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에서 장어로 몸을 감싸고 있는 한나를 목격하는 록하트
의심에 의심을 쌓는 과정이 놀랍도록 치밀하다.
젊은 야심사 록하트, 그에게는 한 가지 비밀이 있었다. 아버지 역시 그와 마찬가지로 증권맨이었지만, 경기 불황과 그에 대한 책임은 록하트의 아버지를 실패자로 내몰고 말았다. 그 모습을 보고 자란 록하트에게는 성공이라는 족쇄가 매어졌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경주마가 되고마 만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스위스의 한 요양원을 찾아가야만 하는 신세. 그들은 록하트가 합병의 중요 열쇠를 쥔 팸브로크를 찾아올 것을 조건으로 사면을 약속했고, 그는 또다시 진실 저편으로 들어가야 하는 신세에 놓이게 된 것이다.
실제로는 세계 1차 대전에서 아돌프 히틀러가 묶은 적이 있는 독일의 결핵병원을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는 록하트가 비밀을 쥐고 있는 요양원을 찾아가게 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시작부터 뭔가의 기괴함을 쌓고 쌓고 또 쌓는 이야기. 그렇게 그들은 출발부터 관객들에게 의심이라는 굴레를 지우며, 이야기 전체를 커다란 물음표로 바꾸어 놓는데 성공하고 있었다.
이 영화는 요양원의 비밀이라는 굴레 안에 록하트가 지닌 태생적 슬픔을 감추어 놓는다. 어린 시절 아비의 죽음을 목격한 아이. 그리고 인해 한쪽만을 바라보며 성장한 그에게 요양원의 진실이라는 열쇠는 또다른 자신을 발견하는 길로 나아가게 된다. 시작부터 영화는 "진실을 바라 볼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문구를 던지며 관객들에게 이 다음에 숨어있는 무언가에 대한 암시를 예고하게 된다. 그러면서 요양원의 그곳으로 관객들을 끌고 가는 이야기. 그때부터 우리는 거대한 수수께끼에 감춰진 진실을 찾아, 의심에 의심을 쌓는 과정을 반복하게 된다.
<더 큐어>는 건강을 치유하다('A Cure for Wellness')라는 언제가 지니는 의미처럼 록하트의 치유라는 숨겨진 이야기를 두고 거대한 판을 짜기 시작한다. 어린시절 아비의 죽음을 목격한 소년. 그리고 그 아비의 뒤를 이어 같은 회사에 몸을 담게 된 그때의 소년. 그리고 이야기는 순수한 혈통을 고집하는 한 싸이코 패스와 그가 이룩해낸 비밀의 제국으로 이야기를 갖다 붙이게 된다. 하지만 이 속에 숨은 '순수한 혈통'이란 록하트의 아비가 합병과 그를 통한 음모에 희생된 과정을 더하게 되면서, 요양원이 찾는 순수한 혈통의 문제가 결국 록하트가 지니는 문제와 같은 문제라는 것을 보여주게 된다. 영화는 이러한 것을 입증이나 하듯, 록하트에게 "너는 진실을 바라보지 못하는 자(you are blind)"라는 멍에를 씌우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미 영화는 팸브로크의 편지를 통해서 '합병이란 더러운 피 두 개의 부정한 합체'라고 정의를 내린바가 있기에, 록하트 아비의 희생과 합병, 그리고 순수한 혈통의 추구가 가지는 이야기는 모두 같은 선상에 놓은 키워드가 되는 것이다.
