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한 일(?)을 위해 모인 가족들
관객들과의 소통에 실패한 대화는 혼잣말이 되어야 할까?
누가 보아도 열악한 환경으로 제작이 되었다는 것이 분명해 보이는 <해피뻐스데이>. 제목 <해피뻐스데이>는 해피 버스데이와의 동음을 이용한 언어유희로서, 암울한 가족의 불편한 범죄 계획에 관한 이야기를 보여준다. 큰 아들의 생일 날. 온 가족이 모였지만, 이야기는 초반부터 불안하다. 정확히는 불편하다는 것이 맞을 이야기는 자신들의 음모를 굳이 감추려는 시도도 보이지 않는다. 불편함과 불편함을 쌓아가는 이야기. 극단적인 가족의 파괴가 보여주는 이야기는 '과연 이러한 소재가 관객들과 제대로 소통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구심 마저 들게 된다.
<해피뻐스데이>는 블랙 코미디를 표방한다. 이야기는 시종일관 어느 한 가족의 이야기를 심각하게 비틀어 댄다. 이야기의 출구 없는 이야기는 관객들조차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 때문에 보는 우리들은 숨이 막힐 만큼 불편하다. 셋째의 여자였다가 둘째의 아내가 된 선영. 그리고 '내가 죽으면 너희가 가장 많이 가져간다'며 선영만 괴롭히는 어머니. 여기에 무능력한 선영의 남편과 장애를 앓고 있는 셋째 아들. 그리고 동성애자 다섯째 및 무관심한 큰 딸, 여기에 환각제를 복용하며 이상한 행동을 보이는 막내까지. 이들 가족의 구성원은 극단적이라는 표현이 맞을 만큼 심각하게 비틀어져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가족이 가진 가장 큰 문제는 골방 침대를 벗어나지 못 하는 큰 아들의 존재. 이야기는 이처럼 불편함을 계속 쌓는다. 더구나 불편함 속에 사회적 소수자들의 모습을 끼워 넣고 있다는 점은 관객들의 입장에서 또 다른 불편이 된다.
이렇게 흩어졌던 가족의 이야기들은 중반을 즈음하여 그들이 준비한 범행을 실행에 옮기며, 자신들이 준비한 진짜 이야기를 풀어놓게 된다. 마치 골방 안이 고해(告解)의 공간이 되는 듯, 각자의 문제점들을 털어놓는 이야기. 그렇게 가족들은 자신들의 고해를 마치고 준비했던 '해피뻐스데이'에 오른다. 마지막에 흘러나오는 배인숙의 '누구라도 그러하듯이'의 노래 가사,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잘 살아보겠다'는 선영의 마지막 고해. 영화의 이야기는 자신들이 준비해 놓은 모든 것을 그렇게 꺼내며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 큰 아들의 생일상 앞에 모은 가족들은 뭔가를 기다리는 듯 하다.
마치며...
▲ 과연 이들은 자신들의 지난 날을 묻고, 새로운 출발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인가?
▥ 추천 : "뭐 이딴 영화가 다 있냐?"라는 투정이 들 만큼 잘 만들었다.
※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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