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버전의 아저씨 짝퉁이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이서 감독의 이야기는 전작 <타투>에 비해서는 장족의 발전을 보였지만, 여전히 매우 부족한 구석이 많다. 아들의 죽음을 둘러싼 비밀을 밝힌다는 <그랜파더>는 박근형이 머리만 깎지 않았다 뿐이지 할어버지 버전의 아저씨 짝퉁이에 불과했다.
어느 날 알게 된 아들의 죽음. 그리고 오랜만에 만나게 된 손녀와의 어색. 이야기의 초반은 할아버지와 손녀의 관계성을 보여주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마치 제목 <할아버지>의 의미를 살리려는 듯이 영화는 극의 절반 가량을 두 사람의 관계성만을 부각시킨다. 본론은 언제 나올지도 모르는 하염없는 기다림. 대부분의 영화에서 초반 케릭터 설명에 시간을 할애하고는 있지만, <그랜드파더>의 이야기는 초반 설정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케릭터 설정 역시 너무도 진부했다. 주인공 기광에 맞서는 반동인물을 설정하는 과정. 감독은 기광의 반대편에 선 인물들로 양돈(정진영)과 규영(오승윤)을 갖다 놓는다. 하지만 반동인물들을 악역으로 스케치하는 과정은 너무도 진부했다. 규영과 보람이 있는 불량 학생 그룹. 기광이 보람을 찾으러 갈때 등장하는 규영의 멘트 '아저씨 사람 죽여봤어'는 닭살 돋게 오글거리고, 기존의 영화들에서 너무 많이 써먹었던 장면이라 규영이 다가설때 부터 '설마?'하는 오글거림을 느끼고 말았다. 여기에 안 보이면 뒤에서 적이 등장하는 설정 역시 너무 뻔하게 사용하는 탓에 긴장감 따위도 전혀 느낄 수가 없었다. 즉 반대편에 선 인물들을 너무 극단적으로 스케치하는 과정에서 비현실이라는 문제점이 발생하고, 나머지 부분들에서도 너무 진부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 장례식장에서 재회한 할아버지와 손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서 감독의 전작 <타투>에 비한다면, <그랜드파더>는 정말 많은 발전을 했음을 알 수 있다. 느와르라는 장르를 도입하면서, 개연성 부분에서 많은 부분(전작에서는 독극물 잉크가 섹스를 해야 발동을 한다는 식으로 억지를 부렸었다.)이 나아졌음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이야기의 서설부분이 너무 길고 지루했다는 점. 본론에 도입하고 나서는 아저씨의 짝퉁 버전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게 만들었다는 점. 보람과 거리감을 좁히는 과정이 너무 작위적이라는 점 등은 이야기를 너무 지루하게 만들었다. 때문에 전체적으로 본다면 아직도 이서 감독의 이야기는 나아갈 곳이 많이 남았음을 느끼게 된다.
▲ 당신들이 안 한다면 내가 직접 하겠소
마치며...
할아버지의 손녀 사랑은 대단했고, 그의 희생을 숭고함으로 승화 시키는 작업도 훌륭했다. 여기에 철밥통 공직자들에 대한 나름의(?) 날 선 비판 역시 가슴에 와닿기도 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점들로 인해서 좋은 몇가지들은 잘 보이지 않았고, 대부분의 경우는 어디서 본 듯한 지루함을 줬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더 크게 남는다. 다만 이서 감독이 발전하고 있다는 점은 그의 다음 번 이야기를 조금은 기대하게 만든다.
▲ 도대체 왜 그런거냐?
▥ 추천 : ...
▥ 비추천 : 여전히 재미없는 이야기의 진행은 아직은 이서 감독이 멀었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없음
※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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