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키하바라로 돌아온 히키라는 남자 친구가 머물던 곳에서 자신이 놓친 것을 찾고자 한다.
강물처럼 흘러왔다 흘러가는 감정들의 연결 고리를 섬세하게 담아내다.
2008년 6월의 어느 날. 일본 최대의 전자 상가 아키하바라에서는 삶에 비관한 한 청년에 의한 묻지마 살인사건으로 총 7명이 사망하고, 16명이 부상 당하는 일이 발생한다. 이 일은 불과 10여 분 만에 이뤄진 사건으로서, 일본 사회는 이 일로 인해 한동안 세상을 떠들석하게 만들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어느 날 당시 사건으로 남자친구를 잃은 히카리는 남자 친구가 있던 아키하바라로 돌아오게 된다. 과연 그를 죽게 한 것은 무엇이었이며, 그가 죽기 전 바라 본 것은 무엇이었을까?
영화의 초반 8분 가량은 이렇다 할 대사도 없이 주인공의 뒷모습을 조용히 따라가기만 한다. 정처 없이 흘러가는 물결처럼 수많은 사람들의 틈을 지나 어디론가 향하는 히카리의 모습. 그녀를 관망하듯 따라가는 카메라의 흐름은 뭔가를 이야기 하고 싶은 듯 아무말도 없다. 신기한 것은 주변의 사람들조차 카메라를 신기하게 쳐다보고 있다는 것인데, 아마도 섭외되지 그들의 풍경은 이상하다기보다는 오히려 자연스럼움을 부각시키게 된다.
히카리의 짧은 여정 속에는 여러 명의 사람들이 등장을 한다. 사진 작가인 한 여인부터, 건물 옥상에서 함께 죽지 않겠냐고 제안하는 한 남자와 버스킹을 하는 가수. 그리고 메이드 카페를 지나, 히카리의 남자 친구와 접점이 있었던 한 남자에 이르기까지. <리버>의 이야기는 그 자체가 강물이 되는 듯, 정처 없이 흘러감을 느끼게 된다. 그 속에는 다양한 군상들이 녹아 있고, 그것은 마치 매일 왔다가 매일 사라지는 인간의 강물처럼 흐름을 잘 그려내게 된다.
그러나 그냥 흘러가는 것 같은 영화의 흐름지만, 그 속에 담아내는 이야기까지 그냥 흘려보내지는 않는다. 여기에는 각자의 삶이 만들어내는 탈무드와 같은 가르침이 녹아있다. 누군가는 자연과도 같은 사랑의 이야기를 녹이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사건 당시 거리에서 희생된 메이드 여인의 이야기를 대신 전하는 듯 한다. 여기에 사건 당일 트럭을 빌려 줬다는 한 남자는 자신의 무관심이 사건을 만들었노라 이야기를 전한다.(각주) 2
그러던 이야기는 흘러 흘러 남자 친구와 연관이 있었던 한 남자에게 흘러간다. 그리고 그 남자가 도호쿠 지방 쓰나미 사건의 피해자라는 것을 보여주는 이야기. 3년 전 그날의 상처는 확인된 사망자만 11,578 명, 실종자까지 더하면 16,000명에 달하는 사건으로 이어지며 아픔이 아픔을 낳게 되는 악순환의 과정을 보여주게 된다.
<리버>의 실제 있었던 2개의 사건들을 보여준다. 일본의 상처와도 같은 그것은 두 남녀의 이야기로 형상화되어 우리 곁에 다가온다. 하나의 아픔이 거대해져 찾아온 듯한 그것은 그날의 아픔들을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영화는 자신들이 해야 할 말을 잊지는 않는다. 모든 것이 없어지고, 모든 것이 부서질지언정 그들은 다시 일어설 수 있음을 강조한다. 자기를 괴롭히던 아픔들과 마주할 때 발견하는 용기들. <리버>의 감정들은 그러한 모습들을 잘 전달하며, 이야기의 끝을 감동으로 물들이게 된다.
▲ 그러다 남자 친구의 모습을 기억하는 한 남자를 만나게 되는 히카리
마치며...
<리버>는 실제 있었던 2개의 사건을 잘 연결 시키며, 다시 일어섬에 대한 다짐들을 관객들에게 잘 전한다. 한때 자신이 떠나온 그것. 그래서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던 그것. 남자는 폐허가 된 도호쿠 지방을 다시 찾아가, '우리는 안전하다'라는 문구를 발견한다. 그리고 자신이 처한 상황을 직시하게 되는 남자. 그리고 남자 친구의 죽음을 받아들이게 된 히카리. 우리는 그들의 모습이 내일의 희망을 다짐함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은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일지도 모른다. 현실을 직시하고, 내일을 기대하는 그들의 자세는 영화의 잔잔한 흐름을 먹먹하게 만든다.
<리버>가 말하는 강물의 흐름은 인간의 그것을 닮았다. 매일 흘러와 어디론가 사라지는 인간의 물결들. 매일 찾아왔다 다시 사라지는 감정의 물결들. 그것은 강물처럼 정처 없기에, 우리는 내일을 모르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른다. 다만 우리는 기대할 수 있다. 내일의 희망을. 그래서 이 영화의 담담한 다짐이 더욱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 우리는 어디로 왔다, 어디로 흘러가는 것일까?
▥ 비추천 : 실험적인 영화의 기법과 롱테이크와 보여주기로 이루어진 장면들이 불편하게 다가올 수 있다.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없음
※ 예고편
'영화 > 일본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본 장기의 신성 키리야마, 사자왕을 노리다: 3월의 라이온 후편 (3月のライオン 後編, 2017) (0) | 2017.10.30 |
---|---|
싱그러운 여름날, 청춘의 한 페이지: 호토리 노 사쿠코 (ほとりの朔子, 2013) (0) | 2017.10.28 |
러시아에서 펼쳐지는 짜릿한 첩보전: 세븐스 코드 (Seventh Code セブンス・コード, 2013) (0) | 2017.10.26 |
기분이 좋아지는 코미디를 소개합니다: 후쿠짱 오브 후쿠후쿠 플랫츠 (福福荘の福ちゃん, 2014) (0) | 2017.10.24 |
달달한 사랑의 밀땅들: 한낮의 유성 (ひるなかの流星, 2017) (0) | 2017.10.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