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날 자신의 공병문고를 소년에게 틀켜버린 소녀. ※ 공병문고 : 병의 과정을 기록한 문서(일기장)
일본인들의 감수성 스킬은 사기에 가깝다.
직역수준의 제목 번역. 왠지 의역이 어울릴법한 제목에, 어쩐지 제목이 안티일 것만 같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호러수준(?)의 기괴한 제목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아름다운 청춘 드라마를 선사한다. 맹장 수술을 하러 간 병원에서 만난 소녀, 자신의 시한부 인생을 아무렇지 않게 떠드는 소녀 앞에서, 소년은 자신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몰라한다. 하지만 그러한 점이 오히려 소녀를 다행으로 만들어줬고, 그렇게 ’별 볼일 없던 같은 반 친구군’은 소녀에게 ‘가장 친한 친구군’이 되어 아름다운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들려준다.
청춘 성장 드라마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것만 같은 이야기.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정말 예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시아권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보편적인 감수성을 잘 건드리고 있는 이야기, 분명 일본인들의 감수성을 녹여내는 스킬은 사기에 가깝다. 황순원님의 ‘소나기’, 이한 감독의 <연애소설>, 곽재용 감독의 <클래식>, 작가이자 감독 구파도의 청춘 로맨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그리고 왕대륙 신드롬을 불러왔던 <나의 소녀 시대>에 이르기까지. 영화는 이렇게 청춘이란 이름이 남긴, 상실의 감수성을 애틋하고 잔잔하게 잘 그려내고 있다.
청춘이기에 느낄 수 있는 감정들. 짝사랑, 첫사랑, 모두다 그때의 기억 속에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감수성이기에 더욱 애틋하게 다가온다. 이렇게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청춘이란 이름이 가지는 돌이킬 수 없는 감수성을 잘 그려낸다. 소나기의 소년과 소녀가 해피엔딩으로 끝났다면 가질 수 없었던 감수성.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역시 그 시절의 애틋함을 변질되지 않게 지켜줬기에 우리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던 것처럼.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역시 다시는 되찾을 수 없는 그때 만의 이야기이기에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빠져듦을 느끼게 된다. 여기에 영화가 지니는 클래식한 감수성 역시 우리의 아련함을 자극하게 되는 것 같다. 언제나 ‘그때’라는 감정은 분명 사기적인 스킬임에 분명하다.
일본인들은 잔잔하고 담백한 감수성을 써내려 가는데 천재적인 재능을 보여왔다. 그리고 그러한 그들의 스킬은 분명 사기에 가까울 만큼, 애절함을 극대화 시킨다. 이들의 이러한 감수성은 이 영화에서도 큰 빛을 발한다. 소년의 담담함 속에 아련함을 새겨 넣는 작업이나, 아무렇지 않은 듯 소년에게 다가와 애틋함의 정서를 전달하는 소녀의 모습에서도 일본인들의 이러한 정서는 가히 폭발적인 위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 "제발 똑바로 분류하란 말이야" / "가끔은 틀려도 좋잖아. 보물 찾기 하듯.."
마치며...
어느 순간부터 하나의 장르가 되어 버린 ‘일본 영화’. 그것이 가지는 정서는 분명 같은 듯 다른, 기묘한 정서가 서려있음을 알 수 있다. 일본 영화는 분명 호불호가 된다. 우리가 갖고 있는 어쩔 수 없는 정서가 만드는 반감이 그것이오, 각박한 우리와는 다른 슬로우 라이프가 만드는 또 다른 정서가 그것이 된다. 그렇지만 이들이 가지는 정서는 분명 좋은 점도 있다. 여기에 일본인들이 가지는 문학적 성숙함은 무시할 수 없는 자산이다. 그러한 문학적 자산을 가지고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은 일본 영화가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이 된다.
스미노 요루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하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너의 가장 소중한 부분을 가짐으로써, 너의 기억 속에 평생 남아있다는 소녀의 마지막 바람. 그것은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가 되어 청춘의 한 페이지를 눈물로 수놓게 된다. 슬프도록 아름답다는 노랫말보다 더욱 애틋한 이야기. 그래서 우리는 소년과 소녀의 이야기에 뭉클한 감정을 느끼게 될 것이 분명하다.
▲ 너이기에.. 우리의 모습을 닮았기에.. 더 애틋한 이야기.
▥ 추천 : 이보다 예쁜 청춘 드라마가 또 있을까?
▥ 비추천 : 감수성의 깊이는 호불호.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없음
※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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