을 뛰어넘는 잔잔한 감동이 있다. 2003년에 만들어진 영화의 올드함도 여기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일부 '어떤 미친놈이 갑자기 나타나서 가슴을 만졌어'라는 원작의 오마주 조차도 한지민의 <조제>가 되는 순간이다. 한지민의 <조제>는 잘 만들었다. 솔직히 영화를 지배하는 원작의 느낌들이 불편할 법도 하지만, 한지민에 의한 커버력은 원작의 의미를 헤치지 않으면서도 영화의 스토리를 잘 살리고 있다. 덕분에 원작을 몰라도 그냥 <조제>가 되고, 원작을 알아도 그냥 <조제>가 된다. 이 영화는 그냥 <조제> 일뿐이다.

 

어느 날 영석 앞에 나타난 조제의 존재

 

  이 영화에서는 과도기를 겪으며 사회로 진출하는 젊은이들의 아픈 성장드라마가 잘 살아난다. 감자는 이러한 부분이 오히려 원작보다 더 잘 살아나는 것 같다. 남주혁이 맡은 영석이라는 인물은 사회 초년생이 되기 위한 준비를 하는 중에 조제라는 여인을 만난다. 취업의 문턱에 지도 교수와 묘한 관계를 가지고 있지만, 그가 있어야 할 곳이 어딘지 늘 불안하기만 하다. 그럴 때 나타난 조제의 존재. 조제로 인해서 영석은 진짜 남자가 되어가는 과도기를 겪게 된다. 이 부분 역시 한지민이란 존재의 커버력이 남주혁이 가졌던 여러 문제들[각주:3]까지 완벽히 가려주며, 남주혁이라는 배우를 다시 보이게끔 만들었다. [각주:4] 감자는 이 조차 한지민의 힘이라 본다. 때문에 영석이란 인물이 가져할 '청년과 어른의 어디쯤'이라는 분위기가 완벽히 살아남을 볼 수 있었다.

 

  한지민이 살려놓은 감정의 불씨. 이는 '이 영화를 보고 또 비판하는 글을 써야 하나?'라는 고민에 빠진 감자에게 완벽한 원투 펀치를 먹였다. 여기에 원작 영화스러운 BGM도 좋은 느낌을 더한다. 반면 이 원작스러움은 영화가 풀지 못한 단점이 된다. 여기에는 원작이 너무 좋았음도 있다. 때문에 그 이상을 보여줘야 한다는 리메이크 버전의 부담도 이해가 된다.

  한지민의 조제가 너무 완벽하다는 것도 이 영화의 아쉬운 점이다. 조제는 동정의 대상이자, 영석으로 하여금 그녀를 떠날 수 없는 이유가 되어줘야 한다. 그렇지만 완벽한 한지민에게 동정을 할 틈이 없었다는 스토리를 감성적으로 몰아갈 수밖에 없는 단점이 된다. 이는 빌런의 부재로 연결이 된다. 원작에서는 신예 우에노 주리가 이케와쯔 치즈루의 빌런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었지만, 너무 완벽한 지민씨에게 그 어느 누가 빌런이 될 수 있었겠는가? 이는 한지민이란 배우의 양날의 검이 영화 속에서 그대로 노출된 아쉬움이라 생각된다. 

 

  그렇지만 <조제> 현재의 감수성을 완벽히 소화해낸다. 코로나가 무서워 극장에 가지 못하는 우리들에게 <조제>는 완벽한 안방극장의 선물이 되어줄 것이라 믿는다.[각주:5] 완벽한 지민씨의 <조제>가 선사하는 감동과 함께 하시길 감자 블로그 독자들께 적극 추천하고 싶다.

 

그에게 조제란?
조제는 그에게 어떤 의미일까?
그들은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있을까?

 

 

★ 감자 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없음

 

 

#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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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는 그녀의 2014년 作 <그곳에서만 빛난다>에서도 여전히 살아있는 분위기를 보여준다. [본문으로]
  2. 참고로 감자는 한지민 빠는 절대 아님을 밝힌다. [본문으로]
  3. 이러한 논란은 최근 스타트 업에서도 서브 남주인 김선호에게 존재감을 빼앗기는 아픔을 맛봐야 했다. [본문으로]
  4. 남주혁의 우는 모습에 동화되어 감자조차 울컥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_-* [본문으로]
  5.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가 왜 넷플릭스 채널을 이용하지 않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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