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쿄라는 도시에서 우연히 만난 두 남녀
사이카 타이(最果タヒ)의 동명 시집을 원작으로, 도시인들의 공허함을 녹여내다.
도시를 좋아하게 된 순간, 자살한 것과 다름이 없다.
손톱에 바른 매니큐어의 색깔, 너에게선 찾을 수가 없다.
밤하늘은 항상 짙은 파란색.
都会を好きになった瞬間、自殺したようなものだよ。
塗った爪の色を、きみの体の内側に探したって見つかりやしない。
夜空はいつでも最高密度の青色だ。――「青色の詩」より抜粋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는 일본의 소설가이자 시인, 사이카 타이의 시집을 원작으로 하여, 시집에 등장하는 시들의 시어를 조립하여 이야기를 꾸미고 있는 영화다.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제목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와 비슷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도시의 푸른 밤, 그곳에서 정처 없이 헤매는 도시인들. 불안하기에 말이 많은 신지, 그리고 말이 많아지면 자신이 드러날까 불안한 미카. 그들은 모두 갈피를 잃었고, 정처가 없다.
영화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도쿄라는 대도시를 살아가는 여러 군상들의 이야기를 조용히 관망한다. 중간 중간 삽입되는 시인의 시는 미카의 조용한 읊조림이 되어 내래이션 속에 포함된다. '네가 불쌍하다고 여기는 네 자신을 누구도 사랑하지 않는 동안, 분명 너는 세상을 싫어해도 괜찮다'는 시인의 시는 외로움과 공허함을 살아가는 도시인들의 쓸쓸함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극 중 주인공 미카는 '연애 따위, 누군가의 전 남친과 전 여친이 서로 만나 또다시 헤어질 준비를 하는 행위'라 치부해버린다. 어린 시절, 자신을 버리고 자살을 선택한 어머니의 기억은 미카의 냉소적이고 염세적인 세계를 더욱 뚜렷하게 만들고 있다. 여기에 모처럼 데이트를 해버린 모토유키의 죽음까지 더해지면서, 그녀의 세계는 더욱 굳건히 세상을 차단해 버리게 된다. 이때 나타난 신지의 존재, 조용히 미카의 세계에 균열을 만드는 그의 존재는 어딘가 이상하다. 미카와 닮은 듯, 그렇지 않은 그의 모습. 한쪽 눈이 보이기 않기에, 불편함을 지우려 일부러 밝은 척을 보이는 신지의 모습 어딘가에는 미카의 모습이 존재 하는 듯 하다.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의 이야기는 청춘이란 이름이 남긴 공허함으로 우리를 찾아온다. 그래서 영화는 '투명해지지 않으면 숨을 쉴 수조차 없는'이라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공허함은 점차 빛을 얻는 듯, 서로 닮은 두 사람의 부대낌은 도시가 가진 암울함을 점차 밝은 빛으로 바꾸어 놓는다. 영화의 이야기는 분명 차갑다. 온통 회색빛으로 가득 한 도시인의 모습, 각자의 색을 잃어버린 그들의 이야기는 공허함을 맴돈다. 그렇지만 신지와 마키의 부대낌에서 발생한 따스함은 도시의 차가움을 따뜻함으로 바꾸어 놓는다. 조금씩 알아가는 둘의 모습. 서로의 영역에 조심스레 한 걸음을 떼는 그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내일의 희망을 발견하게 된다. 내일 헤어지더라도, 오늘의 소중함을 간직하자는 신지의 말은 그래서 더욱 소중하게 다가온다.
▲ 집으로 가는 중 도쿄의 파란 달빛을 보게 된다.
마치며...
불행히도 일본 문학이 가지는 힘은 대단함을 느끼게 된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인정 할 수 밖에 없음이 씁쓸함 마저 준다. 그리고 그것을 원작으로 하는 탄탄한 시니리오 역시 대단함을 느끼게 된다. 빛이 바래버린 도시의 색깔. 각자의 색을 잃어버린 듯, 방황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신지와 미카의 이야기로 재탄생 한다.
- 연애에 의미가 있을까? 바보 같지 않아?
- 그런 것은 모르겠지만, 지금 심장이 뛰는 것은 멈출 수가 없어.
- 모두가 평범하게 되어버리잖아?
- 그걸 다 알고도 좋아하는 거야.
- 행복이 뭘까? 어차피 언젠가 또다시 버려질지도 모르는데...
- 그런 건 몰라도 돼!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는 신지, 그 뒤를 따라가는 미카.
영화의 마지막 여전히 자신의 행동에 의문을 품는 미카를 향해 신지는 "그런 것은 모르겠다"고 말을 한다. 단지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할 뿐이고, 거기에 있는 우리가 중요할지도 모른다.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의 이야기의 처음은 암울했다. 그러나 그 끝은 희망 찬 내일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도시의 암울함도 덮어버리지 못한 그들의 이야기. 밤의 어두움 속에서도 밝게 빛나는 그들의 아름다움을 보게 될 것이다.
<※ 본 리뷰는 Ayla님(blog.naver.com/hkrnmch)의 도움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영상을 제공해 주신 신센굴비님(http://cafe.naver.com/jddcbn)과 도움 주신 Ayla님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 이들은 차가운 도시 안에 자신들의 색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인가?
▥ 추천 : 도시의 차가움이 점차 따뜻함으로 변할 때 벅차오르는 감정들.
▥ 비추천 : 잔잔한 일본 영화의 전형성은 언제나 호불호.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없음
※ 예고편
- 원어는 청색의 시(青色の詩) 지만, 붉은 피와 같이 파란시라고 하는 편이 어감상 좋게 느껴져, 파란시라고 적습니다. 동시에 관형사인 파란은 띄어 써야 하지만, 시적 허용으로 붙여 씀을 밝힙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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