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재밌는가?
- 니시카와 미와의 탄탄한 원작을 바탕으로 한 뛰어난 스토리.
- 그날의 기억을 두고 벌이는 뛰어난 심리 묘사.
- 일본식 감수성이 그대로 묻어나는 이야기.
- 한 마디로 재밌다.
# 이런 건 별로.
- 일본 영화 특유의 느릿한 호흡이 불편할 수 있다.
- 법정 드라마에서 기억이라는 소재가 주는 한계.
기억은 이기적이고, 영화는 감동적이다.
<유레루 (ゆれる)>는 흔들린다는 의미를 가졌다. 중의적의미를 지닌 이 단어는 치에코가 추락한 다리의 흔들림도 되지만, 억눌려있던 가족의 관계가 흔들리게 되는 계기를 의미하기도 한다. 이 영화는 드라마가 주는 감정 전달이 뛰어나다. 이러한 전개는 일본 영화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감수성으로 이어진다.
어머니의 장례식 뒤늦게 예복도 갖춰입지 못한 채로 나타난 동생. 그런 아들의 모습이 못마땅한 아버지, 그때 등장한 장남의 존재. 시작부터 보여준 이들의 상징적 관계가 영화를 관통하는 중요한 소재다. 언제나 제 멋대로 살아왔던 동생. 그리고 엄한 아비가 주는 중압감을 몸으로 견디며, '끼인 신세'가 되어야 했던 장남의 모습. 제목 <유레루>는 어떤 사고를 계기로 흔들리게 되는 이들의 모습을 뛰어난 필체로 묘사한다. 어쩌면 이때 추락한 것은 바로 이들이 가진 무게감 일지도 모른다.
<유레루>는 일본 영화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감수성이 잘 묻어난다. 특히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일본 영화들이 애니를 원작으로 했던 영화들에 비해 이러한 감수성이 더 잘 살아나는 듯하다. 과장되지 않은 감정선의 처리가 좋고, 인물들이 가지는 갈등의 모습도 더 잘 나타난다. 그래서 감자는 전자의 감수성이 더 좋다. 특히 <유레루>는 인물들 간의 관계를 처리하는 방식도 좋다. 각자의 이해관계가 이야기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지도 잘 설명하고 있다.
초반의 이야기는 형이 치에루를 밀친 것은 아닐까로 이야기를 데려간다. 관객들 역시 영화의 주장에 따라 형이 일을 저질렀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것이 영화의 의도였으리라 본다. 그러는 이야기는 동생의 등장으로 또 다른 변환점을 맞게 된다. 미노루가 범인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다케루. 영화에서 유일한 목격자는 다케루이기에 관객들은 궁금증에 빠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영화가 의도하는 것은 이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범인 찾기를 표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이 영화는 스릴러가 아닌 드라마였다. 그래서 이들은 범인 찾기 뒤에 있는 형제간의 관계에 주목을 시킨다. 엄격한 가정에서 억눌려 살았던 장남과 자유 분방했던 동생. 형의 열등감. 그래서 형은 범인이 된 것일까? 라는 질문을 영화는 관객들에게 던지고 있었다.
<유레루>는 이렇게 스릴러인 척을 하며 형제간의 드라마를 이야기한다. 이래서 일본 영화가 좋은 지도 모르겠다.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감정의 깊은 곳을 건드리는 이야기. 이러한 화법은 일본 영화 특유의 감수성이 잘 살아나기에 불편하지 않게 감상할 수 있다. 때로는 이런 이야기조차 담담하게 그려내는 그들의 화법이 대단하기도 하다. 좋은 원작이 주는 긍정적인 효과가 아닌가 싶다.
다만 법정 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증거도 없이 자백에만 의지하여 다툼을 이어가는 장면은 우리의 입장에서 조금은 어색하게 다가온다. 물론 영화의 뛰어난 시나리오는 이 과정을 인물의 관계성이라며 잘 포장을 한다. 그러나 드라마의 감수성으로 모든 것을 포장하기에는 약간의 모자람이 있다.
그렇지만 <유레루>가 주는 드라마는 굉장히 좋다. 그래서 관객들은 영화가 주는 관계의 묘사에 집중하며, 이들이 만들어갈 다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형의 열등감으로 시작하지만, 뒤에서 밝혀지는 진짜 이야기. 이것은 스릴러의 반전처럼 예기치 못한 전율을 만든다. 이것이 우리에게는 진짜 감동이 아닐까 싶다.
# 감자 평점
- 스토리 : ★★★★
- 노출 : 없음
# 예고편
# 비슷한 영화 : 일본 아카데미 6개 부문 수상작: 세 번째 살인 (三度目の殺人, 2017)
# 비슷한 영화 : 믿음과 불신과 불안이 만들어낸 이야기들: 분노 (怒り, RAGE,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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