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생들 앞에서 교복을 벗어보이며, 교복 폐지 위원회를 선포하는 쿄코
1960년대란 그들에게 '상실의 시대' 이었을까?
<무반주>는 114회 나오키 문학상을 수상한 여류 작가 고이케 마리코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1969년, 전국이 시위의 열풍으로 떠들석했던 그때, 쿄코는 바로크 카페 무반주에서 와타루를 만난다. 어느 순간 자연스레 연인처럼 흘러가, 서로에게 처음이 되어준 사이로 발전하는 두 사람. 청춘의 열병같은 이야기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수놓으며,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는 듯 그렇게 시작된다. 그러나 영원할 것만 같던 두 사람의 사이에 일어난 또다른 변수. 그것은 마치 불꽃같았던 시위의 마지막처럼 조용히 사그라들고 있었고, 쿄코의 일기장의 마지막 페이지는 어디덧 끝을 향함을 느끼게 된다.
영화의 제목 <무반주>는 쿄코와 와타루의 아지트를 뜻한다. 동시에 무반주랑 하나의 악기로 연주하는 음악, 혹은 반주가 없이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를 뜻한다. 아무런 꾸밈이 없는 상태. 무반주라 코쿄와 와타루의 청춘의 한 페이지를 수놓는 열병과 같은 이야기이자, 1960년대를 수놓은 일본의 성장 드라마와도 같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미일안보조약에서 파생된 시위, 그리고 그것은 제도권에 대한 항변으로 연결되며 전국을 자유로 수놓았던 이야기. 그들은 그것이 일본에게 막대한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 여겼지만, 지금의 일본은 그때의 이야기를 삶의 한페이지라 일컫는다.
감자가 아는 60대의 한 일본인은 전공투의 이야기를 떠들때면, 자신이 썼던 하얀색 헬멧과 함께 그때의 무용담을 낚시꾼들의 허풍만큼이나 자랑스레 늘어놓고는 한다. 물론 "요즘의 젊은이들은 그런 근성이 없어"라는 하소연과 함께. 그들에게 있어 전공투란 그런 삶의 한 부분이었고, 그때의 정신은 무라카미 하루키가 써놓은 <상실의 시대>를 통해서도 잘 묻어남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1952년 생인 고이케 마리코에게나 1948년 생인 무라카미 하루키에게나, 그때의 정신은 아마도 '상실의 시대'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이 영화는 이렇듯 청춘의 한 페이지를 수놓았던 1969년부터 1970년까지의 2년 동안 일어났던 일들을 그리고 있다. 고3이었던 쿄코가 재수 후 대학 신입생이 되기 전까지의 이야기. 그때의 방황과 일탈, 좌절은 청춘의 열병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곁을 멤돌고, 그들의 추억은 응답할 수 없는 이야기가 되어 기억 속에 흩뿌리짐을 느낀다. 그렇게 그때, 그 시절, 청춘이란 이름의 마지막 페이지는 그렇게 마침표를 찍으며 모두에게 아련함으로 남게 되는 아니었을까?
▲ 바로크 카페 무반주에서 만난 쿄코와 와타루. 그리고 유노스케
마치며...
<무반주>가 고이케 마리코의 작품이 아니었다면, 감자는 이 작품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 생각할 뻔했다. 그만큼 일본인들의 1960년대의 향수란 놀랍도록 비슷한 동질감을 전해주고 있었다. 그때의 무력감과 상실감, 그리고 좌절들. 내일이란 보이지 않는 희망에 대한 막연함 등을 잘 표현하고 있는 <무반주>의 이야기는 그렇게 아픈 성장통이 되어, 청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었다. 청춘의 달콤함과 씁쓸함, 그리고 애닮픈 그때의 기억들은 그렇게 우리의 곁에 남아 있음을 느낀다. 어제의 기억이 오늘의 우리가 되는 이야기. <무반주>의 이야기는 현재의 우리를 밝히는 등불이 되고 있는 것이다.
▲ 청춘의 뜨거웠던 한 때. 이들 네 사람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 추천 : 추억의 일기장을 엿보다.
▥ 비추천 : ...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 (엔도 니나의 노출 및 나루미 리코의 배드신이 등장)
※ 예고편
- 일명 전공투. 전국 대학생 운동권 엽합 운동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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