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인듯 다큐아닌 다큐같은 먹먹함
이 영화는 유대인 말살정책을 폈던 희대의 파시스트이자, 사이코패스인 아돌드 아이히만의 심판과정을 다큐멘터리로 담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당시 아르헨티나에서 은둔 생활을 하던 아이히만은 이스라엘의 정보부 모사드에 의해 예루살렘으로 송환이 되고, 영화는 그때부터의 일들을 천천히 묘사하기 시작한다.
<아이히만 쇼>는 얼마전 리뷰한 <집념의 검사 프리츠 바우어 (2015)>와 대척점을 이루고 있다. 독일 영화인 <집념의 검사 프리츠 바우어>에서는 자신들의 나치 숙청을 위하여 SS 친위대의 거물인 아이히만을 쫓는 과정을 그렸다면, 이 영화 <아이히만 쇼>에서는 그 반대편의 이야기인, 아이히만이 이스라엘에 붙잡힌 이후의 과정을 보여주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두 영화를 순서대로 감상한다면, 아이히만의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 법정에 카메라를 어떻게 설치할지에 관해 상의하는 두 사람
처음부터 과거의 영상을 교차편입하여, 그때의 사실성을 더하는 영화는 그날의 진실을 알리기 위한 사람들의 노력을 비춰주기 시작한다. 거기에는 진실을 알리려는 사람들이 겪었던 위협과 그것을 관철시키기 위한 여러노력들도 담겨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날의 진실이 그대로 전해진다는 것이다. 영화는 그러기 위해서 당시의 화면들을 최대한 활용하여 극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러한 모습은 다큐와 영화의 경계선을 넘나들며 관객들에게 다큐와 사실감과 영화가 주는 스릴러적인 모습까지 모두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 그 자체가 참혹한 역사의 현장을 증언하는 것이기에, 영화는 별도의 장치가 없음에도 뛰어난 스릴러처럼 비춰진다. 그만큼 당시의 사실이 주는 충격이 얼마나 컸는지가 잘 드러나는 대목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영화가 상영되는 내내 흘러나오는 법정의 증언들은 당시의 모습이 얼마나 참혹했는지 그대로 전해준다는 점에서 영화가 가지는 효과는 더욱 커지게 된다. 그렇게 흘러가던 순간, <아이히만 쇼>는 당시의 충격적인 화면들을 직접보여주는 강수를 던지게 된다. 순간 튀어나오는 욕지거리들. 우리들은 그렇게밖에 그들의 만행을 지탄할 수 없지만, 영화는 그렇게라도 당시의 순간을 기억하려 하는 것이다.
▲ 그리고 시작된 고발의 현장
마치며...
유대인들과 서구사회는 나치의 만행을 지금까지도 고발하며, 당시의 일들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한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소녀상 하나도 마음대로 설치하지 못하는 우리네 실정은 너무도 참혹해 보인다. 일제의 만행에도 만행이라 부르지 못하는 우리들. 그들의 강제 징용도, 정신대 강제 겁탈도, 우리들은 그 어떤 것 하나 제대로 고발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그나마 작년에 개봉한 <귀향 (2015)> 등이 그날의 진실을 알리고는 있지만, 세계로 뻗어나가는 진실의 외침이 부족하다는 점은 계속해서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
IMDb 평점은 6.5점을 보여주고 있는데, BBC에서 만들어진 드라마가 전세계에서 개봉되고 있다는 점은 다시금 <귀향>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때문에 우리도 우리의 아픔을 고발할 수 있는 명작들이 많이 나오길 바라게 된다.
▲ 그들은 당시의 상황을 낱낱이 고발할 수 있을 것인가?
▥ 추천 : 마지막 장면이 주는 참혹하고도 먹먹한 이야기.
▥ 비추천 : 다큐인듯 다큐아닌 다큐같은 영화.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 (마지막 당시 화면에서는 시체들의 전라가 등장)
※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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