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변가에서 커피 전문점을 연 미사키
일본인이 잘하는 방식으로 이야기하는 가족의 의미
일본인들은 음식을 주제로 한 이야기에 소질이 많은 것같다. 거기에 인생의 주제를 담백한 화법과 그들 특유의 슬로 라이프를 더한 문법은 언제나 잔잔하면서도 깊은 이야기를 잘 던지고 있다.
<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 잔>은 해변마을의 작은 카페 '요다카'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우리말 쏙독새는 낮은 곳에서 빛을 내는 존재로, 일본에서는 하잖지만 언제가 빛을 발하는 존재쯤으로 형상화되기도 한다.
영화는 어린시절 부모님의 이혼 후 한 번도 보지 못한 아버지의 소식을 듣는 것으로 시작된다. 어느날 갑자기 알게된 아버지의 부고. 먼 곳에서 '잘 지내려니'했던 존재는 실종된지가 8년이 되었다는 소식으로 미사키를 찾아온다. 그리고 그가 남긴 해변가 작은집의 소재도. 자신이 사는 동네에서 나름의 이름을 얻고 있던 미사키는 가게를 정리하여 아버지가 남겨준 집으로 찾아가게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요다카 카페'를 열고 아버지를 기다리는 미사키. 그에게 실종이란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될 것'이라는 의미가 되었고, 그곳에서 아버지를 기다리게 된 것이다.
▲ 문제가 많은 에리카의 가정
<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 잔>는 잔잔하다. 그리고 그 안에서 인생의 참의미에 대한 질문도 던지고 있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음식과 인생의 의미를 묶는 그들의 이야기들에 연장선상에 서있는 것 같다. 심야에 밥을 지으면서도 (심야식당, 2015), 도리야키를 만들면서도 (앙, 2015), 포도밭을 일구면서도 (해피 해피 와이너리, 2014) 인생의 참의미를 찾던 그들의 노력이 담겨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참인생의 의미를 찾던 영화는 어느새 가족의 화합으로 이야기를 연결시킨다. 이러한 전개는 미사키가 에리카의 옆집에 이사왔을 때 부터 이미 예견된 사실이다. 하지만 진부함에도 불구하고 예견된 감동의 모습까지 진부하지는 않다. 오히려 뻔한 이야기에서 뭉클함을 배로 만드니, 희한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뻔한 이야기에서 아는 감동을 뽑아내면서도 뭉클함까지 얻어내는 것이 <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 잔>이 가지는 묘한 매력이 되는 것이다.
▲ 미사키를 통해서 가정의 의미를 찾아가는 에리카
마치며...
일본인들의 담백화법에는 묘한 매력이 있다. 진부한 이야기를 진부하지 않게 만드는 매력. 그리고 항상 똑같은 주제를 이야기하는 것 같으면서도, 뭔가 다름을 계속해서 만들어내는 매력은 그들의 독특한 창의력이 아닐까한다.
때문에 <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 잔>에도 그러한 매력이 있다. 제목부터 많이 본 듯한 글씨를 던지지만, 뻔한 감동을 뻔하지 않게 만드는 매력에는 끌림이 있다. 하지만 담백한 화법을 싫어하시는 분들은 지루함이 강하게 느껴질 수 있으니, 주의하시길 바란다.
▲ 미사키의 가게을 도우며, 점점 활기를 찾아가는 에리카
▥ 추천 : 담백함에 끌리는 매력이 있다.
▥ 비추천 : 뻔하고, 지루할지도...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없음
※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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