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된 자들이 모이는 호텔 - 더 랍스터 (The Lobster,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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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자의 줄거리 요약


  미래의 어느 도시, 홀로 된 자들이 모이는 호텔. 호텔의 규칙은 다음과 같다.


1. 최장 투숙기간은 45일 (단 '외톨이'를 사냥할 시 한 명당 1일 씩 연장 할 수 있다.)

2. 테니스, 배구 등 그룹운동은 할 수 없다. (골프 등 개인운동만 가능) 그리고 마스터베이션(자위)도 하면 안 된다.

3. 45일 안에 완벽한 짝을 찾지 못하면 동물로 변해 숲에 버려진다.


  근시로 인해 아내에게 버림 받은 데이비드(콜린 파렐)는 호텔로 오게 된다. 하지만 날짜가 지나도록 자신의 완벽한 짝은 찾지 못한 데이비드는 '피눈물도 없는 척'을 해 '피눈물도 없는 여인'과 사귀게 되지만 곧바로 탄로나고 만다. 호텔 측에 그 사실을 알려 동물로 변하게 하겠다는 여인을 마취총으로 쏜 후 숲으로 달아난 데이비드는 그 곳에서 '외톨이들'의 무리에 합류하게 되지만, 그 곳 역시 규칙이 있다.


1. 절대로 무리 중 누군가와 사귀어도, 섹스를 해서도 안된다. (플러팅도 금지)

2. 춤 출 때도 혼자 춤을 춰야한다.


  하지만, 외톨이들의 무리에서 매력적인 '근시여인(레이첼 와이즈)'를 만나게 된 데이비드는 사랑에 빠지고 마는데...


 ▶ 관련리뷰 : 2015/12/17 - [영화/해외영화] - 2013 칸 영화제 감독상에 빛나는 - 헬리 (Heli, 2013)


더 랍스터 The Lobster, 2015 제작
요약
아일랜드, 영국, 그리스, 프랑스, 네덜란드 로맨스/멜로, 판타지 2015.10.29 개봉 청소년관람불가118분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
출연
콜린 파렐레이철 와이즈레아 세이두벤 위쇼 더보기
누적 관객수
55,520 명 (2016.01.01,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자세히

홈페이지
www.facebook.com/contentsgate



 문학적 기법을 보여주는 작품


  미래의 어느 호텔, 이 곳의 규칙은 '반드시 짝을 지을 것', 혼자서 자신을 달래서도 안된다. 오직 타인들과의 관계만 허용될 뿐. 그곳에서 짝을 차지 못한 데이비드는 아이러니하게도 '짝을 찾으면 안되는 곳'에서 자신의 이상형을 찾고야 만다. 하지만 사랑을 이루기 위해서는 또다시 그곳을 탈출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더 랍스터>


  이 영화를 본 대부분의 독자들은 영화의 생소한 문법에 당황하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기존의 영화들에서 보이는 문법과는 궤(軌)를 달리하는 이 영화는 장르적으로 보자면 판타지 등으로 구분할 수 있겠지만, 이 영화가 보여주는 문법은 오히려 문학의 그것과 비슷함을 보인다.


  이 영화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보이는 문법들은 '반사실주의 기법'과 '표현주의 기법(각주[각주:1])'을 들 수 있다. 이것들을 판타지라는 단순 구분으로 장르를 명명하기에는 그 스펙트럼이 너무도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더 랍스터>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 관련리뷰 : 2015/11/03 - [영화/해외영화] - 칸영화제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영화 - 유스 (La giovinezza, Youth, 2015) 


▲ 동류를 찾는 외톨이들에게 '유사 성'을 제공하는 메이드


  • 동류의 인간들이 구성하는 모순된 세상
  짝을 잃은 데이비드가 첫 번째로 선택해야 하는 일은 짝을 찾는 것이다. 이처럼 모순된 상황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호텔에 들어서면서 더욱 모순되게 펼쳐진다. 

  늑대와 펭귄은 절대 함께 못 살죠. 낙타와 하마도 그렇고요.
  생각해 보세요.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일인지.


 '동류'의 인간들끼리만 만나야 하는 세상. 그리고 그 '동류'가 되기 위해 거짓까지 불사하는 사람들의 모습. 그 '동류'가 되지 못하면 짐승이 되어서라도 '동류'를 만나야하는 더 모순된 세상이 '호텔' 안의 세태인 것이다.


