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리닝을 입은 아버지와 아들
복잡했던 실타래가 풀리며 제자리로 돌아가는 과정들
일본 영화는 사소함의 의미에서 진솔한 의미를 뽑아내는 데 뛰어난 재능이 있는 것 같다. 이러한 모습은 일본 영화의 별 것 아님에 호불호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어떤 이들은 일본 영화의 이러한 속성을 좋아하기도 한다. 감자 역시 후자에 속하는 편인데, <추리닝의 두사람> 역시 이러한 의미가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추리닝의 두사람>의 이야기는 좋게 말하면 잔잔하지만, 나쁘게 말하면 무료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냥 두 남자 등장해서, '원색의 파랗고 빨간 추리닝을 입고 각자의 고민 거리를 담백하게 꺼내어 놓는다'는 이야기가 전부다. 가끔 등장하는 아들과 아내의 과거사, 그것이 <추리닝의 두사람>의 기본 줄기가 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이야기 전체를 끌고 나갈 힘은 부족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리닝의 두사람>의 이야기는 왠지 소소한 재미가 있다. 일본식 슬로우 라이프의 화면들은 이러한 부분들을 돋보이게 만든다. 땅도 적고, 바쁘게 생활하는 우리네로서는 그들의 이러한 모습에 더욱 끌림을 느끼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매일 TV로 비디오 게임 마작을 하는 아버지, 그리고 개와 함께 농작물이 가득 심어 있는 푸른 밭을 개와 함께 산책하는 아들. 더구나 통화권 이탈 지역이 만드는 무료한 듯한 일상들은 그러한 삶의 의미를 더욱 아름답게 꾸며준다.
이 영화는 두 남자가 각자의 고민거리를 풀어놓는 이야기다. 그렇지만 영화는 그 갈등의 실타래를 억지로 풀려고 하지는 않는다. 그냥 시간이 가는 대로, 물이 흘러가는 대로, 모든 것을 조용히 관망하기만 한다. 그러다 보면 막혔던 일들이 조용히 제자리를 찾아간다. 아버지는 자신의 딸과 함께 자신이 있었던 곳으로 돌아가게 되고, 아들은 아내와의 일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영화는 그 과정을 그냥 보여 줄 뿐, 여기에는 어떠한 과정도 결과도 없다. 어찌 보면 개연성 따위도 없는 듯한 이야기지만, 그조차 자연스러워 보이는 것은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 된다.
▲ 아내와 나, 그리고 개 한 마리
마치며...
느릿한 음악 소리와 그와 걸맞는 화면의 흐름들. 거기에 무료한 듯 시간만 죽이는 두 남자의 추리닝 차림은 어쩐지 힐링이 된다. 한가로이 유유자적하는 부자의 움직임, 가끔 찾아오는 이웃의 사진을 좋아하는 아줌마(오오쿠스 미치요). 그리고 그 속에서 벌어지는 작은 에피소드들. 이야기는 그렇게 흘러 각자 가진 이야기를 제자리 가져다 놓지만, 그 누구도 그것의 시작과 끝을 구분하기는 어렵다. 그냥 흘러서 그냥 도착할 뿐.
<추리닝의 두사람>은 이런 재미가 있다. 느리게 흘러감은 그야 말로 슬로우 라이프스러운 극의 주제와 딱 맞아 떨어지는 재미가 있다. 비록 자극적이지는 않지만, 이야기가 제자리로 흘러감은 무릎을 딱 치는 짜릿함이 있다. 더구나 갈등의 요인들이 스스륵 풀리는 모스에는 우리들의 이야기도 저렇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된다. 영화에 등장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누구나 한 번쯤 꿈꿔오던 삶일지도 모르기에 더욱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이 영화가 주는 재미에 흠뻑 빠지게 되는 지도 모르겠다. 만약 일상에 지친 삶들이 있다면 두 남자의 이야기는 분명 힐링 포인트가 될 지도 모르겠다.
<☞ 본 리뷰는 일드갤 버스정류장 xxtem님의 영상과 hnclkang의 도움을 받았음을 밝힙니다.>
▲ 이복동생까지 더해져 추리닝의 세 사람이 되다.
▥ 비추천 : 일본 영화의 호불호가 분명히 보이는 영화.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없음
※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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