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바다와도 같은 치유의 과정들 - 바다의 뚜껑 (海のふた, There Is No Lid on the Sea,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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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의 줄거리 요약

  도쿄에서 돌아온 마리(키쿠치 아키코)는 집근처에 빙수가게를 준비하던 중 엄마 대학 동창의 딸인 하지메(미네 아즈사)를 맡게 된다. 얼굴에 화상이 있는 하지메는 화재로 할머니를 잃고 마리에게 의탁되던 중 마리의 빙수가게를 돕게 된다. 그러면서도 심하게 몰려는 슬픔으로 인해서 아픔을 느끼는 하지메에게 마리는 바다로 데려가며, 그녀에게 무언가를 극복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한편 마리의 죽마고우 오사무(코바야시 유키치)는 마리가 도쿄로 떠났다가 돌아올 때까지 마을 지키고 있었지만, 이제는 변해버린 마을에 점점 힘이 부치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런 오사무에게 마리는 변해버린 마을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지만, 오사무는 그녀가 현실을 외면하고 있었다며 마리에게 화를 낸다. 하지만 그때는 마리도 오사무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전혀 눈치채기 못하고 있었는데...




바다의 뚜껑 There Is No Lid on the Sea, 2015 제작
요약
일본 드라마 2016.09.29 개봉 전체관람가 84분
감독
토요시마 케이스케
출연
키쿠치 아키코미네 아즈사코바야시 유키치아마기 오리메 더보기
누적 관객수
2,001 명 (2016.10.26,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역대 박스오피스
홈페이지
uminofuta.com




치유의 과정이 만들어내는 조용한 앙상블


여름의 끝자락, 바다에서 헤엄을 치네.

누가 마지막으로 바다에서 나왔나, 

마지막에 나온 사람이 바다의 뚜껑을 닫지도 않고 돌아가 버렸네.


  - <하지메의 노래 中>


  하라 마스미의 '바다의 뚜껑'은 요시모토 바나나의 '바다의 뚜껑'이 되었고, 이제 그것은 영화 <바다의 뚜껑>이 되어서 우리 곁에 찾아왔다. 이 영화에는 두 명의 여인이 등장한다. 도쿄에서 무대 미술을 공부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마리는 집 근처 허름한 창고를 빌려 빙수가게를 내겠다는 큰소리를 친다. 그리고 만나게 된 얼굴에 상처가 있는 소녀. 그 아이는 갑자기 밀려오는 슬픔으로 인해서 울음을 터트리고 난 후 슬픔이 지나가면, 지금을 견딜 수 있다며 후련한 표정을 지어보인다.  

  여기에는 치유라는 흔한 문법이 등장한다. 그리고 치유의 과정을 구성하는 등장인물의 구성 역시 흔하디 흔한 문법을 답습하고 있다. 상처를 입은 아이, 그리고 그 아이와 살아가며 자신이 몰랐던 자신에 관해 알게 되는 여인. 이처럼 구성원과 갈등의 요소는 지극히 단순하고, 클리셰를 그대로 가져오는 무리수를 던지는 것 같지만, 영화에는 그것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진부하지 않게 던지는 요소가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일본식 슬로우 라이프는 이들의 치유의 과정이 가지는 의미를 조용하게 관망하도록 관객들을 유도하며, 그녀들의 이야기를 느린 호흡으로 풀어내려 하는 것이다.


▲ 하지메라는 아이를 맡게 되는 마리



  현재가 가지고 있는 아픔을 외면했던 여인. 그녀는 귀향이라는 허울좋은 명목을 가지고 돌아왔지만, 그녀의 아픔 뒤에는 무대 미술에서 도망친 그녀의 아픔이 자리잡고 있다. 마리의 죽마고우 오사무의 말처럼 그녀가 외면했던 현실은 그녀의 또다른 아픔이 되고 있다. 그러던 중 또다른 아픔을 가진 하지메를 보게 되는 마리는 친구 오사무의 아픔조차도 하지메를 통해서 바라봐야 할 만큼 그녀가 가진 외면의 깊이는 너무도 골이 깊은 듯 하다.

  <바다의 뚜껑>에서는 누군가 바다의 뚜껑을 닫지도 않고 돌아가 버렸기에 그대로 열려 버린 바다에 관해 이야기를 한다. 여기서 바닷가 마을이라는 배경은 아직 뚜껑이 닫히지 않은 그녀들의 이야기를 대변하고 있는 듯히다. 그리고 우리는 극의 초반 그 닫히지 않은 바다를 가지고 있는 여인이 하지메 일 것이라고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극이 진행될수록 진짜 닫히지 바다를 안고 있는 것은 하지메가 아닌 마리라는 것을 알게되는 관객들. 어쩌면 점점 자신을 극복해가고 있는 하지메와 달리, 빨간색 빙수를 외면하는 마리에 말로 진짜 아픔을 안고 있는 여인이라는 것을 영화는 말하고 있는 것인도 모른다.

  그리고 마리가 하지메를 통해서 점점 무언가를 깨닫게 되는 과정은 지극히 조용하지만, 그 과정이 주는 이야기는 결코 조용하지 않은 울림을 전해준다. 결국 오사무가 떠나가던날. 그리고 하지메가 물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던날. 마리는 자신이 못보고 있던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며, 마리도 성장을 하게 되는 것이다.


▲ 어느 날 오사무는 마리에게 함께 불꽃놀이를 하자고 말을 하지만, 마리는 그것이 오사무의 작별인사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다.


마치며...


  <바다의 뚜껑>이 보여주는 치유의 과정은 지나치리만큼 조용하다. 이 점은 영화의 극명한 호불호가 되고 말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일본식 슬로우 라이프는 지루함을 안겨줄 수 있지만, 요시모토 바나나의 문체가 그대로 묻어나는 듯한 극의 진행은 보는이를 편안하게 해준다. 때문에 이 과정이 지루하게 비춰질지언정, 진부하게 비춰지지는 않는 까닭인 것이다.


  극의 마지막 마리는 그녀가 거부하던 빨간색 빙수를 준비하는 모습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녀의 가게도 활기찬 손님들로 가득하며 극의 마무리를 희망차게 수놓고 있다. 때문에 우리는 변화된 마리의 모습을 통해서, 극이 지향하고 있는 가치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것을 조금은 짐작하게 된다. 그리고 그 희망찬 미래를 엿보는 것만으로도 관객들은 기분좋음을 느끼게 될 것이 분명하다. 때문에 이 영화는 그녀들의 치유의 과정이자, 관객들의 치유의 과정이기도 한 것이다.



▲ 물의 공포를 극복하게 된 하지메. 마리도 하지메처럼 자신을 극복할 수 있을까?



▥ 추천 : 담백한 치유의 과정이 주는 조용한 울림.

▥ 비추천 : 극에 젖어들지 못하면, 심하게 지루할 수 있다.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없음



※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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