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양원에 온 정우와 만나는 마리아
감자의 줄거리 요약 |
알콜 중독을 앓고 있는 정우(김태훈)는 어머니의 요청에 따라 '테레사의 집'이라는 성당 부속 요양원에 머물게 된다. 도착한 첫날. 라이터가 없었던 정우는 주차되어있는 자동차의 시거잭을 뒤지다가 조용히 성냥갑을 놓고 간 마리아(박소담)와 마주치게 된다.
'왜 나에게 잘해줘요?'
그날부터 왠지 자신을 챙겨준다는 느낌을 받는 마리아로 인해 뭔가의 이상함과 궁금증을 느끼던 정우는 새로 들어온 베드로(최무성)와 마주치게된다. 뭔가의 어색함을 느끼던 두 사람. 정우는 베드로의 짐에서 술이 있을까 그가 잠든틈을 타 몰래 손을 뻗치지만 베드로에게 들키고 만다.
그러던 중 차 안에서 잠을 든 정우를 깨우는 마리아. 이유도 없이 요양원을 떠나달라는 마리아로 인해 정우는 그녀와 어디론가 향하게 되고, 그곳에서 마리아가 자신에게 끌렸던 이유와, 그녀의 근원적 아픔에 대해 알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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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드로를 따라 사냥에 나섰다가 엄청난 이야기를 듣고마는 정우
상처있는 자들은 다른 상처들을 잘 알아본다. |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을 모르는 정우. 그 정우가 앓고 있는 아픔을 알아보는 마리아. 그리고 정우의 메마름을 깨우쳐줘야 할 숙명을 띄고 있는 베드로. 각각의 다름을 안고 있는 사람들의 아픔. 하지만 아픔이라는 동질감으로 인해 그들은 서로가 서로를 애타게 찾게된다.
<설행_눈길을 걷다>의 이야기는 배우들의 감정연기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각자의 아픔을 연기하는 배우들, 그 지독하리 만큼 메마른 감정선들을 그토록 풍부하게 연기해내는 그들의 연기는 부족한 시나리오의 결점을 120% 채워주는 열연을 보여준다.
반면 뭔가의 거창함을 꾸며내고 있는 시나리오는 어디서 많이 본 듯하지만, 알맹이는 허세덩어리인 아쉬움이 남는다. 김동인 선생님의 '발가락이 닮았다'처럼 '너와 난 술주사가 닮았다'는 정우와 베드로. 그것만으로 부족했던지 이번에는 '너와 난 아픔이 닮았다'는 마리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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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우를 위해 기도하는 마리아
아픔이 있는자가 다른 아픔에 끌린다는 설정은 이미 많은 영화에서 시도한 문법이다. 하지만 그토록 많은 시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픔이 끌리는 상황은 표현하기에 따라 참 예쁜 프레임을 만들어낼 수 있다. 얼마전 개봉한 <남과 여 (2015)>의 그것처럼 말이다.
그렇지만 <설행_눈길을 걷다>가 만들어내는 아픔의 프레임은 그것과는 달리 그리 예쁘진 않다. 명배우들의 감정선이 그나마 살려주고는 있지만, 그럼에도 이야기가 엮는 아픔은 그리 매끄럽지 않다. 반드시 이뤄져야만 이야기가 될 것 같은 여러 복선들은 딱딱하기만 할 뿐 부드러운 연결점이 보이지 않는다. 때문에 세밀함이 떨어진 이야기는 아구는 맞지만, 기름칠이 부족한 기계마냥 뻑뻑하기만하다.
<설행_눈길을 걷다>. 제목때문일까? 아픔을 극복해가는 과정이 갖는 분위기는 이청준 선생님의 '눈길'과 닮았다. 소설의 내용처럼 모친의 힐링을 받는 정우의 모습은 '당신이 내게 해준 것이 무어냐'고 외치기만 하면, 딱 '눈길'의 그것이 완성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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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을 따라다니는 마리아를 다구치는 정우
마치며... |
이처럼 많이 본 듯한 이야기. 그리고 그것의 영향을 받았음 직한 문법. 하지만 정작 중요한 알맹이는 산만하다는 점이 <설행_눈길을 걷다>의 단점이자, 아쉬움으로 남는 부분이다. 그때문일까? 왠지 '나 대단하오'라고 허세를 떨지만, 조금만 들춰보면 아무것도 없는 허생원의 초라함만이 영화의 98분을 겨우 채워주고 있는 것 같다.
다만 김태훈, 박소담이 펼치는 메마른 자. 그리고 그 메마름에 이끌리는 자의 모습은 근래에 보기 드문 곽찬 연기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위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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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에게는 어떤 아픔이 있는걸까?
▨ 추천 : 연기는 120점
▥ 비추천 : 시놉시스는 50점
★ 감자평점
- 스토리 : ★☆
- 노출 : 없음
※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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