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인의 공동체로 들어가게 되는 수현
우리는 'unhappy' 가운데서 'happy'함을 찾는다.
<꿈의 제인>의 이야기는 상당히 몽환적이고, 우울하다. 처음부터 시신을 땅에 묻는 장면으로 극의 출발을 알리는 <꿈의 제인>의 이야기는 그 뒤 어디론가 달려가는 소현의 모습을 비춰주게 되고, 갑자기 바뀐 화면속에 제인이 나타나게 된다. 그리고 좋았던 소현의 모습을 비춰주는 이야기지만 그 역시 제인의 죽음과 함께 또다시 안 좋았던 소현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야말로 어느 것이 꿈이고, 어느 것이 거짓인지 모호한 현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영화가 주장하고 있는 모습이 그 속 어딘가 숨겨져 있다는 것이 아닐까?
꿈과 현실의 경계선 어디쯤. 태어났을 때 가장 먼저 한 말이 거짓말이라는 소현의 내래이션의 끝을 쫓아가다 보면, 우리는 그 속에 제인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마치 새끼 발가락이 없는 소현에게 느껴지는 '환지통(각주)'처럼 눈에 보이지 않아도 있는 그것의 정체를 영화는 이야기하려고 하는 것이다. 1
영화는 끊임없이 행복과 불행이라는 교차점을 만들고, 우리의 사고에 혼선을 주려고 한다. 그것은 극 중 제인이 수시로 외치는 '거짓말'의 그것이라 할 수 있다. 제인이 아무리 없다고 해도, 사람들은 믿어주지 않는 것. 마찬가지로 영화 역시 아무리 있다고 해도 믿어주지 않고, 없다고 해도 믿어주지 않는 그것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때문에 우리는 그 속에서 영화가 외치는 진짜 이야기를 찾아내야 하는 숙제 속에 갇히게 된다. 때문에 소현의 이야기 속에 제인의 공동체가 진짜인지, 아니면 병욱(이석형)의 공동체가 진짜 일지는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굳이 이것을 구분한다면 그것은 병욱의 공동체가 현실이오, 제인의 공동체가 이상향쯤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중요치가 않다. 다만 우리가 발견해야 할 것은 불행속에서 행복이 존재한다는 존재를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꿈의 제인>은 그것을 주장하기 위해 각기 다른 엄마팸과 아빠팸을 병렬하여 이야기를 설명하고 있었다. 극의 처음 아빠팸에서 지수(이주영)의 시체를 묻은 소현이 뛰쳐나오며 '나는 또 혼자가 되었다'고 외친다. 그러나 제인과 함께하며 잠깐이나마 행복한 꿈을 꾸는 지수. 하지만 그 짧은 꿈은 금세 끝나게 되고, 또다시 현실로 돌아온 소현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면서 처음에 시작됐던 이야기로 돌아가는 <꿈의 제인>의 이야기. 마치 장주지몽처럼 현실과 꿈의 경계선을 모호하게 처리하고는 있지만, 우리는 그것이 환지통에 그치는 않는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극의 끝에 묻었던 지수를 대포(박강섭)들이 다시 꺼내게 되고, 그때 나타난 지수의 동생에 받은 카라멜 한 개. 분명 소현의 내래이션대로라면 소현은 또다시 혼자가 되었어야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에 '다시 예전처럼 돌아가게 될 것'이라는 전제가 붙었음을 듣게된다. 이는 처음의 예전이 병욱 팸이라는 것임을 본다면, 두 번째의 예전은 제인 팸이 된다는 것을 알게된다.(각주) 때문에 병욱 팸들이 묻었던 것은 지수가 아니오 바로 소현 자신이 되는 것이고, 제인으로 인해서 소현은 또다시 빛을 보게됨을 우리는 알 수 있다. 2
하지만 중요한 것은 묻고, 꺼내지고, 병욱팸에서 제인팸으로 옮겨짐이 아닐 것이다. 그것은 바로 인생지사 새옹지마같다는 진리오, 우리의 삶은 불행 가운데서 행복을 찾는 당연한 진리라는 것다. 때문에 그들이 거짓말쟁이라는 것도 이러한 까닭으로 볼 수 있다.
▲ 제인의 팸에서의 단란했던 시간들
서식
소설 속에서는 부정적인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그의 잘못된 모습으로 반면교사를 삼게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 바로 역설적가치의 주장이라 하는데, <꿈의 제인>의 이야기가 바로 이것이 아닐까싶다. 영화의 이야기는 온통 우울함으로 가득차있다. 행복의 끝에 존재하는 불행의 시작. 그리고 불행의 모습으로 가득 덮고 있는 극의 모습. 하지만 그 끝에 Unhappy 라는 도장을 찍어주는 제인의 모습이 있었고, 그녀는 자신을 거짓말쟁이라 말했다.
비단 극의 마지막부분 해설지와 같은 부분은 관객들이 정답을 찾을 기회를 빼앗아갔다는 점에서 아쉬움으로 남지만, <꿈의 제인>의 이야기는 몽환적이면서도 분명함을 갖추고 있었다. 때문에 우리는 소현과 제인, 그리고 주변인물들의 이야기 속에서 확실한 주제를 찾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선명하고 명확하게 다가와, 우리에게 울림을 주게 된다.
▲ 그리고 현실 속 병욱의 팸으로 돌아오게 되는 수현
▥ 추천 : 잘만든 독립영화라는 것이 바로 이런 것.
▥ 비추천 : ...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없음
- 선정성 : 살인, 시체유기 및 훼손, 자살 등이 등장
※ 예고편
'영화 > 한국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피상적인 이야기에만 머물러있는 그날의 아픔들: 포크레인 (2017) (0) | 2017.08.04 |
---|---|
그들이 추구하는 '진짜'란 무엇일까?: 리얼 (REAL, 2016) (0) | 2017.07.25 |
방향성을 정하지 못한 그들의 하루: 하루 (A Day, 2017) (0) | 2017.07.13 |
뤽 베송에 대한 오마쥬일까?: 악녀 (The Villainess, 2017) (0) | 2017.07.06 |
공허하게만 울리는 그들의 꿈들: 어떤 하루 (2017) (0) | 2017.07.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