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와 동심의 경계선은 관객들을 설득할 수 있었을까?
친구들과 폭파 현장을 구경하러 간 아이들이 도깨비 알을 깨고 나서 시간이라는 공간에 갇혀버리게 된다. 그동안 현실에서는 아이들이 실종된 것이라 여기고 찾아보지만, 며칠 후 수린을 찾아온 상훈은 훌쩍 자란 성인의 몸이 되어 다시 나타나게 된다. 이 영화는 실종된 성훈이 어른이 되어 다시 나타난다는 판타지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성훈과 아이들이 사라지고 30일. 그동안 경찰과 언론들은 홀로 돌아온 수린에게 많은 질문들을 쏟아내지만, 수린이 다시 돌아간 곳은 그때의 흔적이라고는 찾아볼수도 없었고, 실종된 아이들의 부모들은 홀로 돌아온 수린에게 원망의 눈초리를 보내며, 수린을 더욱 힘들게 한다.
<가려진 시간>은 시간이 가려진 어느 때로 사라졌던 성훈과 홀로 남게 된 수린의 판타지와 우정을 함께 녹여내고 있다. 영화의 설명은 가려진 시간이 가리키고 있는 의미가 분명하게 드러나고, 가려진 시간과 남겨진 아이의 시간이 분명한 대비를 이루며, 시간이 갈라놓은 공간, 그리고 그 공간 속에 살고 있는 아이들의 이야기 대하여 영화는 보여주려 한다.
영화가 달리고 있는 궤는 판타지의 흐름을 쫓고는 있지만, 그들이 건드리고 있는 문법은 일반적 판타지의 세상과는 동떨어져 있는 세상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 영화의 화면은 동심을 녹여낸 듯 파스텔의 화사함을 보이고 있지만, 영화가 보여주는 내용은 깊은 암울함을 보여주는 상반된 시각을 나타낸다. 영화 속 홀로 남게 된 성훈의 모습은 15년이라는 시간을 견뎌야만 한 어린아이의 슬픔이 그대로 느껴지는 것만 같다. 동시에 수린 역시 홀로 살아남았지만, 양치기 소녀가 되어가는 과정 역시 암울함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만 같다. 때문에 영화의 파스텔적 분위기는 성훈과 수린의 암울함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는 점에서 색채 대비적인 효과도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 소년과 소녀는 친구가 된다.
동시에 <가려진 시간>의 이야기는 판타지인 듯 하면서도, 소녀의 상상 속 나래를 엿보는 것만 같은 동심의 세계같은 느낌도 준다. 가려진 시간 속 언어는 수린이 창조한 언어로 만들어진 세계라는 점으로 볼 때, 그곳이 가지는 의미가 어떠한 것인지는 불명확하다. 이러한 것은 영화가 보여준 공간의 문법이 명확했던 것에 비하면, 더욱 알 수 없는 느낌을 준다. 다만 영화가 알 수 세계로 향할 수록 성훈과 수린이 (생각하고) 살고 있는 세계가 더욱 부각된다는 점은 영화가 보여주는 아이러니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때문에 영화의 불분명함 역시 영화가 가지는 선명함의 연속성에 해당하며 영화를 더욱 기묘하고, 동화스럽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영화의 문법이 관객들을 설득할 수 있었는지에 관해서는 의문이 든다. 지나치게 덕후스런 감독의 문법이 대중들을 오히려 떨어져나가도록 만든 것은 아닐지 걱정이 드는 것이다. 분명히 동화임에도 덕후의 향이 난다는 점, 그리고 해설이 필요해 보인다는 점은 영화의 생명력을 강하게 만들어 줄 지는 모르겠지만, 보편적 시각에서는 덕후스러움에 반감을 느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려진 시간>이 주는 이야기는 분명히 매력적이다. 보면 볼수록 살아 움직이는 공간을 우리게 제공하고 있기에, 이 녀석이 가지는 매력은 무궁무진한 것도 분명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가려진 시간의 공간은 관객들을 향한 공간이기도 하다. 그 공간 속 숨겨진 이야기를 찾는 것은 우리의 몫이고, 다양한 해설이 쏟아져 나올수록, 마니아(라고 쓰고 덕후라 읽는다.)들의 열광어린 시선은 가려진 시간 속에서 숨을 꿈틀대고 있을 것이다.
▲ 훌쩍자란 친구의 모습에도 어느새 소녀는 다시 친구로 그를 맞아준다.
마치며...
농구에는 "경기를 지배하는 것은 센터고, 센터를 키우는 것은 가드다." 라는 말이 있다. <가려진 시간>을 보면 이런 말이 생겨야 하는 것은 아닌지 궁금해진다. "명 아역 배우을 키우는 것은 미남 배우다." 라고 말이다. 잘 생긴 <아저씨 (2010)>는 김새론이란 배우를 탄생시켰고, <가려진 시간>의 잘 생긴 아저씨는 신은수라는 미래의 희망을 발굴해내었다는 점을 본다면 이러한 억측은 마냥 근거 없는 낭설만은 아닌 듯 하다. 그만큼 이 영화가 보여준 아역들의 힘은 대단함을 보여주며 강동원을 기다린 시간에 자신들의 존재감을 분명하게 각인시킨 것 같다. 때문에 이 영화는 마니아들의 열광과 신은수의 발굴 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건진 듯 하다.
<가려진 시간>은 분명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지만, 굉장한 영화임에는 분명하다. 시선과 논리, 그리고 사람들의 생각을 가지고 논 이 영화의 농간 아닌 농간은 우리를 갖고 놀았다. 영화의 장난질에 놀아난 우리들은 이 영화에 빠지거나, 혹은 관객들이 빠져 나가거나하는 극단적 호불호를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러나 영화의 농간에 살아남은 (대단한) 생존자들은 이 영화의 숨겨진 많은 것들에 빠져있을 것이기에, 이 영화는 살아있는 영화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 가려진 시간에 갇혀진 우리들. 이곳을 빠져 나갈 수 있을까?
▥ 추천 : 욕나오게 잘 만든 덕후스러움.
▥ 비추천 : 강동원의 팬조차도 호불호가 굉장히 극명할 것으로 보인다.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없음
※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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