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미야마는 평생을 칼에 베이는 역을 맡은 베터랑 배우다.
사극인 듯 하지만, 사극은 아니다.
얼마 전 <무한의 주인>을 봤을 때, 영화에서 자랑하는 500 대 1의 모습에 일본 활극의 웅장함을 느낄 수 있었다. 정확히는 베는 기무라 타쿠야 보다는 베이는 무명의 액션 배우들이 더 대단하다고 느낀 장면이었는데, 그것의 비밀을 오늘에서야 풀 수 있었다. <우즈마사 라임라이트>는 사극으로 유명한 교토 촬영소의 영화(榮華)에 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화려한 주인공들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 액션 배우들. 그중에서도 '칼에 베이는 역'으로 불리는 그들의 모습은 주인공들의 화려함을 가장 돋보이게 만드는 존재다.
영화의 주인공 카미야마 역으로 등장하는 쿠모토 세이조는 진짜로 '칼에 베이는 역' 전문 배우다. 15세에 우즈마사에서 데뷔한 그는 5만 번 베인 남자라는 칭호로 더 유명하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는 영화 속에서 보이는 것처럼 활처럼 등을 꺾어 땅에 떨어지는 모습. 영화는 그런 그의 트레이트를 영화 속에서 자주 사용하며, 한 사람이 남긴 투혼과 열정에 관한 이야기를 진지하게 그리고 있다.
이제는 시대의 흐름에서 더 이상 주류가 아니게 되어버린 사극. 그중에서도 '칼에 베이는 역할' 역시 이제는 CG 등에 가려 더 이상 설 곳이 없어지고 만다. 과거의 영화는 이제 모두 다 허상이 되어버리고, 한 때 열렬했던 그들의 이야기도 늙어가는 몸과 함께 점점 더 퇴색해 버리고 만다.
<우즈마사 라임라이트>는 이렇게 그들의 영광과 영화를 뒤로 하며, 이제는 시대의 뒤안길로 사라져야 하는 액션 배우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액스트라, 단역, 별 것 아닌 등 그들을 부르는 명칭은 많지만, 그들도 어엿한 배우라는 점은 보는 이들의 가슴을 뜨겁게 만든다. 특히 화면에서는 잘 묻어나지도 않는 그 배역을 위해 열정과 투혼을 바치는 이들의 이야기는 진지한 감동을 자아내기에 충분한 내용이 있다. 이러한 모습은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일본 사극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시선을 잡아 끄는 매력이 된다. 아마도 일본인들의 '한 사람의 몫'이란 이런 의미가 아닐까 싶어서, 영화의 의미는 더욱 진중하게 다가옴을 느끼게 된다.
그렇다고해서 영화가 무거움만 강조하는 그런 이야기는 아니다. 여기에는 70 평생을 베이는 역할에 충실했던 한 노로의 배우가 있고, 그가 만드는 이야기는 듣고 싶은 매력이 있다. 하나의 드라마로도 손색이 없는 이야기. 그래서 더욱 집중하고 싶은 이들의 이야기에는 시대를 살아가는 한 사람의 몫이 그려져 있다는 점에서 더욱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지도 모르겠다.
▲ 이렇게 5만 번을 죽었던 사나이
마치며...
개인적으로 감자는 일본 사극에 별다른 감흥이 없는 편이다. 그 좋아하는 아야세 하루카가 등장하는 <야에의 벚꽃> 조차 거들떠 보지도 않았으니, 사극을 대하는 감자의 태도가 어떤지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영화는 사극을 좋아하고 말고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왜냐하면 여기에는 평생을 칼에 베이는 역할에 받친 한 명의 전문 배우가 존재하고, 그의 드라마 만이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본의 드라마는 그것을 진지한 이야기로 관객들을 설득하는데 재능이 있음도 말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그래서 <우즈마사 라임라이트>의 이야기는 진지하게 다가와 먹먹한 감동을 전해준다.
이야기의 울림은 적지 않아서 좋고, 관심 없는 이야기조차 집중하도록 만드는 흐름은 더욱 더 좋다. 더구나 70이라는 노인의 몸임에도 그토록 멋진 활극을 연출할 수 있다는 점은 정말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물론 마지막 장면, 억지로 자아내는 듯한 감동의 순간들은 약간은 불편하다. 그렇지만 극에서는 앞 선 상황들을 통해서 설득의 명분들을 이미 설명하고 있었기에, 일부로 짜 놓은 듯한 마지막 순간들도 감동스럽게 다가온다. 한 사람의 몫이 남긴 진지한 의미. 그래서 이 영화가 더욱 깊은 의미를 던지는 것 같다.
<※ 본 리뷰는 후쿠짱 오브 후쿠후쿠플랫츠도 도움을 주신 이공사륙님(http://blog.naver.com/in2046)의 도움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 죽을 때 가장 가치가 있었던 이 남자의 이야기는 어떻게 결말을 맺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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