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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날부터 강수의 눈에 보이기 시작한 미소
전작 <남과 여>보다는 울림이 적게 느껴졌다.
<어느날>은 어느 날 우연처럼 나타난 미소와 자신에게 보이는 그녀의 존재를 알아챈 강수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영화는 먼저 강수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장례식장, 그리고 애통에 잠긴 사람들과 갈곳을 잃은 울분과 좌절까지... 그렇게 강수의 아픔을 이야기하던 영화는 곧이어 교통사고를 당한 미소에게로 강수의 아픔을 전이 시키게 된다. 그때 등장한 미소의 모습과 그것에 놀라는 강수의 모습은 이야기의 방향성을 제시하며 우리는 이들이 만나게 된 연유를 궁금케 되는 것이다.
그러나 곧이어 미소의 정체와 그녀가 왜 나타났는가에 대한 의문점은 금방 풀리게 된다. 결국 상처 입은 자만이 상처 입은 자에게 끌리게 된다는 이윤기 감독식의 힐링포인트는 이렇게 빛을 발하며, 관객들에게 또다른 감정의 흐름을 보여주려 하는 것이다.
이 영화는 <남과 여 (2015)>, <여자, 정혜 (2005)>, <멋진 하루 (2008)> 등을 연출했던 이윤기 감독의 신작이다. 전작들에서 감정의 흐름을 엮어 큰 감동의 물결을 연출했던 감독은, 이번 작 <어느날>을 통해서도 전작들과 비슷한 감정의 흐름을 연출하려고 한다. 다만 이러한 흐름은 감독의 전작 <남과 여>를 비교했을 때, 조금의 차이점을 보이고 있음이 발견된다. '상처 입은 자는 상처 입은자에게 끌란다.'는 상처의 전이와 그것이 주는 힐링을 강조했던 흐름은 전작들의 틀을 따르면서도, 이번 작품에서는 커다란 먹먹함과 그것이 주는 애절함을 강조한다기 보다는 잔잔함이 관객들을 휘감는 기법을 보여주게 된다.
▲ 미소는 왜 강수 앞에 나타난 것일까?
이는 감독의 초장기 작품들과 유사함을 따르지람, 어딘가 이번 작품에서는 감정의 전달에서 부족함을 느낀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신파와 감동의 어디쯤에 머물러있는 모호한 전개는 스크린에서 터진 감정의 흐름이 객석까지 전달되는데 2%가 부족한 역량을 느끼게 만든다.
'난 너에게만 보여' 그리고 '내가 가진 상처가 너에게는 있는 상처를 치유하게 해줄거야' 라는 극의 전개. 그것은 마치 '너만을 위한 프라이빗 힐링 서비스'와 같은 상조회사 CF를 보는 듯한 상투적인 문법을 전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진부함의 영역을 아슬아슬 넘나들게 된다. 이러한 모습에 시작된 이야기의 영역은 이윤기 자신의 모습을 답습하는 듯한 '자가복제'의 흐름도 나타났다는 점에서 역시 아쉬움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윤기 감독이기에 어쩔 수 없는 '이윤기표 드라마'는 끊을 수 없는 마력이 된다. 뻔함에서 엮어내는 흐름과 그것이 끌어당기는 치유의 과정에서 관객들은 어쩔 수 없이 그들에게 동화되고 만다. 그렇게 끌어다이고 놓아주는 밀당의 흐름 속에서 준비된 마무리 한 방은 감정의 폭발로 이어지고, 우리들은 알면서 속을 수 밖에 없는 그들의 먹먹함을 느끼고 마는 것이다.
▲ 처음 본 세상이 신기하기만 한 여인
마치며...
이윤기 감독의 이야기는 여전한 매력으로 관객들을 울리고야 말았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애절함을 끌고가던 <남과 여>에 비해서는 많이 부족한 역량을 느끼게 된다. 전작과는 달리 잔잔한 흐름을 통해 관객들을 휘감겠다던 영화의 흐름이지만, 어쩐지 그들의 움직임은 휘감다마는 듯한 아쉬움을 남기게 된다.
때문에 진한 여운을 남기며 극이 마친 후에도 계속해서 먹먹함을 전해주던 <남과 여>와는 달리, <어느날>의 감동은 극의 마침표과 함께 이들의 흐름 역시 금새 휘발되고 만 것이다. 때문에 관객을 칭칭 감아주지 못한 이번 작품에서는 아쉬움을 느끼게 되고, 이윤기 감독의 드라마를 좋아했던 팬들에게도 큰 실망감으로 남을 것 같다.
▥ 추천 : 역시 감정의 흐름을 잘 엮고 있다.
▥ 비추천 : 관객들을 좀 더 옭아매지 못한 연출의 동아줄.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없음
※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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