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카코의 영역에 들어온 미키코
어디를 가리키는 모를 이상한 이야기는 전형적인 일본 영화스럽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상함. 18년 전 죽은 줄로만 알았던 딸이 등장했는데, 엄마는 '죽었던 것이냐?'라는 알 수 없는 질문을 던진다. 카코는 운하에 악어가 사는 지 궁금하지만, 막상 사람들의 질문에는 퉁명스럽기만 하다. 오죽하면 그녀의 엄마는 '매일 화가 나있다'라고 했을까. 카코가 좋아하는 야스노리는 과거 유괴되었던 경험이 있다. 그래서 '유괴되었던 아이는 유괴범이 된다'라는 황당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카코의 아빠인 타이치(이타오 이츠지)는 18년 만에 나타난 미키코를 바라보는 눈초리가 꼭 연인을 보는 것만 같다. 그래서 카코는 할머니의 식당 주방장인 이탈리아인에게 '아빠가 미키코와 잤을까?'라는 질문을 던져보지만 해답은 없었다.
이상은 <불쾌한 과거>의 이야기다. <불쾌한 과거>의 이야기는 불쾌하다라는 제목과는 달리 오히려 이상하다. 위에서 써놓은 것처럼 인물의 관계도 이상하고, 관계를 유지하는 등장 인물의 케릭터는 더 이상하다. 그러나 제일 이상한 것은 그 중심에 있는 미키코다. 동네 어디에서 있을 법한 전설의 인물. '왕년에 누가 무엇을 했더라'의 '~카더라'식 무용담에 등장 할 것만 같은 인물이 꼭 미키코다. '어린시절 폭탄 제조에 빠져서, 친구의 손을 날아가게 했더라'부터 시작해서 '야쿠자 사무실을 폭파했다더라'로 끝나는 그녀의 무용담은 화려함을 넘어서 괴기스럽기까지하다.
그러나 이 영화를 가만히 살펴보면 그 가운데는 정(情)이 있음을 알 수 있는다. 어찌보면 그것은 사랑(愛)이 될 수도 있는데, 미키코와 카코의 관계가 바로 그러하다. 이 사고들의 중심에는 일본식 사고의 전형성을 발견하게 된다. 나의 과거가 너의 미래가 되는 이야기. 환생, 부활 등 마치 특별한 날이 되어서 찾아오는 인물이 알고보니 나의 OO이더라는 이야기 역시 일본인들의 사고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됨과 동시에 이전의 미키코 전설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이런 것들을 종합해보면 미키코와 카코의 관계가 만들어내는 이야기에서 떠오르는 사랑(愛)은 아마도 모성애가 아닐까 한다.
이 영화는 가족의 발견이라는 의미를 일본식 사고로 풀어내고 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야기는 돌고 돌아 카코와 미키코로 향하게 된다. 그녀들이 만드는 폭탄의 의미는 진실을 터뜨리기도 하고, 곪았던 상처 역시 터뜨린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것 역시 사랑이 된다. 미키코가 생전에 못했줬던 모든 것을 집대성한 사랑이 된다. 그래서 미키코는 자신의 알고 있는 모든 정수를 담아서 폭탄 속에 넣어둔다. 카코의 바람은 미키코가 전해준 그것을 통해서 미키코가 있는 세상으로 넘어가는 것이지만, 미키코는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다만 운하에 악어는 있었고, 죽은 줄로 알았던 악어가 살아날 때 그 속에서 미키코를 발견한 카코의 환환 웃음(각주)이 남았다는 점이다. 1
▲ UFC가 되어버린 카코와 미키코의 싸움
마치며...
<불쾌한 과거>의 이야기는 상당히 호불호가 있을 듯 하다. 제목에서 전해지는 불쾌하다의 모습은 카코의 불쾌함을 닮았고, 카코와 연관이 있는 미카코의 이야기같기도 하다. 여기서 과거라 함은 18년 전 그날의 이야기를 지칭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영화는 카코와 미키코의 이야기가 분명하다. 두 사람이 만드는 앙상블은 그래서 더욱 진한 여운을 전해주게 된다. <불쾌한 과거>는 진짜로 불쾌하진 않다. 그리고 과거의 이야기도 아니다. 오히려 기분이 좋고, 미래의 이야기 일 수도 있다. 즉 미키코라는 과거는 미래의 카코가 된다. 이것이 바로 영화가 전달하고자하는 진짜 의미가 되며, 그들의 불쾌함이 터질때 우리는 행복함을 느끼게 된다.
이 영화의 이야기는 굉장히 기분 좋은 결말이 있다. 어디로 튈지, 어디를 향하는 지 모를 이야기의 불친절함은 불편함이 될 수도 있지만 알고보면 굉장히 유쾌함을 발견하게 된다. 니카이도 후미가 연기하는 카코의 뾰롱퉁한 표정이 마지막에 환한 웃음을 지을 때, 우리 역시 환한 웃음을 짓게 된다. 이것이야 말로 <불쾌한 과거>가 지니는 진짜 힘이 아닐까 싶다.
- 관련리뷰 니카이도 후미의 다른 영화들 보기
▲ 바람잘 날 없는 카코 패밀리의 일상. 과연 이들의 앞 날은 어떻게 될 것인가?
▥ 추천 : 사랑이라는 이름이 지니는 진짜 행복.
▥ 비추천 : 산만한 것 같고, 뜬구름만 잡는 것도 같은 이야기는 어디로 향하는지 난감할 수도 있다.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없음
※ 예고편
- 카코는 레이의 딸과하는 대화에서 똑같은 짓의 반복이 현재이며, 때문에 재미없기는 네가 학원을 가는 것과 동일하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랬던 그녀가 미키코의 등장과 함께 환한 웃음으로 결말이 난 것은 카코의 미래에 대한 밝음도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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