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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의 씁쓸함, 무거움. 그리고 사회적 안타까움에 관한 진중한 고백
잘한다는 의미의 죽여준다는 명성을 가지고 있는 소영은 일명 '박카스 아줌마'다. 여기서 박카스 아줌마란 노년의 성욕을 해소해주는 여인들을 지칭하는 은어다. 즉 소영은 노년의 성노동자인 것이다. 그러던 소영은 우연한 기회에 자신의 고객이었던 한 노인의 처지에 관해 듣게 된다. 그리고 그를 도와주기로 결심하는 소영.
<죽여주는 여자>의 이야기는 이처럼 굉장히 무거운 것들을 건드린다. OECD(각주) 회원국들중 노인 빈곤율이 가장 높은편에 속한다는 대한민국. 소영은 대한민국의 노인층을 대변한다. 물론 극단적인 비유임에는 틀림없지만, 소영이 살아온 날들, 예를 들어 영화 속 인터뷰 내용인 어릴적 식모살이부터 공장의 근로자 생활, 그리고 동두천 미국부대의 양공주까지 그녀가 전전해온 일은 소시민의 아래쪽을 벗어나질 못한다. 그리고 결국 박카스 아줌마로 노년의 삶을 유지하는 그녀의 모습은 어딘가 씁쓸함을 안겨주며, 우리 사회의 단면을 날카롭게 후벼파는 듯하다. 1
그녀가 살고 있는 쪽방의 구성원들 역시 소시민들의 삶에서 크게 벗어나질 못한다. 이태원의 마돈자이자 트렌스 젠더인 티나(안아주), 그리고 한 쪽 다리를 잃은 잃고 방 값은 4개월이나 밀린 도훈(윤계상). 마지막으로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코피노(각주) 명호까지. 영화에 <죽여주는 여자>의 구성원들은 하류인생 중의 하류인생원들이 모여있는 모습이다. 2
영화는 그렇게 소시민들의 어벤저스를 보여주면서도 진중함을 끝까지 유지하려 노력한다. 얼핏 자극적일 수 있는 성노동자의 삶과 역시나 트랜스젠더 등 그들의 삶에 관해서 <죽여주는 여자>는 자극성보다는 진지함을 선택한다. 그들의 삶이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에 관해 이야기를 토로하는 영화. 하지만 그것이 왜 어떻게 벌어졌는지, 그리고 문제점을 찾아고친다기보다는 영화가 선택한 수단은 그저 그들은 아프다고 말할 뿐인 것이다.
때문에 영화 속 치매를 앓고 있는 노인의 대사 중 "우리가 어쩌다가 이렇게 늙었나"며 하소연을 하는 말은 지금의 노년층을 대변하는 말일 것이다. 사회의 격동기 속에서 가장 아래쪽을 탄탄하게 지켜줬던 그들. 하지만 그 일의 보상은 지금도 아래를 담당할 뿐인 것이다.
그렇게 흘러가던 영화는 중반 즈임해서 극단적으로 치닫기 시작한다. 노인들의 성욕을 죽여주던 여자에서 이제는 진짜 죽여주는 여자가 된 소영의 모습. 그제야 영화는 속 깊은 이야기를 털어놓듯이, 감춰놨던 이야기를 꺼내어 놓기 시작한다. 바로 사회가 그들을 죽이고 있다고 말을 하는 것이다. 영화 속 죽음을 택하는 사람들의 모습. 하나같이 사회가 그들을 지키지 못했고, 결국 그들이 선택하는 길은 마지막 자존심을 죽음으로 지키고자 하는 것이다. 죽음 뒤에야 좋은 곳이 있으리라 믿는 그들의 모습은 지금의 사회가 좋은 곳이 아니라는 것이기에 더욱 씁쓸함만을 남기게 되는 것이다.
마치며...
무거움이 주는 울림, 그리고 무거움이 주는 먹먹함. 영화 <죽여주는 여자>는 우리들의 가슴을 죽이고야 말았다. 그들이 말하는 사회란 죽음만이 정답이었고, 지금의 사회는 그들을 지켜주지 못했다. 노인 기초연금을 주겠다던 대통령은 도리어 기초생활연금마저 깎아버린 지금.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과연 어떤 것이 있을지 궁금해진다. 때문에 영화의 울림은 더욱 날카롭게 느껴지는 것이다.
영화의 목소리는 진중했다. 그래서 더욱 호소력이 있게 느껴지는 것만같다. 그냥 남들처럼만 살 수 있는 세상. 그런 세상은 과연 존재하는 것인지 의문스러운 지금. 이 영화의 목소리에 더욱 더 씁쓸함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 소영에게 나타난 재우는 자신의 소원을 들어달라고 한다.
▥ 추천 : 그들도 남들과 똑같다.
▥ 비추천 : ...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 (윤여정의 노출은 없다.)
※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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