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과 궤변이 만들어낸 이상한 설득력에 빠지다.
어느 날 듣게 된 여자친구의 외도 아닌 외도 같은 소식. 결혼까지 생각했던 그녀이지만, 딱 한 가지 걸리는게 있었고, 그 사실이 터져나오자 영수는 민영에게 "왜 약속을 지키지 않느냐" 며 심한 말을 하게 된다. 그러나 그것이 민영과의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던 영수. 화면은 그 다음을 비춰주며 민영을 찾는 영수의 모습과 다른 곳에 있는 민영의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그리고 펼쳐지는 이상한 이야기. 마치 이상한 나라의 홍상수에 빠진 것과 같은 관객들은 그가 하는 이상한 이야기에 알 수 없는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그의 사기행각에 점점 빠져들게 된다. 그리고 영화는 재영과 만나는 민정의 모습 속에 "나 일란성 쌍둥이에요" 라는 모호한 장면을 집어넣음으로 '관객 대사기극'에 들어가기 시작한다. 덕분에 관객들은 "아... 영수가 오해를 했네"라며 이야기의 흐름이 어떻게 흘러가는 지를 지켜보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민영의 행동에는 납득할 수 없는 장면들이 발생하게 되고, 덕분에 "영수가 오해를 했나?"라는 또다른 혼란이 밀려오게 되는 영화. 이번에는 민영의 이상한 만남으로 인해서, 영화가 주는 혼선은 더욱 커지고, 관객들도 '뭥미? 의 늪'에 빠져버리고 만다. 점점 이상하게 흘러가는 이야기. 그리고 덩달아 이상한 나라의 홍상수가 던지는 궤변 속에서 허우적 대는 관객들. 아마도 홍상수 감독은 본인 자신이 설계 해놓은 덫에 빠진 관객들의 모습을 보며 사악한 미소를 짓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면서도 사랑에 관한 작은 단편들을 던지는 이야기. 민영은 자신이 만나는 남자들에게 하나의 이야기를 던지고, 또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민영.
"봐도...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잘 모르겠어요. 내가 좋으면 그냥 그렇게 빠져 드는 것 같아요.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면, 그제야 안 좋은 것이 하나씩 하나씩 보이는 거죠. 그러다가 헤어지는 수순을 밟는 거죠.
그건 좀 낭비죠 낭비.... 제대로 된 사람을 만나고 싶어요."
누군지는 모르겠으나, 자신의 지난 사랑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는 민영의 모습. 그가 말하는 사랑의 정체가 무언지는 몰라도 그가 무엇을 말하는 지는 관객들에게 제대로 전달되는 듯 하다. 민영의 이러한 모습은 뒤로 흘러가며 영수의 모습과 겹쳐지기 시작한다.
"제가 뭘 안다고 하고 뭘 하려던 것은 모두 다 실패를 했고요, 이제 다 방해가 될 뿐이에요.
생각만 많았지, 당신을 안 본 것 같아요. 정작 당신을 놓쳤어요."
(중략)
"당신이 너무 좋아서, 당신 믿을겁니다."
"다신 누구처럼 나 마음 아프게 안 할 거죠?"
"절대 마음 아프게 하지 않을거에요. 남들이 하는 말이나, 제 무슨 생각 다 버릴거에요.
그냥 당신 느끼고, 당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거에요."
"당신이 당신이기에 고맙다"는 영수의 모습. 그리고 이어지는 민영과 영수의 이야기. 여기서 민영이 쌍둥인지, 아니면 거짓말을 했는지는 이미 중요치가 않다. 물론 "다신 누구처럼 나 마음 아프게 안 할거냐?"는 민영의 대사를 통해서, 혹은 반쯤 타버린 촛볼을 통해서 그들의 사랑이 절반쯤 지나왔었고, 어쩌면 민영이 했던 일들은 하나의 일탈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녀가 일탈을 했던 안 했던, 그것이 아니라 지금 그들이 다시 시작하는 연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지켜보는 우리들은 홍상수의 대사기극에 훈훈한 미소를 짓고 있다는 것이다. :")
마치며...
어머니의 편찮으심을 이야기하다가 자연스레 민영으로 흘러가던 대화는 급기야 두 사람의 헤어짐까지 흘러가며 감독의 농간에 헤어나질 못하게 된다. 그렇지만 그것이 만드는 불편함까지도 자연스레 구렁이 담 넘어가듯 만들어버리는 감독의 연출에는 혀를 내두를만치 대단함을 느끼게 된다. 모든 프레임을 롱테이크로 끊는 과감함. 그리고 그 가운데 말하는 사람보다는 듣는 사람들에게 포커스를 맞추는 이상함까지도 이야기가 만드는 힘이 얼마나 대단한 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감탄을 하게 된다.
그리고 뒤로 가며 민영의 행각이 밝혀짐으로 인해 궁금해지던 이야기가 또다시 구렁이의 탈을 쓰고 자연스레 안착하는 모습에 관객들은 홍상수의 마력에 빠지고 마는 것이다. 때문에 천재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사람들은 역시 대단함 조차도 자연스레 연출로 승화시키는 것 같다. :")
▥ 추천 : 사기를 침에도 전혀 불편하지 않은 그의 농간질.
▥ 비추천 : ....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없음
※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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