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종일관을 긴장감으로 몰고 가는 연출력
어느 날. 시작된 바이러스 감염자들의 공격. 그리고 영문도 모르고 달아나야 하는 상황. <부산행>은 2016년 최고의 흥행작 답게 이러한 소재들을 바탕으로 최고의 블록 버스터를 완성시켰다. 좀비와 한국이라는 자칫 생소한 단어를 멋지게 결합시킨 이 영화는 정말로 대단했다. 이야기를 꾸려가는 힘도, 그리고 배우들의 케미도 모두 대단하여 이야기를 정말 몰입감 있게 끌고 가는데 성공했다.
처음 시작은 한국땅에 이상한 바이러스가 있다는 것을 알려온다. 이미 많은 언론에서 이 영화가 좀비 영화임을 설명하고 있었기에, 관객들은 이미 그 바이러스가 어떤 것인지 눈치채게 된다. 그리고 다음 화면 화물차에 치인 고로니가 바로 일어나는 것을 본 우리는 이 다음의 화면이 좀비들의 공격이라는 것을 바로 알아차리게 된다.
<부산행>은 초반부터 몰입감이 굉장히 뛰어나다. 앞 뒤 설명도 다 잘라먹고, 바로 좀비임을 알리는 진행은 처음부터 관객들을 정신없게 몰아치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그 몰아침은 어디즈음에서 멈출까 싶었는데, 그 바람을 무참히 밟아 버리듯 런닝타임 118분을 가득 채운 긴장감으로 관객들을 괴롭힌다. 오죽하면 '어? 벌써 위기(각주)를 지나친거야?'하면 아직 영화는 전개(상승)을 지나치고 있을 만큼 영화가 보여주는 긴장감은 최근 등장한 한국 영화중에서는 가히 최고가 아닌가 싶다. 즉 위기도 미치지 않았는데, 영화는 정신 없이 관객들을 몰아부치고 있는 것이다. 1
▲ 좀비들을 뚫고 15호 칸에 도착한 석우. 하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때문에 관객들은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하다 할 수 있는 '왜?'라는 사실을 망각하게 된다. 대부분의 영화에서는 '왜?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는 거지?'에 대한 설명. 즉 배경 설명에 극 초반의 상당부분을 할애한다. 하지만 <부산행>은 이러한 과정이 없는 것이다. 시작부터 바이러스의 공격으로 시작되는 영화. 그러면서 알아야 될 사실을 깡그리 무시해버리는 영화. 초반부터 관객들을 정신없이 몰아부쳤기 때문에 관객들은 '왜?'라는 사실도 잊고 영화를 감상하게 된다. 즉 그럴듯한 거짓말이 그렇지 못한 상황들까지 싸그리 덮어버리는 데 성공을 한 것이다. 이러한 연출 기법이 있기 때문에 <부산행>의 1150만 관객 돌파도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
반면.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고, 1150만의 숫자에 비한다면 영화의 내실은 조금 빈약한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보잘 것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잘 해야 1000만을 바라 볼 영화가 1000만을 훌쩍 넘겨버렸다는 사실은 조금은 의아하다. 물론 배우들의 케미와 위에서 말한 연출의 대단함은 인정한다. 하지만 이 정도 사이즈의 영화에서는 있을 법한 관통하는 메시지가 없다는 점은 조금은 아쉬운 대목이다. 거국적인 메시지까지는 아니더라도 선명하게 어떠한 그림을 그렸으면 어땠을까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 것이다.
▲ 가족을 위해 좀비들을 뚫고 전진하려는 상화
마치며...
이 영화 정말 대단하다. 대단하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이 분명해보인다. 비록 선명한 메시지의 부재는 아쉽지만, 타임킬링용 영화로서 이만큼의 상업적 성공을 일궈낸 것은 정말 대단하다. 물론 쌍끌이와 한국영화 붐이라는 호재도 있었지만, 그 호재의 중심에 있는 것 또한 <부산행>임을 감안한다면, 대단하다는 말로 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특히 관객들을 끊임 없이 몰아치는 그 연출력은 새로운 상업영화의 신성이 탄생한 것이 아닐까 싶을 만큼 다음을 기대하게 만든다.
▲ 대전에만 도착하면 모든 것이 끝날 줄 알았는데...
▥ 추천 : 오랜만에 제대로 된 뻥을 구경하게 되었다.
▥ 비추천 : 메시지의 빈약함은 아쉽다.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없음
※ 예고편
- 극 문학의 구성 단계 중 발단 - 전개 - 위기 - 하강 - 대단원 중 위기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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