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화와 원작의 포스터 비교
뭐야? 하다가도 그냥 '피식'하고 웃게 된다.
줄거리를 보면 알겠지만, <세토우츠미>는 세토와 우츠미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영화다. 가즈야 고노모토(此元 和津也 - 각주 1)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이 영화는 진짜 별 것이 없다. 그냥 세토와 우츠미가 강가에 있는 벤치에 앉아있다가 썰렁개그로 런닝타임 75분을 채우는 것이 주된 내용이고, 변화라고 한다면 이들의 옷차림과 지나가는 사람 몇 명이 전부. 그냥 세토가 말도 안되는 개그를 던지면, 우츠미는 굉장히 냉소적으로 그 개그를 받아주는 시덥잖은 만담이 이야기의 주된내용이다.
그렇지만 왠지 세토와 우츠미의 대화에는 허무한 웃음이 터져나오게 된다. 예를 들어 이들의 개그는 다음과 같은데,
- 세토 : 내 방에말이야, 이따마한 개미가 나왔어 (손 모양을 가슴너비로 벌린다). 마치 성인 여자 가슴만하다.
- 우츠미 : (놀라며) 이아, 뭐야 그게. 어떡했어 그거?
- 세토 : 그냥 죽이기는 싫고, 인터넷에 보니 목초액을 싫어한다고 하길래 방에 살포를 했어.
- 우츠미 : 그랬더니?
- 세토 : 그랬더니, 할아버지가 집을 나갔어...
- 우츠미 : -_-;;;
그 후 둘이 티격태격, 얼마간 둘이 그렇게 썰렁하게 싸우다가 저 멀리 귀신같은 사람이 지나가고, 둘이 놀라고, 그때 세토가 '아! 우리 할아버지네' 하면서 순간 정적이 흐르는 식의 개그가 <세토우츠미>의 근간을 이루는 썰렁개그다. 때문에 이 영화를 처음 보게 되면 '얘네 뭐야? -_-;;' 하는 병맛을 느끼고 만다.
그렇지만 이들이 만드는 병맛은 보다보면 어느 순간 실소가 터져나온다. 나도 모르게 '피식~'하고 웃게 되는 이들의 개그는 영화의 압권이 된다. 때문에 개그코드만 맞는다면 이들의 허무(라고쓰고 '병맛'이라 읽는다)개그는 깨알같은 웃음을 줄 것이 분명하다. 대신 개그코드가 맞지 않다면 이 영화는 과감히 패스하는 편이 좋을 것으로 사료된다. 영화가 보여주는 이야기는 이렇다 할 행동도 없고, 오롯이 이들의 만담에 의해서만 모든 것이 전개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호불호도 강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이는데, 동시에 이들의 허무하고 깨알같은 이야기를 듣다보면 어느 덧 그 속에 푹 빠져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특히 병맛 케릭터인 세토 역의 스다 마사키가 보여주는 표정 연기는 이 영화를 살리는 가장 중요한 키 포인트가 되고 있다. 원래도 가벼원 역할로 자주 등장하는 마사키지만, 그의 역량은 이 영화에서 가장 빛을 발한다. 때문에 세토를 한심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이케마츠 소스케(우츠미 역)의 표정까지 살아나게 된다. 이 둘의 케미가 만들어내는 깨알 웃음이 극을 이끈다는 것으로 볼때, 세토우츠미의 재미는 이들의 케미가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이들의 황금 케미가 빛날때 우리들의 배꼽은 더욱 큰 웃음을 짓게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 세토의 꼬리잡기와 그것을 한심하게 쳐다보는 우츠미의 대조가 묘한 웃음을 유발시킨다.
마치며...
감자는 허무하고 썰렁한 개그에 별다른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일명 웃알못이다. 그렇기에 <세토우츠미>의 썰렁한 허무개그에는 무표정으로 시작됐던 감자의 표정이지만, 어느 덧 피식거리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을 때 이 영화에는 뭔가가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두 주인공의 황금 케미가 만들어내는 것임을 발견했을 때, 역시 일본의 젊은 신성들이 펼치는 연기의 향연은 대단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무엇보다 이들의 개그를 보다보면, 결국 승자는 그들이었음을 발견하며 이땅의 루저들에게 박수를 보내게 될 것이다. 땀을 흘려야 청춘인 것도 아니오, 무엇에 몰두에만 청춘인 것도 아니다. 그저 청춘이기에 우리는 그들을 청춘이라 부른다. 때문에 길에 흘려도 좋은 그들의 무의미한 청춘의 낭비는 소소한 행복과 재미를 주는 지도 모른다.
< ※ 10.5 추가 : 작가명에 관한 궁금증은 아래 正月님께서 답변을 해주셨으니, 댓글을 참조 바랍니다. ^^>
▲ 이러한 병맛 표정은 스다 마사키만이 할 수 있는 전매특허가 아닐지.. ㅎ
▥ 추천 : 칠수와 만수는 이들의 개그를 보고 배꼽을 잡을 듯.
▥ 비추천 : 개그코드가 맞지 않는다면 과감히 패스!- 此元 和津也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몰라서, 아는 일본인에게 SNS로 물어봤더니 그 역시 난감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작가의 이름을 정확히 아시는 분은 피드백 부탁드립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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