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속 크고 작은 배역을 맡은 배우들의 모습.
중화권에서도 이런 로드무비를 만들 수 있게 되다니...
삶의 끝자락에서 잡게 된 직업. 그리고 역시나 삶의 끝자락에서 운행을 하는 택시기사. 이 둘의 만남은 한 편의 로드무비를 탄생시켰고, 이들은 이것을 <일로순풍>이라 부르게 된다. 제목 <일로순풍>이란 우리말로 치면 '순풍에 돛을 단 배'와 같은 표현으로서, '하는 일이 잘 풀리길 바란다'는 뜻을 지닌 성어다. 그러다 우리는 영화의 모습을 감상하다보면 '잘 풀려야 할 일'이 자꾸만 꼬여가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영화의 처음은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이야기로, 과연 <일로순풍>의 장르는 무엇일까에 대한 의구심마저 들게 만든다. 코미디인 듯 하면서도, 뭔가 어두운 색채는 언벨런스함을 만들며 극 전체를 관통하는 분위기가 되고 만다. 여기에 뭔가에 쫓기듯 굉장히 조심스런 오이의 표정과 반대로 굉장히 가벼운 듯한 택시기사의 조합 역시 부조화를 만들며 극 전체를 관통하는 분위기를 계속 끌고가게 만든다. 이런식으로 부조화를 계속해서 쌓아가는 이야기는 중반을 즈음하여, 이들이 가져온 문제를 터뜨리게 된다. 이것은 잘 끌고오던 흐름 속에서 작은 변화를 주게 됨과 동시에 부조화가 끌고 온 흐름 속에 긴장감을 집어넣게 되는 효과를 주는 것이다.
<일로순풍>의 이야기를 보게 되면 제목부터 모든 것이 어긋나기만 하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렇게 쌓여만가는 이야기는 결국 인생의 막바지에 이른 사람들이 그곳을 탈출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과정임을 우리는 깨닫게 되고, 우리의 호기심은 그들의 길이 어디로 향하게 될 지를 궁금하게 만든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길들, 어디로 향해야 할 지 모르는 그들의 모습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을 닮았고, 영화 속 그들 역시 그들이 올라선 길 위에서 방향성을 잃고 만다.
이 영화는 로드 무비다. 길 위에서 어디론가 향해야 하는 정처없는 발걸음이 여기에 담겨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것은 그들이 가진 문제성과 같은 기로에 선 연장선상이라고도 불 수 있는데, 가도가도 끝이 안 보이는 그들의 여정 속 이야기에서 탈출구를 발견하고자 하는 이들의 노력이 빛 날 수 밖에 없는 까닭도 여기에 있는 듯 하다.
다만 이들이 사용하는 수법 중 주제를 강조하기 위해 이야기의 흐름으로 작위적으로 끌고가는 듯한 모습에서는 약간의 아쉬움이 발생한다. 오이와 택시기사가 여정의 끝을 찾는 과정. 그리고 급작스런 하와 우의 사고 등. 이야기를 극적으로 끌고가기 위해 흐름에서 튀는 듯한 이들의 마무리는 극적효과를 강조한다기보다는 잘 끌고오던 흐름을 '뭥미?' 스럽게 만든다는 점에서 옥의 티와 같은 아쉬움으로 남게 된다. 하지만 이 가운데서도 그들의 정처없는 여정에 마침표를 찍고자 하는 노력으로 다가온다는 점은 이야기의 대미를 묵직하게 장식하는 효과도 주고 있음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 오이에 앞에 나타나 그를 귀찮게 하는 택시기사
서식
90년대의 아이콘 서태지는 그의 노래 컴백홈에서 이런 가사를 썼었다.
우린 아직 젊기에, 또다른 미래에 있기에.
<일로순풍>의 이야기 역시 서태지 컴백홈처럼 그들의 미래에는 또다른 이야기가 펼쳐질 수 있다고 말을 하고 있었다. 비록 그들의 오늘은 '순풍에 돛을 단 배'와 같지는 않았지만, 그들의 미래는 그러할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때문에 새로운 출발을 하는 오이의 모습에서 우리는 밝은 내일을 기대하게 되고, 이야기가 던지는 그들의 문제에서도 그들은 자신들의 미래를 희망적으로 스케치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가 대단하게 느껴지는 점은 중화권에서도 이런 로드 무비를 만들 수 있게 되었음이 아닐까 싶다. 길이라는 소재와 그 안에서 갈피를 못잡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잘 녹여내는 그들의 수사에는, 발전된 그들의 오늘을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로 다가오게 된다.
▲ 영화 속 이들의 상황을 잘 표현하고 있는 포스터의 모습
▥ 추천 : 중화권에서도 이런 영화를 만들 수가 있다니!
▥ 비추천 : 마무리는 너무 정해진데로 끌고가려는 티가 역력했다.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없음
※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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