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무 찍는 카츠와 영화 찍는 코이치의 만남
하늘도 웃고, 좀비도 웃고, 나도 웃고.
<딱따구리와 비>는 <남극의 쉐프>, <요노스케 이야기>, <익스트림 스키야키(각주)>, <더 모히칸 컴즈 홈> 등의 각복과 연출을 맡았던 오키타 슈이치 감독의 작품이다. 전작들에서 인간의 모습을 진솔한 의미로 담아냈던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도 전작들과 비슷한 시선을 보여준다. 무뚝뚝하지만 자신이 맡은 일에서 최선을 다하는 카츠, 마을 사람들과 직장 동료들은 그런 그의 모습을 존경하며 따르고 있다. 그러나 하나 있는 아들( 1코라 켄코)만은 마음대로 할 수가 없는 상황. 그러던 중 우연히 아들과 이름이 똑같은 코이치가 만드는 영화의 대본을 읽게 된 카츠는 거기에서 감동을 받고, 적극적으로 영화를 돕게 된다.
이 영화의 표면적인 이야기는 나무꾼이 영화를 찍게 된다는 이야기를 그린다. 국내 포스터의 카피처럼 '나무를 찍던 카츠가 영화를 찍다'라는 내용의 이야기는 그 속을 들여다보면 부자의 정을 잔잔하게 녹이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아들을 사랑하지만, 겉으로는 껄끄럽기만 한 두 사람. 우연히 접한 영화의 내용은 '좀비를 낳게 된 엄마는 아들에게 죽게 되고 여동생은 그런 오빠를 죽이려 하지만, 아버지는 그런 좀비라도 자식이기에 보호하려 한다'는 내용을 그린다. 결국 영화 속 영화의 이야기에 감명을 받게 되는 카츠. 그래서 <딱따구리와 비>의 이야기는 좀비 영화를 핑계로 한 성장 드라마이자, 성장 드라마를 빌미로 한 가족의 성장을 그리고 있다.
이미 감자 블로그에서 소개한 오키타 슈이치 감독의 전작들을 감상하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오키타 슈이치의 이야기는 별 것 아닌 이야기로 진솔한 의미를 뽑아내는 데 재능이 있다. 거기에 별 것 아닌 장면들로 소소한 웃음을 뽑아내는 데도 뛰어난 재능이 있다. 그래서 <딱따구리와 비> 역시 소소한 재미와 그것이 만드는 진솔한 감동이 있다. 아들과 같은 이름, 그래서 더욱 보살펴 주고 싶은 아비의 마음. 감독 코이치의 성장은 곧 아들 코이치의 성장이 된다. <딱따구리와 비>의 처음과 마지막 장면은 비가 오는 모습을 배치하고 있다. '비 온 뒤 땅이 굳는 것처럼', 비가 그치고 영화는 끝났고 카츠 부자는 웃었고 우리들도 웃는다. 영화의 사소함은 그렇게 진솔한 의미가 되어 우리에게 소소한 행복을 전해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 티격태격 거리는 아버지와 아들
마치며...
역시나 오키타 슈이치의 이야기는 소소함이 진솔함을 만들고, 거기에서 커다란 재미를 뽑아내고 있었다. 티격태격대는 카츠 부자의 이야기는 심각함보다는 깨알 같은 재미가 되고, 항상 카리스마 있는 역할만 맡았던 오구리 슌의 어리버리 소심한 역할은 또다른 재미가 된다. 결국 이들이 만드는 성장 드라마가 이야기의 모든 것을 이끌게 되는 데, 이 역시 불편하지 않은 재미가 되어 훈훈한 감동을 전해주게 된다. <딱따구리와 비>는 은유하는 내용도 쉽게 알아차릴 수 있으며, 내용의 전개도 쉽게 다가오고 있다. 때문에 그냥 잔잔한 그들의 이야기를 보고 있으면, 그냥 행복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다만 영화가 이야기를 진행하는 과정 속 디테일 한 부분들에서 흐릿하게 처리되는 과정들은 조금 실망스러울 수 있다. 그렇지만 그런 것들이 신경 쓰이지 않을 만큼, 영화가 보여주는 이야기는 재밌고 진솔하게 다가옴을 느끼게 된다. 때문에 아무런 걱정 없이 영화를 감상하다 보면, 어느덧 웃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 카츠의 도움으로 점점 활기를 찾게 되는 촬영장. 이들이 만들 이야기는 어떤 결과를 낳게 될 것인가?
▥ 추천 : MSG가 별로 없어도, 충분히 맛있는 이야기.
▥ 비추천 : 일본 영화의 잔잔함은 어쩔 수 없는 호불호.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없음
※ 예고편
- 익스트림 스키야키는 마에다 시로 감독과 공동 집필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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