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의 역동적인 프레임은 훌륭하지만, 자꾸만 다른 영화들이 떠오른다.
<악녀>, 제목부터 나쁜냄새를 풍기는 이 영화는 원한이 사무쳐 악당이 되어야만 했던 한 여인의 모습을 액션 느와르의 문법으로 풀어내고 있었다. 시작부터 1인칭 시점이라는 임팩트있는 시도를 통해 자신들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확실한 각인을 시키는 영화. 거기에 롱테이크를 방불케하는 연출기법은 그들이 액션에 대해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가를 잘 알 수 있게 해주며, 앞으로의 활동들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더구나 초반 1인칭 시점에서 시점을 분리후 벌어지는 역동적인 화면들은 이야기를 더욱 뛰어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이들이 화면 프레임에 정말 많은 공을 들이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끝. 그 후로 벌어지는 멜로 라인의 스토리들은 이야기를 자신들이 준비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하기 위한 장치들임이 너무 티가 남을 알 수 있었다. 더구나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또다른 이야기들이 떠오르게 된다는 점은 이 영화가 가진 가장 큰 단점이 아닐까 싶다. 뤽 베송과 쿠엔틴 타란티노에 대한 오마쥬가 아닐까 싶은 감독의 스토리 라인에 복수라는 키워드만 잔득 부각이 될 뿐, 사건과 사건을 잇는 연결고리들은 매우 빈약함을 발견하게 된다. 이쯤되면 오마쥬가 아닌 무작정 따라하기는 아닌지에 대한 의구심마저 들게 만들었다는 점은 더 큰 아쉬움으로 다가오게 된다.
여기에 이들의 최대 장점이었던 역동감 넘치는 화면 프레임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똑같은 프레임을 돌려막기 하는 듯한 모습 또한 발견이 되고, 이러한 자신들의 액션 돌려막기는 같은 영화를 계속해서 리와인드하는 듯한 지루함이 발생하고 말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보이게 된다. 분명 이들의 카메라 기법은 근래 등장한 한국 액션 영화 중에서 가장 뛰어난 기법을 보이고 있었음에는 분명했다. 때문에 자신들의 장점을 도리어 죽이게 된 액션 돌려막기는 정말 큰 아쉬움을 자아내게 된다. 카메라의 프레임에 대한 고민을 할 시간에 액션의 분배에 조금 더 신경을 썼더라면 어땠을까 싶은 아쉬움이 드는 것은 비단 감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만약 이것이 성공했더라면 <니키타 (1990)>와 <킬빌 (2003)>의 아류작이라던, 세간의 논쟁도 완벽히 덮어버릴 수 있었기에 이들의 액션돌려막기에는 더 큰 아쉬움이 남는 순간이다.
▲ 악녀의 액션은 영화사에 남을만한 기념비적 장면들이 많지만, 그들의 돌려막기는 자신들이 만든 상아탑을 스스로 망가뜨리게 된다.
마치며...
영화의 시작, 1인칭 시점을 시도한 영화의 장면은 이미 <하드코어 헨리 (2015)>에서 써먹었던 장면이라는 점에서 새로울 것도 신선함도 없었다. 여기에 <올드보이 (2003)>의 전설적인 골목 액션신을 횡스크롤로 변형시킨 듯한 장면 역시 이미 써먹은 장면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을 자아냈다. 그렇지만 얼마지나지 않아 시점의 분리가 생겨나고, 그때부터 시작되는 액션은 이것이 바로 '칸의 기립박수'를 불러온 <악녀>의 액션임을 바로 느낄 수가 있었다.
그렇지만 짜릿한 전율도 잠깐. 예능에 나와 수많은 설레발을 친 김옥빈의 화려한 액션도 액션돌려막기라는 좌충수에 무너지고 말았고, 어디서 많이 본듯한 이야기들도 그대로 노출이 되고 말았다. 그때부터의 이야기는 화려함보다는 지루함이 앞섰고, 결국 무너져버린 그들의 액션이 모든것을 아쉽게 만들고 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의 언론에서는 <악녀>의 역동적인 화면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로튼 토마토 지수의 표본수는 적었지만, 75%(신선 6, 진부 2)라는 점수는 그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들 모두는 <악녀>의 뛰어난 화면에 큰 점수를 주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동시에 <니키타>의 아류스러움도 비판하고 있었다는 점은 역시나 아쉬움으로 남는다.
▲ 영화 개봉 후 진정한 컬크러쉬라는 찬사를 만들며, 수많은 여성팬들을 불러 모은 김서형의 모습 / 여담이지만, 김서형이 퀴어물을 찍고 싶다는 인터뷰 기사는 수많은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는 후문이 있다.
▥ 비추천 : 마지막에 웃는자가 승리한다는 말도 거짓인 듯.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없음
※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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