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숲 속에서 발견된 여자아이
상황은 뻔하고, 무서움은 진부했다.
<장산범>의 이야기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보았을 법한 '목소리를 흉내내는 귀신'에 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어린 시절 '귀신이 아른 사람의 목소리를 흉내내어, 그를 잡아간다'는 이야기는 장산의 어느 땅 희연과 민호의 곁에 등장하여 친숙한 무서움을 제공하게 된다. 당시 귀신의 모습과 사람을 잡아가는 수법은 조금씩 달랐지만, '그들이 목소리를 흉내내고 사람의 눈을 멀게 한다'더라는 이야기는 공통적으로 등장을 했었고, 영화 역시 그러한 속성에 기대어 이야기를 꾸미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 영화의 초반 공포는 나쁘지 않은 편이다. 어디선가 무언가가 튀어날 것만 같은 무서움은 뒷골이 오싹한 무서움을 제공해주며, 초반의 분위기를 괜찮은 이야기로 이끌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모습은 얼마 지나지 않아 밑천이 드러나고 만다. 이야기를 꾸미는 힘은 굉장히 약했고, 영화가 이후로도 관객들을 공포로 몰아넣는 힘은 '깜놀'이 전부였다. 때문에 계속 반복되는 '깜놀'에 익숙해져버린 관객들은 어디서 나올지 뻔히 짐작이 되는 귀신의 존재에 더 이상 무서움을 느끼지 않게 된다.
그러나 영화가 가진 가장 큰 문제점은 이야기를 짜는 힘이 너무도 허섭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이런식의 공포영화를 짤때는 공포의 원인을 찾아가는 동안 사건의 비밀들이 드러나고, 그렇게 드러난 복선의 조각들이 한데로 뭉쳐지면서 커다른 시너지를 만들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지만 <장산범>은 연출이 필요한 상황에 소모적인 케릭터를 모두 준비해놓고, 필요하면 가져다쓰는 아주 쉬운 구성을 선택하게 된다. 더구나 이야기의 답을 풀어야 할 희연은 가만히 있고, 지역의 무당(길해연)이 알아서 집으로 찾아와 해답까지 모두 알려주는 진행에는 시나리오를 정말 날로 쓰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결국 시나리오의 구성에 고민의 흔적이 없는 이야기는 관객들을 제대로 속이지 못했고, 뻔한 이야기가 만든 개연성 없는 이야기는 실망스러움으로만 남게 된 것이다.
▲ 그리고 일어나는 이상한 일들
마치며...
허정 감독의 전작 <숨바꼭질>도 억지스러움으로 개연성을 잃어버린 아쉬움을 보여준 적이 있었다. 그리고 4년 만에 찾아온 신작 <장산범> 역시 우리가 뻔히 알고 있는 이야기를 제대로 꾸미지도 못하고 또다시 뻔한 이야기로 실망스러움을 안겨주고 있었다. 더구나 이야기의 부족함을 '깜놀'로만 채워놓으려는 진행은 익숙함의 덫에 스스로 빠지고 말았다는 점에서 결과는 매우 큰 아쉬움으로 남고 말았다.
▥ 추천 : 이준혁의 미친 연기력은 두 번 보아도, 명품연기!
▥ 비추천 : 이준혁, 염정아, 박혁권이 기를 살려도 죽어버리는 몹쓸 시나리오.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없음
※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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