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인 호소력의 힘은 강하나, 우리들을 울릴만한 감동에는 거리감이 생긴다.
1966년 9월 30일. 보츠와나 공화국은 영국령 베추어나랜드에서 독립을 하게 된다. 이 영화는 당시 베추어나랜드의 왕위 계승자 세레체와 영국인 여인 루스의 사랑을 하게 되지만, 영국의 반대에 부딪히게 되는 과정. 그리고 그 가운데 부족의 독립을 꿈꾸게 되는 세레체와 그를 돕는 사람들의 노력을 그리면서, 아프리카에서 가장 민주적인 공화국인 보츠나와가 탄생까지의 우여곡절을 함께 녹여내고 있다.
영화에는 1940년대 영국이 가지고 있던 수많은 차별. 특히 아프리카계 인종이 당했던 차별에 관한 이야기를 던진다. 당대 영미권에서 행해졌던 차별. 아프리카계 인종은 먹는 물도, 들어갈 수 있는 문도, 들어갈 수 있는 곳도 모두 차별을 받았다. 즉 좋은 건 백인 몫. 나머지는 아프리카계 인종의 몫. 수많은 영화들에서 당대의 인종차별을 논할 때 반드시 등장하는 소재들. 하도 들어서 지겨울 법도 한 인종차별이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인종차별이란 몇 번을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는 단어인 것 같다.
▲ 모두가 반대하는 결혼을 선택하게 된 루스와 세레체
그리고 <어 유나이티드 킹덤>은 거기서 한 발자국 더 들어가, 백인들의 나라에 지배당할 수 밖에 없었던 그들의 아픔도 함께 녹여내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그려진 그들의 착취와 차별, 그리고 억압의 삶. 영화는 그런 모습을 드라마틱한 세레체와 루스 부부의 이야기로 잘 녹여내며, 흑백의 갈등을 좀 더 잘 부각시키게 되는 것이다.
다만 이렇게 그들의 아픔을 녹여내고 있는 영화지만, 건국일지는 조금은 지루하게 다가오는 감이 있다. 이야기가 요구하는 결과는 눈에 보이고, 그들의 갈등 역시 그리 다이나믹하게 비춰지지 않는다는 점은 이야기를 밋밋하게 만든다. 즉 인종차별은 몇 번을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지만, 똑같은 드라마의 틀은 몇 번을 보다보면 지루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러한 아쉬움은 이야기가 다큐에서 영화로 확장시킴에 있어 소극적이었던 탓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실화에 바탕을 두고 만들어졌다지만 거기에 픽션을 더해 영화로 만들었다면, 관객들의 호기심을 끌만한 장치들이 더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었는지 궁금해지는 것이다. 때문에 이야기가 가지는 공익성은 이해가 되지만, 흥미를 끌만한 소재는 부족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게 되는 것이다.
▲ 실제 루스, 세레체(우)와 그들을 연기한 로자먼드 파이크, 데이빗 오예로워 (좌)
마치며...
<어 유나이티드 킹덤>이 보여주는 이야기는 분명 감동의 물결을 전해준다. 하지만 여기에 드라마틱한 MSG 한 방울이 섞였다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것은, 영화가 조금은 밋밋하게 전해졌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들의 건국과 독립의 스토리는 분명 감동적임에는 틀림이 없다. 특히나 식민치하에서 벗어난 우리들로서는 그들의 독립에 박수를 보냄 역시 의심할 나위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로서 이야기를 꾸몄다는 것 자체가 극적요소를 기대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본다면, 어쩔 수 없는 아쉬움은 남게 된다는 점 역시 단점으로 남을 것 같다.
그럼에도 이 영화의 평점은 매우 높은 편이다. IMDb 평점은 6.7점, 로튼 토마토 지수는 82%로 매우 높은 점수를 보여주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의 노고와 결과에 박수를 보내지만, 극적요소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점은 어쩔 수 없는 한계로 비춰진다.
▲ 모든 시련을 함께 겪어야 하는 두 사람. 과연 이들의 앞에는 희망찬 미래가 준비되어 있을까?
▥ 추천 : 인종과 국경을 뛰어넘어 새로운 역사를 만든 그들에게 박수를.
▥ 비추천 : 극적요소가 부족한 것은, 영화로서 아쉬움이 남는다.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없음
※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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