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하고, 뻔하고, 이유도 흐릿하지만, 결과는 감동스러웠다.
자신을 버려둔 어미에게서 3년 만에 날아온 엽서에는 '곧 데릴러 가겠다'는 내용의 글이 담겨있었고, 그것을 찰떡같이 믿은 소녀는 지금 있는 곳 따위는 어떻게 되어도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기약없는 약속은 소녀를 삐뚤어지게 만들었고, 결국 소녀는 트토터 아줌마가 있는 곳까지 오게 된다. 그러다 만나게 된 사람들. 따뜻한 트로터 아줌마. 지혜로운 핸돌프 할아버지. 그리고 소녀에게 진짜 지식을 알려주는 해리스 선생님(옥타비아 스펜서)까지. 이들의 노력은 소녀의 마음을 되돌리게 되고, 소녀는 또래의 귀여움을 되찾게 된다.
이 영화는 이처럼 어른에게서 상처받은 한 소녀가 다른 어른들을 통해서 치유를 받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성장 드라마다. 다만 가족영화라는 것이 그러하듯. 이 영화 역시 뻔하디 뻔한 내용으로 한 아이의 성장과정을 묘사하고 있다는 점은 조금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소녀가 책장에 올라갔더니 책이 무너지고 그 안에 돈이 있었다'는 수법 역시 이러한 영화들에서는 흔히 보였던 연출이기에 극의 내용은 별다른 것 없이 뻔하게 흘러가는 듯 했다. 더구나 소녀가 개과천선을 하게 되는 과정에 대한 묘사는 흐릿했기에, 그러한 불신은 더욱 커지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 질리를 진심어린 조언으로 대해주는 해리스 선생님
하지만 이 영화가 가족영화라는 점은 클리셰의 범위에서 조금은 용서가 가능하게 만들어준다. 자극적인 화학 조미료를 대신하여, 건강한 천연 조미료를 사용하는 과정이란 어쩔 수 없는 클리셰가 발생한다고 할 때 이 영화의 진부함은 그럭저럭 용서할 만한 수준이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천연 조미료의 담백한 맛이 뒤로 흘러갈수록 진가를 발휘하게 된다는 점이 아닐까 한다. 영화의 담백함은 뒤로 갈수록 사골 국물과 같은 진한 감동으로 이어지게 되고, 소녀가 진정한 가족애를 깨닫는 과정은 불편하지 않은 모습으로 또다른 재미를 주고 있다.
때문에 이 영화는 건전한 재미와 진정한 가족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불편하지 않게 던짐으로서 관객들에게 진한 감동을 전해주게 된다. 때문에 비록 유치하고, 뻔하고, 흐릿했던 과정들은 어느새 용서가 되고 우리에게는 감동이란 이름만이 즐거운 모습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 트로터 아줌마의 집으로 오게 된 질리는 여전히 불만가득하다.
마치며...
가족영화란 지나치게 자극적인 조미료 보다는 건전하고 담백함에서 진한 감동이 감동이 우러나오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위풍당당 질리 홉킨스>야 말로 후자의 감동에 어울리는 영화가 아닐까 한다.
이 영화는 '1979년 뉴베리 명예상과 내셔널 북 어워드를 받은 작품으로, 당찬 열한 살 소녀 질리가 세 번째 위탁모인 트로터 아줌마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톡 쏘는 질리의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는'(각주) 1캐서린 패터슨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뛰어난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서인지, 영화의 모습 또한 감동스러움을 잘 전달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때문에 영화의 이야기는 모든 세대에게 골고루 감동을 전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위풍당당 질리 홉킨스>는 평점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IMDb 평점은 6.5점, 로튼 토마토 지수는 65% (신선 11, 진부 6) 등 평단 및 관객들의 평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영화의 담백하면서도 감동스러운 모습은 많은 사람들에게 만족감을 준 것으로 생각된다.
▲ 새로운 학교에서도 여전히 사고뭉치인 질리. 과연 질리에게도 봄날이 찾아오게 될 것인가?
▥ 추천 : 담백함이 만들어낸 진한 감동.
▥ 비추천 : 가족영화가 가지는 어쩔 수 없는 유치함.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없음
※ 예고편
- 책의 서평 인용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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