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우화가 들려주는 레이거노믹스의 모순에 관하여: 아메리칸 페이블 (American Fable,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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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의 줄거리 요약

  1980년대 한 농가. 평화로운 가족들이 모여사는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자살로 목숨을 끊고 있었다. 기티(페이튼 케네디)가 사는 농가 역시 불황의 늪을 피해가지 못했고, 기티의 아빠(킵 파듀)는 16%라는 고리로 농장을 잃을 처지에 놓인다. 


  다음 날 길티는 마을의 또래들과 함께 사람들이 떠나버린 농가에서 놀던 중. 곡물 저장소에 누군가가 갇혀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자신을 조나단(리차드 쉬프)이라 부르는 그는, 무언가에 쫓기는 듯 절대로 자신이 갇혀있는 사실을 발설하지 말아줄 것을 부탁하게 된다.


  그렇게 친구가 되어가는 조나단과 기티.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아빠와 엄마(마시 밀러) 앞에 베라(줄레이카 로빈슨)라는 여인이 나타나면서, 조용했던 균열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다. 갇혀있는 자. 그리고 그를 없애려는 자. 과연 기티가 본 것은 무엇이며, 그것들은 무엇을 뜻하고 있는 것일까?




1980년대 미국 농촌 위기가 불러온 암울한 동화


  먼저 <아메리칸 페이블>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1980년대를 끌고 온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1981년 ~ 1989년까지 미국을 끌고 온 그들의 행보는 그의 취임 직후인 1982년부터 일어난 본격적인 불황으로 미국경제를 파탄으로 몰아넣게 된다. 영화 속 뉴스에서도 잠깐 언급되었듯, 레이건 행정부가 들어선 직후 과거 700만 개가 넘던 크고 작은 농장들이 1982년엔 200만개로 줄어들게 되며, 농촌사회에도 큰 타격을 입히게 된다. 1979년부터 불기 시작한 불황은 1982년에 들어서 최악의 사태를 맞게 되는데, 영화 속 배경이 되는 미국 중서부 지역의 철강사업은 몰락하고 가족농가들은 고금리로 자신들의 가업을 헐값에 빼앗기게 되는 것이다.


  바로 <아메리칸 페이블>은 최악의 불황이 이어지던 1982년을 모델로 하여, 불황과 고금리에 허덕이던 레이거노믹스의 모순을 꼬집는 우화를 선보이게 된다. 초반부터 많은 이야기를 던지며 시작을 하는 영화의 뉴스에서는 당시의 경제 불황과 그것이 농가에 미친 영향을 암울한 목소리로 떠들고 있으며, 영화의 주인공인 길티의 가족들 역시 우유 하나 마음껏 살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이처럼 영화를 보다보면 여기서 많이 등장하는 것 중 하나가 재밌는 이야기를 원하는 길티의 행동과 언론을 통해 등장하는 레이건의 목소리가 아닐까한다. 두 가지 이야기 모두 <아메리칸 페이블>이 가지는 풍자적 기능의 일환이라 볼 수 있는데, 먼저 영화의 빈틈을 채우는 레이건과 언론의 목소리는 당대의 무능함을 잘 보여주게 된다. 특히나 레이건이 던지는 이야기에 '개소리 (bullshits)'이라 욕을 하는 마틴(Gavin MacIntosh)의 목소리는 정부에 대한 그들의 불신과 불만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 된다. 여기에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달라는 기티의 소원은 그들의 바람과 연결이 되고 있다.  '무섭지만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이야기. 기티의 바람이기도 한 그 이야기는 그들 모두의 소원을 대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즉 금은 무섭지만, 끝은 해피엔딩이 되길 바라는 작은 농가들의 희망사항이고 한 것이다.



