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흐름 속에 감춰진 직설적인 화법들
<다른 길이 있다>는 자살을 하기 위해 만난 두 남녀의 이야기와 그들이 선택한 길 속에 담긴 아픔을 묘사하며, 그들에게 또다른 길이 있을까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정원. 그녀는 매일 밤 아버지의 부름을 거친 음성을 듣게 되고, 그러면 그녀의 이불 속에는 자신을 낳아준 아비의 몸이 들어온다. 반복되는 삶. 그리고 보이지 않는 희망. 결국 그녀는 자살 카페에서 검은 새라 이름을 지은 한 남자를 만난다. 그리고 언제, 어디서, 어떻게 자신들이 죽을 지를 논하는 화면은 그녀의 배경 속에 묻혀, 정원의 결심에 하고 싶은 정당성을 부여하게 된다.
그렇게 정원의 삶과 아픔을 묘사하던 이야기는 반대편에 있는 또 한 명의 아픔에게로 시선을 이동한다. 경찰이면서 마치 삶을 포기한 듯 살아가는 한 남자. 모든 것을 정리하듯 자신의 방까지 내어놓은 그에게 어린 학생이 찾아오고, 그는 학생에게 한 가지 비밀을 건네듯. 어린시절 모친의 불륜을 목격한 사실과 그것을 아비에게 일러받친 한 아이의 이야기를 전해준다. 그 결과 어미는 자살. 가정은 풍비박살. 잠시 후 그 이야기가 남자의 삶이었다는 것이 밝혀지고, 영화는 그의 아픔에 관심을 갖게 된다.
<다른 길이 있다>의 이야기는 생략과 압축 속에서 정적인 흐름을 이어간다. 하지만 그렇게 흘러가는 이야기 속에 담긴 메시지는 굉장히 뚜렷하게 다가온다. 즉 흐릿한 이야기가 주는 직설적인 이야기는 관객들에게 이상한 논리를 부여하게 되지만, 그것이 어떤 결과를 만들지에 관해 관객들은 집중을 이어가게 된다. 이 영화는 결국 '아픔은 또다른 아픔에게 끌린다'는 논지의 연장선상에 서있다. 때문에 정완이 수완에게 다가오고, 정완이 수완에게 다가가는 과정이 이상하리만큼 납득이 된다. 그리고 그 과정이 주는 이야기 속에서 관객들은 무언가를 발견하게 될 지도 모르는 일이다.
다만 영화의 직설화법 가운데서 메시지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점은 바람직하게 다가오지만, 그 과정을 너무 미화하고 포장하며 있는 척을 하는 일부의 대사들은 불편하게 다가온다. 마치 잔잔하게 흘러가던 흐름들이 잘난 척을 하며 뽑내는 듯한 한 녀석의 재수없음에 방해를 받는 기분이다. 하지만 그런 일부를 제외하고는 아픔이 아픔에게 끌리어 또다른 길을 발견하게 된다는 이야기의 흐름은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는 듯, 관객들에게 잔잔하고도 먹먹한 이야기를 제공하게 된다.
▲ 그리고 그 곳에서 만나는 두 사람
마치며...
낭떠러지의 끝에 몰렸다고 생각한 두 사람. 그리고 두 사람이 선택한 극단적인 선택. 하지만 그 길 속에 또다른 길이 있음을 발견하게 되는 두 사람이 이야기는 묘한 끌림을 만들어내며, 관객들에게 먹먹함을 전해준다. 물론 제작과정에서의 잡음(기사링크 - 영화 '다른 길이 있다'의 배우는 "진짜 연탄가스를 마셨다")은 있었지만, 영화가 전달하고 있는 느낌은 진지하게 다가왔다는 점에서, 영화의 외적 상황은 잠시 접어두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든다.
다만 주제를 이끄는 과정에는 동감을 하게 만들지만, 그 과정의 이면은 호불호가 남을 수 있다는 점은 아쉬움을 자아낼 수도 있다. 더구나 그 호불호의 과정 속에 진부함이 섞여있다는 점도 이야기의 치명적인 단점이 되는 듯 하다.
▲ 이들은 삶의 막다른 길에서, 또다른 길을 발견할 수 있을까?
▥ 추천 : 생략과 압축 속에 담긴 진솔한 이야기들
▥ 비추천 : 하지만 그 과정은 쉽게 다가올 수 없는 호불호도 담겨있다.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없음 (서예지의 배드신은 등장)
※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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