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갓챠맨의 가사를 계기로 갈매기 식당에 합류하게 되는 미도리(우)
일본식 슬로우 라이프가 북유럽을 만났을 때
갈매기가 맴도는 핀란드의 한 항구 마을. 그곳에는 손님 없는 갈매기 식당을 운영하는 주인 사치코와 식당의 첫 번째 손님이 되어준 토미만이 식당을 지키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갓챠 맨'의 주제곡을 알려 달라는 토미의 부탁에 미도리를 찾게 되는 사치코, 그렇게 미도리도 갈매기 식당의 새로운 멤버가 된다. 그리고 찾아드는 손님들, 각자의 사연을 안고 있는 그들의 이야기는 평화로운 핀란드 역시 사람들이 사는 곳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려준다.
<카모메 식당>은 전형적인 일본식 드라마가 묻어 나는 이야기다. 지나치게 정적인 이야기, 심심하다고 여겨질 만큼 이야기는 밋밋하게 흘러가기만 한다. 오죽하면 식당에 손님이 없는 것조차 이야기의 소재가 될까. 그래서 일까, <카모메 식당>에 대한 호불호는 분명한 편이다. 2006년에 나온 이 영화는 개봉 당시 '힐링파'와 '이게 뭐냐파'로 나뉘어졌던 것으로 기억을 한다. 굴곡이 분명한 영화들에 길들여진 관객들에게 갈매기 식당의 이야기는 지나치리 만큼 밋밋한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 영화는 삶의 찌듦 속에 있는 우리들에게는 워너비와 같은 삶을 제시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북유럽의 한적한 도시, 그리고 자신 만의 가게. 무엇보다 손님에 좌지우지 되지 않고도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는 점은 정말 큰 매력이 된다. 어쩌면 그것은 이상향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영업 이익에 좌우되지 않는 가게라니, 더구나 핀란드 땅까지 가는 것과 그곳에 식당을 차린다는 전제 조건마저 우리들에게 그저 먼 나라 이야기로 다가온다.
하지만 이러한 점이 영화의 힐링 포인트가 된다. 마치 대자연 다큐멘터리를 보고 그곳에 있는 착각과 대리 만족을 느끼듯, 갈매기 식당의 이야기는 그러한 대리 만족감을 제공하게 된다. 때문에 이 영화가 좋다. 그냥 그렇게 살고 싶은 욕구를 대신해서 제시해 주니깐 말이다. 동시에 그냥 보여주기만 한다는 점이 이 영화의 '불호'를 부르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영화는 그냥 '너희들 이런 거 하고 싶었지?'라며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보여준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식당에서 떼돈을 벌고, 식당을 운영하며 성공과 좌절을 맛보는 장면들을 기대하기 때문에 <카모메 식당>의 이야기가 그냥 그렇고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다만 이러한 점은 분명한 취향의 제시와 그것만 맞는다면 커다란 힐링이 된다는 점에서 호불호이자, 가장 큰 장점이 되기도 한다.
▲ 마사코(좌)까지 합류하게 되며 갈매기 식당은 더욱 북적이게 된다.
마치며...
감자는 이러한 영화를 좋아한다. 그리고 이러한 영화에 대한 수요가 분명 존재함도 알고 있다. 일본식 슬로우 라이프가 북유럽을 만난다면 이러한 기분이 아닐까. 영화는 그러한 이야기의 전형성을 제시하며 우리들의 마음을 자연스레 치유해 놓고 사라진다. 이 영화는 길고 긴 여운 같은 것은 없을지도 모른다. 그냥 영화가 끝나고 스틸컷으로 보여주는 에필로그 형식의 엔딩 크레딧은 영화의 되샘김을 제공해 줄 뿐이다. 그렇지만 그것만으로도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라는 충동감을 준다는 점은 분명 대단한 점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이 영화가 그냥 좋다. 여러분들께서도 삶의 찌듦 속에서 잠간의 여유를 누리고 싶다면 갈매기 식당의 여인들의 이야기를 추천하고 싶다.
▲ 머나먼 이국땅에서 펼쳐지는 힐링의 이야기. 여러분들도 힐링 한 잔 하시겠습니까?
▥ 추천 : 핀란드라서 좋고, 그곳에서 먹고 살 걱정 안 해서 더 좋다.
▥ 비추천 : 딴 생각하기 좋은 영화.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없음
※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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