이처럼 거대한 수수께끼를 향해 달라가는 척을 하고 있지만, 이 거대한 '척'을 하는 이야기의 실상에는 록하트의 이야기가 숨겨져 있던 것이었고, 때문에 볼머와 한나, 그리고 마을사람들이 가지는 비밀따위는 의외로 쉽게 풀리는 장치를 해놓게 된 것이다. 즉 요양원이라는 곁다리는 큰 그림인척 관객들을 속이며 진짜이야기는 그 안에 숨겨놓게 되었고, 우리는 그들의 농간에 속아 마을 사람이 가지고 있는 파란색 물병에 우리 역시 정신을 빼앗기게 된 것이다. 때문에 젊은 간호사를 바라보며 자위행위를 하는 치료사의 눈 앞에 얼굴과는 어울리지 않는 늙은 몸매를 지닌 여인이 있는 것도 파란 물병의 진실과 모두다 연결이 된 것이고, 영화는 이런식으로 크고 작은 복선들을 통해 볼머와 한나의 비밀을 가리키는 눈속임을 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요양원의 진실을 찾아가는 듯한 행위를 보이는 록하트의 행동들. 그것은 실은 자신의 비밀을 찾아가고 있었던 행위들이었고, 자신을 감싸고 있던 가짜 깁스를 풀어내는 순간, 껍질을 깨고 나오는 록하트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꿈 속을 헤메던 발레리나(한나) 역시 눈을 뜨게 되고 자신의 진실을 바라보게 된다. 물론 이러한 과정의 연속들 속에는 불량 청소년들과 조우하며 조금씩 자신을 감싸는 무엇을 깨버리게 된 한나의 역할(각주)도 있지만, 록하트의 등장이 이 모든 것을 이뤄내고 말았다고 볼 수 있다. 1
그렇게 자신의 껍질을 깨어버리는 순간 진실의 아래로 내려가게 되는 록하트와 한나. 그리고 그곳에서 두 사람은 순수한 혈통이 지니는 것에 대한 허상을 발견하게 된다.(각주) 그러면서 껍질을 벗은 볼머와 대결하게 되는 록하트와 한나. 영화는 그렇게 껍질을 벗는 과정을 통해서 장렬한 피날레를 준비하며 그들이 이룩한 제국이 불타오르는 것으로 영화의 대단원을 내리게 된다. 2
▲ 거대한 비밀이 숨겨져 있는 듯한 요양원. 과연 이 곳에는 어떠한 비밀이 감춰져 있는 것일까?
마치며...
이 영화는 근친의 옷을 입은 허상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여기에 순수한 혈통을 찾고자 했던 그들의 비밀은 결국 록하트가 가진 진실이었고, 그렇게 영화는 록하트가 지닌 물의 비밀과 영화가 지닌 물의 비밀을 연결하며 두 이야기가 실은 같은 이야기였음을 보여주게 되는 것이다.
극의 마지막 한나와 함께 마을로 내려가는 록하트의 모습. 자신의 과거를 뒤로 하고 새로운 출발을 하려는 그의 환한 잇몸에 우리는 그것이 장어와 볼머의 연구가 만들어낸 산물이라는 것을 눈치챌 수가 있었다. 즉 이야기는 볼머의 제국을 무너뜨린 록하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실상은 그가 제국의 결정체였음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 영화가 대단한 것은 의심에 의심을 쌓는 과정이 놀랍도록 치밀하고, 그로인해 진실까지도 의심토록 만들었다는 점이 아닐까 한다. 비단 이러한 점은 볼머와 한나의 비밀이 너무 쉽게 밝혀지는 결과물로 나타났지만, 이는 관객들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부정하게 만들었으며 그러한 의심이 결국을 록하트의 진실로 연결되도록 한 것이다. 때문에 이들의 치밀한 농간은 이야기를 멋지게 속여내고 있었고, 그 안에 숨은 진실을 찾아가는 관객들의 여정은 기쁨으로 가득 찰 수 밖에 없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즉 이야기가 숨은그림을 잘 숨겨놨고, 그렇기에 그 비밀을 찾아낸 우리들은 더 큰 카타르시스를 맛 볼 수가 있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큐어>에 관한 이야기는 그리 좋은 평가를 얻고 있지는 못함을 볼 수 있다. IMDb 평점은 6.5점, 로튼 토마토 지수는 42% (신선 67, 진부 93 / 최고 위원 평점은 29%)로 매우 낮은 점수를 보여주고 있다. 대부분 영화가 가리키는 자극적이고, 몽환적인 모습에 비판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이보다는 이 안에 숨겨진 진짜 이야기에 주목한다면 이 보다는 훨씬 나은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 꿈을 꾸는 발레리나는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진실을 찾아 갈 수 있을 것인가?
▥ 추천 : 의심에 의심을 쌓아가며, 관객들을 완벽하게 낚기 위해 노력한다.
▥ 비추천 : 그 속을 들여다보기 전까지, <더 큐어>는 지루한 수수께끼일 뿐.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 (요양원의 환자들이 전라로 자주 등장하고, 미아고스와 제이슨 아이삭스의 근친상간을 묘사하는 장면도 등장한다.)
※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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