▲ 버려진 농가의 우물에서 발견한 '농장이 날 죽게 했다'라는 문구




  그렇게 흘러가던 영화는 뒤로 가면서 '사자와 쥐'에 관한 우화를 던지게 된다. 먼저 조나단이 꺼낸 그 이야기는 아빠에 의해 전부가 드러나게 되는 데. 자신을 구해주면 고마움을 표할 것이라는 조나단의 목적과는 달리, 아빠의 해석 속 사자는 포악하고 절대로 변하지 않는 악인으로 등장하게 된다. 그것은 즉 농가를 헐 값에 매입했던, 자본주들에 대한 비판어린 시선이 묻어나는 것이라 볼 수 있는데, 당시 작은 농가들이 정부와 자본가들에게 어떠한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잘 알 수 있는 부분으로 보인다.


  그리고 끝으로 달려가게 되는 이야기. 이미 우리는 너무도 많은 것을 잃게 된 기티의 가족들을 발견하게 된다. 죽고 죽여야 하는 이야기는 어느덧 핏빛으로 물들게 된다. 이야기의 끝부분 드디어 로널드 레이건은 그 유명한 '미국의 아침'을 발표하며 희망찬 내일을 외치고는 있지만, 어린 길티의 손에 묻어있는 피의 자국들은 미국의 성장을 위해서 잃어버린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을 보여주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희생이 되었던 작은 농가과 블루 칼라 노동자들에게는 아무것도 돌아가지 못했다는 사실은 '미국의 아침'과 맞물리면서 묘한 풍자를 보여주게 되는 것이다.



▲ 기티는 곡물저장소에서 조나단을 만나 친구가 된다.


마치며...


 <아메리칸 페이블>이 끝나는 장면, 라디오에서는 '미국의 아침'을 외치는 그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실제 미국은 1982년까지 끌고온 불황을 1983년에 끝마치게 되고, 미국 경기는 되살아나게 된다. 실업률은 11%에서 8.2%로 떨어졌으며, GDP 성장률은 3% 대로 1970년대 중반이후 가장 놓은 성장치를 보여준다. 하지만 그 가운데 기티의 가족과 같은 사람들은 빠져있다는 점은 영화의 모습처럼 웃지못할 풍자가 된다.  


  이 영화는 초현실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작품으로서, 현실의 모습을 극명하게 드러냄으로 인해 그들의 모순을 더욱 잘보이게 하는 효과를 주게 된다. 거기에 주인공으로 등장한 기티의 모습은 어른들의 피 튀기는 싸움 속에서, 순수함을 지키고 있었다는 점에서 미국의 희망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 희망이 만들어지기까지 손에 피를 묻히지 않은 사람들이 없었다는 것은 영화가 보여주는 대표적인 풍자요, 고발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영화의 마지막 기티 가족을 수렁으로 끌고가던 악마의 모습이 사라지고 사장이 등장했을 때, 과연 사자가 쥐를 잡아먹게 될 것인지 아니면 쥐를 구해주게 될 것인지 열린 결말로 나뒀다는 점은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지금의 자본주의 사회가 미국의 모습으로 볼 때 당시의 사자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된 것일지에 대한 판단을 관객들의 몫으로 남겨뒀다는 점에서, <아메리칸 페이블>은 끝까지 풍자의 끈을 놓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아메리칸 페이블>에 대한 평점은 IMDb 5.2점, 로튼 토마토 지수는 67% 등 그리 높지는 않은 편이다. 특히 로튼의 최고 위원 평점이 52%, 관람객 평점이 38%에 불과하다는 점은 이 영화에 대한 호불호를 부여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이 영화에 대한 판단의 몫은 여러분들의 것으로 사료된다.



▲ 영화 속 왜곡된 공간은 극의 분위기와 맞물려, 형이상학적인 분위기를 형성하게 된다.


요약
미국 스릴러 96분
감독
앤 해밀턴
출연
페이튼 케네디리처드 쉬프킵 파듀마시 밀러  더보기









▥ 추천 : 레이거노믹스에 대한 웃픈 풍자.

▥ 비추천 : 김구라나 좋아할 만한 장황한 배경지식.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없음



※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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