  데이비드 역시 '동류'의 인간이 되기 위해 '피눈물도 없는 척'을 해보지만 그 시도는 실패로 끝나고만다. (각주[각주:2])


▲ '동류'가 되기위해 짝을 찾으려는 외톨이들


  • 감옥이 존재하는 세상(= '외톨이'들의 세상)

  동류의 세상을 탈출한 데이비드가 선택한 곳은 '외톨이'들이 존재하는 세상이다. 이들의 세상은 '도시'로 대변되는 '동류'의 인간들이 가지는 세상과는 정반대의 풍경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제약인 세상, 어쩌면 이들이 보여주는 나무 숲의 모습은 감옥의 창살과도 같다.


  데이비드는 '외톨이'들의 세상을 선택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곳에서 동류인 '근시여인'을 만나게 되는 데이비드. 하지만 이 역시 '외톨이' 리더의 훼방으로 인해 '다름'이 되고 만다.


▲ 외톨이들의 세상에서 동류인 '근시여인'을 만나게 되는 데이비드


 ▶ 관련리뷰 : 2015/12/19 - [영화/해외영화] - 아시아 아르젠토의 자전적 영화 - 아리아 (Incompresa, Misunderstood, 2014) 


  • '동류'가 되고자 하는 시도
  '외톨이'들의 세상에서 '동류(인 줄 알았던)'를 만나게 되는 데이비드는 '근시여인'과 무리를 탈출하여 '도시'로 들어가려고 한다. 하지만 '도시'는 앞서 이야기했 듯 '동류'들의 세상이다. 눈이 먼 '근시여인(각주[각주:3])'과 '도시'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데이비드 역시 '동류'가 되어야 하는 것. '근시여인'의 눈을 뜨게 할 수 없는 이들은 결국 데이비드가 눈이 멀어야 하는 상황이지만, 그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동류인줄 알았던 '근시여인'에게서 '다름'을 발견하게 된 데이비드의 선택은 또다시 실패로 끝난 것이다.

▲ '근시여인'과 동류가 되려는 시도를 해보지만 훼방꾼들의 방해가 시작된다.

  • 기타 : 춤, 호텔직원들의 외톨이/연인 비교 연극
  호텔직원들이 펼치는 어색한 연극은 극의 용어로 '희극의 과장 효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기법의 효과는 극단적 대비를 낳는다는 점인데, <더 랍스터>에서는 이 기법을 통해서 '동류들'과 '외톨이들'의 극명한 대비의 효과를 가져오고 있는 것이다.

  또한 영화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춤'의 용법은 '극의 서사적 환기'로 볼 수 있는데, 극 속에 몰입되어 있는 관객들을 잠시 극 밖으로 끄집어 냄으로써 인해 현재의 추이를 다시 생각해 보도록 하는 효과(환기효과)를 주는 것이다.

▲ 호텔 직원들이 펼치는 우스꽝스런 연극


 마치며...


▲ IMDb 평점

  해외 유명 블로그 인디와이어가 선정한 2015년 베스트 포스터 1위(http://blogs.indiewire.com/theplaylist/the-20-best-movie-posters-of-2015-20151130?page=4)에 뽑힌 <더 랍스터>의 포스터는 '서로'에서 '상대방'을 빼면 '나 자신'이 된다는 듯한 포스터의 모습은 영화의 내용을 잘 전달하고 있다. (2015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당신은 현재의 상태를 받아들어거나, 혹은 좋아하지 않거나 할 수 있다. 혹은 행복하거나 그렇지 않거나. <더 랍스터>가 보여주는 반사실주의 기법의 이면에는 이토록 수많은 질문들이 내포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답변은 여러분들의 몫이 되는 것이다.


 ▶ 관련리뷰 : 2015/12/20 - [영화/해외영화] - 사랑이 남긴 지독한 흔적 - 러브 (Love, 2015) 


▲ 데이비드와 '근시여인'을 갈라놓는 훼방꾼이 되는 '외톨이들'의 리더



☞ 추천 : 이토록 놀라운 문법들을 사용하는 영화가 또 있단 말인가!

☞ 비추천 : 알고보면 겁나게 복잡하다. (모르고 봐도 그냥 재밌다.)



★ 감자평점

- 스토리 : ★★★★

- 노출 : 없음



※ 예고편



  1. ① 논리적 인과 관계에 입각한 전통적인 극 구성을 해체하는 기법 ②왜곡되고 과장된 소품과 무대 장치를 활용하는 기법 [본문으로]
  2. 거짓된 관계는 실패로 끝나다는 것으로 보아, 절름발이의 동류화 역시 실패로 끝날 것임을 알 수 있다. [본문으로]
  3. 눈이 먼 근시라는 설정자체도 모순의 연속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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