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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의 과정이 덧없이 막막하게 느껴진다.
<한강블루스>는 각자의 아픔으로 인해서 현실에서 뛰쳐나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노숙자 생활을 하는 세 사람. 그들은 오늘도 하릴없이 한강 주변을 거닐다가 다리 위에서 뛰어내리려는 명준을 발견한다. 그리고는 늘 그래왔다듯 명준을 보고 자신들끼리 떡볶이 내기를 하는 그들. 그러다 명준이 실수로 다리에서 떨어지게 되고, 박사는 그를 구하게 된다. 그렇게 박사의 텐트는 또 한 명의 가족을 멤버로 받게 되고, 그들은 오늘도 자신들의 아픔을 잊으려 하루 하루를 버티게 된다.
영화는 이처럼 각자의 아픔을 가진 자들의 이야기를 그려 세 노숙인들과 신부의 길을 벗어나려 하는 명준의 이야기를 엮기 시작한다. 의사였던 박사, 추자는 남자이지만, 여성으로 살아가려 한다. 때문에 가족을 버리고 노숙자의 길로 들어서게 된 추자. 그러던 어느날 추자는 딸의 결혼의 인해서 자신의 생활을 포기할 지에 대한 고민에 휩싸이게 된다. 그룹의 막내 마리아는 뱃 속에 자신의 생명을 잉태하고 있다. 그러면서 무료 급식을 하는 성당에서 수녀가 되려는 결심을 하는 그녀 역시 자신의 아픔을 치유 받길 원한다. 그리고 그들의 리더 격인 박사. 한 때 의사였떤 그는 자신을 잃은 슬픔과 그것에 대한 책임감으로 인해서 스스로를 거리로 내몰았다. 마지막으로 신부인 명준, 그는 사랑하던 여인을 잊지 못하고 신만을 사랑해야 하는 자신의 길에 회의를 느끼게 된다.
▲ 오늘도 한강 주변을 배회하는 박사, 마리아, 추자
<한강블루스>는 이처럼 각자의 아픔을 가진 자들이 치유를 받게 되는 과정을 로드 무비의 형식을 빌어 그리고 있다. 때문에 영화는 그들의 아픔을 천천히 조망하며 관객들에게 그들의 모습을 공유하려 노력한다. 그렇게 초반은 각자의 아픔을 보여주던 영화는 뒤로 흘러가면서 흩뿌려놓은 각자의 아픔을 수습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먼저 추자의 모습을 통해서 화합을 시도하는 영화, 그렇게 각자의 아픔을 하나 하나 해결하며 영화는 화해와 치유를 시도하려 하는 것이다.
이러한 모습은 아픔을 가진자들이 신부의 죽음을 통해서 각자의 치유를 받는다는 대승적 차원의 승화를 보여준다. 즉 예수님이 모두의 죄를 대속하여 죽게 되었고, 그 뒤로 사람들이 죄사함을 받았다는 성경의 글귀처럼, 영화는 신부의 죽음으로 세 노숙인들의 치유를 시도한다. 그리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게 되는 영화는 그들이 그들의 위치에서 잘 살아나갈 것임을 의미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가 보여주는 의미가 가지는 고귀함은 과정이 따라주지 못하는 느낌이다. 추자가 딸에게 돌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과정도 그가 한 고민의 흔적들에 비해서 너무도 쉽게 느껴지며, 마리아가 가진 고민은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왠지 구색맞추기의 일종으로 비춰진다. 여기에 박사가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고, 일이 후다닥 진행되는 과정은 신부의 죽음을 치유로 승화시켜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처럼 비춰지기에 더욱 덧없게 느껴진다. 즉 처음과 끝을 정해놓고, 중간과정은 대충 때려부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고, 전체적으로는 치유의 과정이 그리 와닿게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 그리고 그들과 함께하는 신부 명준
마치며...
<한강블루스>가 보여주는 모습은 <고래 사냥 (1984)>, <미미와 철수의 청춘 스케치 (1987)>, <진짜 사나이 (1996)> 등이 가지는 엔틱한 로드 무비의 감수성이 있다. 각자의 바람을 길거리로 가지고 나온 그들의 이야기이기에 이무영 감독이 만드는 이야기는 80년대의 감수성이 진하게 묻어난다. 하지만 이야기의 틀은 조잡했고, 결말만 부각되는 이야기에는 진행의 매끄러움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때문에 이야기는 뭔가를 후다닥 끝내고, '자 해냈다'만 외치는 꼴이라, 뭔가 덧없게 느껴지는 것이다. 즉 이야기가 주는 매력은 심히 부족했다.
그럼에도 이야기가 주는 치유라는 개념은 지금의 우리에게 꼭 필요한 감수성이기에 어딘가 애절하게 느껴지지도 한다. 즉 이야기의 과정만 매끄럽게 설명되었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는 것이다. 특히 오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이무영 감독이기에 그의 이러한 허섭한 마무리는 더욱 아쉽게 느껴지고, 이야기의 전반적인 틀도 매우 부족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 그들의 아픔은 치유 받을 수 있을 것인가?
▥ 추천 : 치유의 과정이 가지는 힘.
▥ 비추천 : 화장실에 간 적도 없는데, 벌써 뒤처리를 하고 있다.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없음
※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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