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흉내내고 싶었는지는 알겠지만, 따라하는 실력이 서툴렀다.
<리얼>은 해리성 정체 장애라는 독특한 소재를 중심으로 진짜가 가짜가 되고, 가짜가 진짜가 되는 이상한 세계에 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영화는 초반부터 주인공 태영에게 흔히들 '다중인격'이라 불리는 또다른 인격이 존재함과 그것을 없애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없애기 위해 누군가를 찾아가게 되고, 그 일이 불러온 사태는 태영의 인생에서 또다른 위험을 가져오게 된다.
영화의 이야기는 이처럼 '리얼'한 세계의 주인공은 과연 누군인가에 관한 질문을 던지며, 이야기를 몽환적 분위기의 일상으로 몰아넣게 된다. 마치 철가면의 모습을 보는 듯한 또다른 태영의 모습. 그리고 철가면이 그러했듯 이야기는 가짜였던 아이가 진짜의 왕좌를 넘보게 되며 예정됐던 흐름대로 흘러가게 된다. 여기에 또다른 변수로 연변 조직의 조원근과 태영의 애인인 송유화의 실종, 그리고 그 뒤에 카지노 시에스타와 신종마약 시에스타의 이야기를 섞으며, 영화는 몽환적 분위기를 제목처럼 진짜(리얼)를 찾는 수수께끼로 몰아넣게 된다.
여기서 '시에스타'란 스페인어권에서 '낮잠'이라 칭하는 문화로서, 영화 속 주인공들의 '진짜 찾기'와 '또다른 인격'의 등장이 가져올 비밀의 밝혀짐들을 포괄한다 할 수 있다. 영화는 이렇듯 수많은 이야기들을 한 곳에 섞게 되며, 어느 것이 진실이고 어느 것이 거짓인지 모를 몽환적인 세계를 창출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연출의 의도처럼 <리얼> 역시 모든 것들을 흐릿하게 몰고가며 관객들을 속이고 또 속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을 하게 된다.
그렇지만 이야기의 진짜 문제는 여기서 발생을 하게 된다. <리얼>이 꿈꾸는 것처럼 현실과 가짜(혹은 꿈 = 시에스타)의 경계선이 모호한 이야기는 기존에도 여럿 등장을 했었다.(각주1) 그렇지만 그들과 리얼의 이야기가 다른 점은 과거의 이야기들에서는 현실과 가짜의 경계선이 모호할 지언정, 각각의 세계는 뚜렷하게 구분이 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각각의 세계가 자신의 색깔을 분명히 하고, 그 것에서 각자의 세계가 침범당함에서 혼돈과 혼란이 발생하게 된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이사랑 감독의 입봉작에서는 이러한 세계의 구분이 흐릿했고, 이러한 흐릿함은 의도된 흐릿함이 아닌 연출의 미흡에서 발생한 흐릿함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게 된다. 이러한 점은 영화를 잘 만들었어도 '소가 뒷걸음질치다 쥐를 잡은 꼴'인데, 하물며 결과가 이렇게 나오고 말았으니 그 안타까움이란 말 할 필요가 없을정도다.
해리성 정체 장애라는 신선하고 독특한 소재를 가져왔지만 그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는 것은 연출의 힘에서 뚜렸하게 드러났고, 때문에 이야기는 자신들이 정의했음에도 그것을 분명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괴리가 발생하고 말았다. 때문에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는 이야기에서는 빈곳을 허세로 채울 수 밖에 없었고, 불행히도 그들의 조잡한 허세는 관객들에게 금세 들키고 말았다. 즉 아직은 이만큼의 이야기를 건드릴 실력은 아니었음에도 너무 큰 떡에 욕심을 부리고 만 결과가 이렇게 드러나고 만 것이다.
분명 <리얼>의 소재는 독특했고 과거의 이러한 이야기들이 그러했듯, <리얼> 역시 이러한 이야기를 잘 만 꾸몄다면 나머지는 기라성 같은 출연진들이 알아서 만들어 줄 이야기였음이 분명했다. 하지만 세 살짜리가 F1 레이싱카를 모는 듯한 연출은 보는 이들을 불안케 하였고, 연기 잘 하는 배우들까지 연기 못하는 사람처럼 보이게 만들고야 말았다.
마치며...
한 달 전 기사에서 <리얼>은 망했지만, 최진리는 살았다(기사 : ‘리얼’ 그래도 배우 최진리는 건졌다 - 뉴시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었는데, 영화를 본 지금 그 기사의 내용을 실감할 수 있었다. 짧지만 강렬한 그녀의 연기는 김수현과 더불어 극을 이끌고 가는 중요한 매개가 되었음은 분명했다.
<리얼>은 분명 매력적인 소재와 매력적인 배우들이 있는 영화였다. 감자 역시 이 영화를 처음 접한 곳은 조우진이라는 배우의 다음 작품을 찾던 중 제작정보를 알게 되었을 정도니, 이 영화에 출연한 성동일, 이상민, 조우진 등의 실력은 두 말 할 필요가 없음이 분명했다. 하지만 이렇게 좋은 재료들을 가지고, 이 만큼의 이야기 밖에 못만들었다는 것은 분명 아쉬움을 자아낸다. 특히나 뒤로 갈수록 자신들이 뿌려놓은 이야기들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해 몽환적인 이야기에만 기댔다는 점에서 그러함은 더욱 안타깝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진리의 발견이라는 점은 그나마의 위안을 주었다는 점에서 그녀의 다음을 기대해본다.
▥ 추천 : 최진리는 기억에 남는다.
▥ 비추천 : 모르는 데 아는 척하면 꼭 티가 나더라.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
※ 예고편
- 우연처럼 <아이언 마스크 (1998)>와 <인셉션 2010)>, <셔터 아일랜드 (2010)>의 이야기 모두 디카프리오가 출연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사랑감독이 디카프리오키드가 아닌지 궁금해진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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