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은 진부함, 한쪽은 뻔함이라는 스플릿의 양 쪽 핀
<스플릿>은 볼링 핀이 양쪽에 세워져 있는 것을 뜻하는 볼링용어로서, 매우 어렵게 놓인 판을 의미하기도 하는 단어다. 'SBS 볼링대회'라는 TV 선수권 대회에서 혜성처럼 등장해 '퍼펙트 게임'을 만들어내며 벼락 스타가 된 철종. 그 후 프로팀에 스카웃까지 된 철종은 불의의 사고를 입고, 선수 생활을 은퇴하게 된다. 결국 유사 휘발유와 도박 볼링 등 불법으로 체워진 밑바닥 인생을 살고 있는 철종.
이야기는 그런 철종이 역시 장애를 앓고 있지만, 볼링에는 천부적인 소질을 갖고 있는 영훈을 만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런식의 이야기가 늘 그렇듯, 한 때 잘나가던 사람은 밑바닥으로 떨어지고 그때 뛰어난 조력자를 만나게 된다는 스토리를 꾸며서 영화는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 한때 '퍼팩트 맨' 이었지만, 지금은 도박 볼러가 된 철종
그러나 위에서 말했듯, <스플릿>의 이야기는 타락한 천재물의 공식을 보여주고 있다. 즉 전형성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영화가 보여주는 이야기는 전형성을 뛰어넘는 무엇은 없었다. 때문에 전체적인 틀에서 본다면 너무 진부한 듯한 모습을 보이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갈등을 엮는 스토리 역시 전형성을 뛰어넘는 것은 없었다. 타락한 천재가 왜 밑바닥을 살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득력은 부족했고, 철종의 대치점으로 등장하게 되는 두꺼비의 모습도 뻔한 갈등의 공식을 답습하고 있다. 거기에 희진과의 문제를 만들어가는 과정, 그리고 때마침 등장한 영훈이 'SBS 수요 볼링'의 팬이자 철종과 연관성을 지니고 있었다는 이야기들도 지나치게 딱딱 맞어떨어지지만 그것에 대한 설득력은 '우연'이 전부이기에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것이다.
이렇게 진부한 갈등양상을 보여주던 영화는 마지막에 반전 아닌 반전을 건다. 이는 영화가 끌고온 이야기의 정점을 만드는 것이자 극적 상황을 통한 마무리 한 방을 이끌기 위함이 분명해 보인다. 그렇지만 이 역시 너무 뻔한 갈등이기에, 관객들은 이미 다 눈치를 채 버렸을 것이고 반전은 허무하게 끝이 난다. 더구나 철종과 두꺼비의 일전 역시 너무 극적인 상황에만 매달리는 듯한 연출을 보여준다. 하지만 극적인 상황을 요구하는 연출과는 달리 관객들이 느끼는 극적 상황이 없기 때문에, 이 역시 그저그런 장면으로 기억된다. 즉 전체적인 내용이 너무 작위적으로 흘러갔기에 보잘 것 없는 이야기로 느껴지는 것이다.
▲ 그리고 철종의 눈에 띈 영훈
마치며...
유지태, 이정현, 정성화, 그리고 이다윗과 권해효까지 좋은 재료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가 이것 밖에 안되었다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야기의 틀은 <신의 한 수 (2014)>, <타짜 (2006)> 등 도박을 소재로 한 이야기들과 형태적으로 비슷함을 보였기에 특별한 것은 없었지만, 앞선 도박 영화들에서 보여준 한 방 같은 긴장감은 없었다. 때문에 비슷함으로 관객들은 진부함을 느꼈지만, 이렇다 할 것이 없었기에 재미를 느끼기도 어려웠다. 때문에 좋은 재료들을 제대로 살려내지 못한 연출에 큰 아쉬움이 남게 되는 것이다.
▲ 그들을 지켜보는 스폰서 희진
▥ 추천 : ...
▥ 비추천 : 타락한 천재와 함께하는 도박 영화의 공식들을 답습하지만, 이렇다 할 것은 없었다.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없음
※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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