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을을 지키고자 하는 자
불편함을 극도로 이용한 서스펜스의 수작!
<곡성>은 올 상반기에 등장한 한국영화들 중 손꼽히는 대작이 아닌가 싶다. 이는 흥행성적도 아니오, 오로지 그 내용만을 봤을 때도 최고에 가까운 영화가 아닌가싶다. 아마도 스릴러라는 장르만을 꼽았을 때는 <곡성>의 짜임새가 단연 으뜸이라고 감히 생각해본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주며, 관객들의 심리를 불안하게 만든다. 이러한 서스펜스적 관객몰이는 최근 몇년을 통틀어 가장 뛰어난 영화가 아닌가싶다. 여기에 앞뒤를 맞춰가며, 관객들과 수수께끼를 만드는 스릴러 또한 근래 본 영화들 중 가장 뛰어나다.
나홍진 감독의 전작(각주)들은 폭력의 미학이라 불릴정도로 뛰어난 폭력성을 보여줬지만, 이만큼 뛰어난 스릴러는 갖지 못했었다. 반면 <곡성>은 훌륭한 폭력적 장치는 없지만, 그보다 더 뛰어난 스릴러가 있다. 그럼에도 도저히 '15세 관람가'가 믿지기 않는 미장센들은 그가 여전히 가학적 장르물을 창조해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1
▲ 마을을 없애려 하는 자
이 영화의 시작은 성경구절에 대한 묘한 암시를 걸어놓고 출발을 알린다. 그 다음부분 마을의 기괴한 분위기, 그리고 마을 사람들의 시선은 온통 일본인에게 향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여기서 영화의 흐름은 관객들의 시선역시 일본인에게 향하도록 모든 의심의 물꼬를 일본인에게 터놓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일본인 = 나쁜놈"이라고 몰고갈 것 같던 영화는 종구의 분노가 일본인에게 미치는 순간부터 뭔가 의심이 발생하도록 장치하고 있다. 이러한 의심이 나는데는 종구의 행동이 일본인에게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로도록 장치한 것도 무관하지는 않다.
이때부터 영화는 무명인(천우희)와 종구, 일본인의 관계에 관해서 뭔가 미심쩍은 부분들을 남겨놓고 시작한다. 때문에 관객들은 누가 나쁜놈이고, 누가 이 일을 해결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혼동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러한 부분들은 감독이 장치해 놓은 밑밥들로 인해서 더욱 혼란스러워진다. 더구나 중반 이후 등장한 일평의 못 미더움도 이러한 혼란을 가중시키는 데 한 몫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감독의 흔들기 작전은 더더욱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곡성>은 장르적인 틀에서 본다면 스릴러라고 할 수 있지만, 전체적인 틀에서 본다면 감독과 관객의 숨바꼭질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관객들은 감독이 꽁꽁 감춰놓은 보물(비밀)을 찾기 위해 눈에 혈안이 되어 두리번 거리게 되는 것이다. 어쩌면 영화의 카피 중 하나인 "미끼를 물었다."는 영화 속 대사가 아닌, 관객들의 행동을 미리 예상한 것일지도 모르는 것이다.
▲ 그를 돕는 자
중반을 넘어가던 영화는 뒤로 가면서 또다른 장치들로 관객들을 흔들기 시작한다. 이때쯤이면 대부분의 관객들은 감독의 장난질을 눈치챘을 것이다. 일본인, 일평, 종구의 관계가 관객들에게 인식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하지만 감독의 못된 손은 이러한 인식됨을 또다시 흔들어버린다. 이때쯤이면 '누가 나쁜놈'그리고 또 '누가 좋은 놈'이라고 정의하기 시작한 관객들의 생각을 송두리재 흔들어놓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흔들기의 끝에는 분노로 인핸 광분해버린 종구들의 모습과 그의 희생자처럼 묘사되는 일본인인의 관계가 크게 미치는 것이다.
영화가 개봉 한 뒤, 나홍진 감독의 "종구역에 곽도원을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작업했다."는 인터뷰 기사를 본 적이 있었다. 영화 전반부에서 후반부로 넘어가면서, 표독스럽게 변해가는 종구의 모습을 본다면, 감독의 선택과 낙점이 얼마나 현명한 것이었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리고 곽도원으로 인해서 관객들은 완벽히 낚이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곽도원은 이번 '나홍진표 사기작전'의 일등공신이라 볼 수 있는 것이다.
<곡성>의 마지막부분. 관객들은 드디어 해답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감독의 장난질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또다시 흔들기' 하지만 이번에는 그 흔들기가 관객들이 아닌 종구를 흔드는 것을 보게된다. 이때쯤이면 이미 '누가 나쁜놈'인지를 대략 눈치챈 관객들은 이번에는 알고있는 사실로 인해서 불안감을 겪게 되는 것이다. 모른다면 불안하지 않을일을 일부러 알려줘서 불안감을 형성하게 만드는 것이다. 때문에 <곡성>은 최근 몇년 새 가장 뛰어난 서스펜스를 안겨주는 영화인 것이다.
▲ 그들에게 쫓기는 자
관객들은 해답지를 받은 줄로 알고 있기 때문에, 그 해답에 해설지도 끼워있을 줄로 알았다. 하지만 감독은 1번에 3번이라는 정답만을 알려줄 뿐. '푸는 것은 너희가 풀어라'며 매몰차게 돌아서버린다. 물론 여기까지 관객들을 데려온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재미는 얻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뭔가 개운치않음은 <곡성>에게 또다시 매달리는 비굴함을 안겨주는 것이다.
영화는 분명 무명인의 마지막 대사를 통해서 해설지가 어딨는 지를 알려준다. 그리고 그 판단은 관객들의 몫이다. 이러한 불칠절함은 일부 관객들에는 "뭥미?"의 실망감을 안겨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줄 것이다. 하지만 그가 보여준 불칠절함에는 이미 여러개의 생각들이 담겨져있기에, 대부분의 관객들은 깊은 생각과 함께 만족스런 대답을 얻어갈 것이 분명하다.
▲ 시작은 미약했으나...
서식
<곡성>의 마지막 부분, 종구는 무명인의 옷차림에서 의심을 하게된다. 히자만 옷들을 설명해준 것은 못내 아쉽다. 나뒀으면 더 많은 해석을 관객들이 스스로 찾아갈 수 있었을 텐데, 나홍진 감독의 최소한 배려는 오히려 독이 되어, 우리들의 몫을 빼앗긴 기분이 된다. 이러한 억울함의 근원 역시, 더 많은 것을 찾고 있음 기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영화가 얼마나 대단한지는 알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적 샤머니즘의 변용. 그리고 도입부의 성경 인용(각주)과 뒷부분의 일본인의 읊조림을 수미상관으로 배치한 점. 그로 인해 공감할 만한 스릴러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 등은 <곡성>의 뛰어난 스릴러를 더욱 돋보이게하는 장치가 아닌가 싶다. 이 영화의 투자자인 20세기 폭스측은 이 영화의 해외판권을 통한 리메이크 시도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한국 샤머니즘에 대한 이해와 그것을 오컬트화시키는 작업의 중요성을 어떻게 풀지도 궁금해진다. 2
▲ 하지만 그 끝은 참혹했다.
▥ 추천 : 한국도 대박 스릴러를 만들 수 있다는 점.
▥ 비추천 : 19금 스러운 15세 관람가.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 (번개치듯 스쳐가는 장면에서 얼핏 등장)
- 폭력성 : ★★☆
※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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