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에게 전통적 가치가 가지는 의미에 관하여: 고도 (古都,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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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의 줄거리 요약

  전통의 도시 교토에서 기모노로 가업을 이어가는 치에코(마츠유키 야스코)와 류스케(이하라 츠요시)는 점점 어려워지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도 그들의 전통을 꿋꿋이 지켜나간다. 그들에게는 마이(하시모토 아이)라는 딸이 있지만, 그녀는 부모들의 바람과는 달리 가업보다는 파리로 유학을 떠나 새로운 것을 배우고자 하는 욕망이 크다.


  한편 어린 시절 치에코와 헤어진 나에코 역시 유이(나루미 리코)라는 딸이 있고, 그녀는 파리에서 유학 중이다. 그러던 중 졸업작품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무엇을 그릴까 고민하는 마이에게 나에코는 어린 시절 치에코가 자신에게 준 오비(각주[각주:1])을 딸에게 건내어 준다.


  전통을 수호하고자 하는 이들. 그리고 전통으로부터 내일을 희망하는 자들이 바라 본 현재의 일본에 관한 가치관을 엿볼 수 있는 드라마.



▲ 전통을 지키는 치에코와 그녀의 딸 마이


전통의 도시 교토에서 일본인들이 생각하는 전통을 엿보다.


  일본인들에게 있어 교토란 '수학여행의 메카'쯤이 되는 도시이면서도, 그들의 전통이 살아 숨쉬는 도시이기도 하다. 일본 중고생들의 70% 가량이 찾는 수학여행의 도시. 동시에 그들이 가지는 장사에 관한 기술까지 일본 속의 일본은 그렇게 살아 숨을 쉬고 있다. <고도>는 오래된 도읍이라는 뜻처럼, 일본의 수도가 에도(도쿄)로 넘어가기 전까지 천년 가까운 세월을 수도(헤이안 시대)로서 일본을 지킨 도시 교토. 


  1968년 <설국>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동명 장편소설을 영화로 만들고 있는 이 작품에서는 제목의 그것처럼 이제는 오래된 것이 되어버린 교토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어린시절 쌍둥이로 태어났지만, 함께 할 수 없었던 나에코와 치에코 자매. 같은 듯 다른 삶을 살아야 했던 자매의 모습은 영화 속 이야기와 맞물려, 지금의 그들과 과거의 그들이 가졌던 모습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게 된다. 그들이 겪었던 과거와 지금의 모습은, 쌍둥이라는 그들의 모습처럼 닮은 듯 다른 듯한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아버지와 그 아버지 세대를 지켰던 가업이라는 정신들. 하지만 지금의 세대는 부모님 세대가 정해놓은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으로 향하길 원한다. 영화는 마이로 대변되는 가업의 다음 세대들의 고충을 그리며, 그들의 부모 세대 역시 동일한 고충을 겪었노라고 고백한다. 그저 해야만 하기에 짊어져야 했던 짐들. 부모들 역시 왜 자신이 그 짐을 짊어져야 하는 가에 대한 고민에 빠졌었고, 영화는 과거와 지금의 이야기를 공존시키며 <고도>의 의미를 전하게 된다.


  <고도>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아주 세세한 부분들까지 전통적 가치를 지키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의식처럼 차를 따르는 행위들부터, 손님을 받기 전 가게 앞에 물을 뿌리는 '우츠미즈(각주[각주:2])'의 행위들까지. 영화는 사소한 그것에서부터 전통의 가치를 수호하려는 이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그들이 가지는 전통적 의미에 관해 끊임없는 질문들을 던지게 된다. 동시에 전통 역시 시대의 흐름을 역행할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그들의 모습. 오비를 납품하는 거래처 사장의 폐업 인사는 그들이 가진 위기 의식을 잘 보여, 남은 자들이 짊어져야 할 무게를 함께 보여주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의 가치를 지켜야만 하는 이들의 모습. 부동산 업자의 권유에도 '우리들은 돈을 벌기 위해 이것을 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류스케의 대답은 그들에게 있어 전통이란 돈벌이의 수단이 아닌 지켜야 할 의무임을 엿볼 수 있게 된다. 그러면서도 그것이 결코 강요에 의해서는 완성될 수 없음을 보여주는 영화의 이야기. 결국 전통이란 쌍둥이 그것처럼 과거와 닮은 모습을 이어가야 하지만, 그것은 억지로 닮을 수 없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는 듯 하다.  마이처럼 전통을 지키고 있는 자. 유이처럼 해외에 나가서 새로운 문물을 배우고 있는 자. 그러나 결국엔 자신의 졸업작품에 나에코가 전해준 오비의 문양에서 영감을 얻는 유이의 모습을 통해서, 그들은 온고지신의 정신이 지금의 일본에 필요한 때라 말을 한다. 



▲ 가업을 이어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벗어나 파리로 떠나고 싶은 마이


마치며...


  영화의 마지막 장면, 유이와 마이는 서로를 응시하며 엔딩 크래딧이 올라감을 보게 된다. 같은 듯 다른 그들의 모습은 현재와 과거의 공존이자 그들의 내일이 전통의 미래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고도>가 하고 싶었던 진짜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고도>를 보게 되면 일본인 가지는 '문화부심'을 곳곳에서 엿볼 수 있다. 그것은 우리가 보기에는 '그 까짓 것'으로 비춰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일본이 가진 문화의 가치가 아니라, 그들이 가진의 문화를 대하는 태도가 아닐까 한다. 외세가 득실대는 이때, 자신들의 것을 소중히 여기는 일본인들의 태도만은 우리도 본받아야 하는 것은 아닐지 가만히 생각을 해본다.



▲ 정갈한 나에코의 손동작. 그들에게 전통이란 무엇일까?


요약
일본 드라마 117분
감독
사이토 유키
출연
마츠유키 야스코하시모토 아이나루미 리코아오이 레이나  더보기
홈페이지
koto-movie.jp








▥ 추천 : 전통적 가치에 대한 그들의 바람직한 태도는 부러움을 준다.

▥ 비추천 : 일본의 문화부심은 대단하지만, 원조는 다른 나라들이었다는 것.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없음



※ 예고편



  1. 기모노의 허리 부분에서 옷을 여며주고, 장식하는 띠 [본문으로]
  2. 과거 흙길이었던 시절, 가게 앞에 먼지를 날리지 않게 한다는 의미가 지금까지 전해져, 가게 앞을 깨끗히 하여 손님을 맞는 행위가 되었다고 함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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