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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등급과 아이들이 주인공인 한계점, 하지만 이야기는 재밌는 공포를 보여준다.
어느 날 동생을 잃어버린 빌과 루저 클럽 아이들의 공포 스릴러 영화 <그것>은 다들 아시다시피 스티븐 킹의 장편 공포 스릴러를 원작으로 한다. 아들의 귀여운 모험을 다룬 이야기는 공포영화라고 하기에는 조금은 안 어울릴 수 있다. 이들의 귀여운 이야기는 자신들이 가지는 한계적 환경을 극복해 가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성장 드라마의 궤를 가지고 있다. 다만 그 위에 얹고 있는 피 묻은 광대의 이야기는 공포물의 습성을 더하며, 이야기는 재밌는 공포 영화로서 관객들을 찾아오게 된다.
<그것>의 이야기는 초등학교 5학년인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무대로 하고 있지만, 구성원들의 면모를 살펴보면 전형적인 공포 스릴러의 공식들을 찾아볼 수 있다. 주류에서 살짝 비켜간 구성원들. 리더를 맡고 있는 아이는 비주류 중에서도 가장 비주류 일 수 있는 아이. 여기에 떠벌이와 뚱보, 마마보이, 유대인에 흑인까지 구성원들의 면모는 하이틴 공포 영화가 가지는 전형적인 다양성을 그대로 빌려오고 있다. 여기에 유일한 홍일점 여자 아이까지 더해 이들의 이야기는 완벽한 아웃 사이더 특공대를 완성하게 된다. 그렇지만 비주류로 포장하고 있는 구성원들의 특색을 살펴보면, 그 속에는 비주류 인 척을 하는 주류들의 이야기라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리더는 확실한 구심점이 되어주며, 천박하다는 오해를 받는 여자 아이 역시 굉장히 아리따운 외모를 지니며 구성원들의 마돈가 되어 준다. 여기에 박학다식한 아이까지 더해 주면 이들은 완벽한 어벤져스 소년 특공대가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비주류 어벤져스. 이들의 배경 속에 있는 각자의 문제점들은 이들이 광대를 불러오게 됨을 발견 할 수 있다. 동생을 잃은 아픔, 아버지로부터의 성적 학대, 과잉 보호, 흑인이라는 태성적 한계와 어린 시절 눈 앞에서 부모의 죽음을 목격한 상처, 뚱뚱한 외모 때문에 괴롭힘을 당하는 아픔, 과도한 학업 스트레스 등 아이들이 가진 각자의 어둠은 두려움이 되어 광대의 먹잇감이 된다. 때문에 영화의 이야기는 소년들의 성장 드라마가 되기도 한다. 광대란 아이들이 넘어야 할 하나의 산이 되며, 그것을 이겨 낼 때 소년들의 좌절과 방황도 함께 종지부를 찍게 되는 것. <그것>은 이렇게 소년들이 가진 문제점들을 하나의 성장 드라마로 묶는 동시에, 이것들을 가지고 공포라는 문법을 멋지게 만들어내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무엇보다 <그것>은 재미있는 공포를 보여준다. 여기서 말하는 재미는 공포의 문법과는 사뭇 다름을 느낄지도 모른다. 아이들이 주인공인 R등급 영화가 지니는 태성적 한계점. 영화는 이러한 자신들의 한계를 극복하기보다는, 그것들을 이용하여 귀여운 공포영화를 만들고 있다. 때문에 영화의 공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름을 느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공포 영화가 가져야 깜짝 놀람의 순간들은 잘 표현되어 있고, 광대가 아이들을 잡아간다는 이야기는 벽장 속 괴물들의 이야기가 되어 관객들을 덜덜 떨기에 충분한 무서움을 제공하고 있었다. 다만 벽장 속에 있어야 할 광대가 조금 더 큰 무대로 옮겨와, 27년의 저주를 형성하게 되었다는 점만이 서양식 아동 공포의 확장판으로 다가오고 있을 뿐이다.
다만 위에서 언급한 태성적 한계는 어쩔 수 없는 한계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고어를 제대로 표현할 수 없다는 점은 공포 영화로서 표현의 한계를 보이게 된다. 이것은 아이들이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어쩔 수 없다. 여기에 삼각 관계를 이루면서도 섹스 코드를 사용할 수 없다는 점 역시 이들이 가진 한계점이지만, 동시에 섹스를 한 인물은 죽는다는 공식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점 역시 아이들만의 이야기가 가지는 재미를 완성 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괜찮게 다가온다. 그렇지만 영화는 자신들이 가진 한계점을 광대가 가지는 기괴함으로 잘 극복하고 있었다. 무서움을 먹는다는 광대를 더욱 기괴하게 만들수록 관객들의 공포심은 더욱 커지게 되고, 이것이 가지는 공포만으로 객석에는 충분한 공포심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어울리지도 않는 깜놀들을 사용하며, 공포도 아닌 불편함만을 안겨줬던 여타 영화들에 비해서 훨씬 자연스러운 공포심을 심어줬다는 점도 <그것>이 가지는 훌륭한 장점이 아닐까 싶다.
마치며...
감자는 개인적으로 2000년대 이전의 스티븐 킹 소설들을 가장 좋아한다. <쇼생크 탈출>, <샤이닝>, <미져리>, <돌로레스 클레이본>, <그린 마일> 등 정말 주옥같은 스티븐 킹의 작품들. 그래서 일까? 1987년 작인 <그것> 속 미운오리새끼들의 이야기 역시 요즘의 스티븐 킹 이야기에 비할 수 없는 재미를 주는 듯 싶다.
혹자는 1990년 <삐의 피에로>라는 이름으로 출시 되었던 미드 만큼은 아니라는 평가를 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지금의 <그것> 역시 광대 공포증을 주기에는 충분한 공포와 재미가 있었고, 넷플릭스의 '헴록 그로브 (Hemlock Grove)' 시리즈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빌 스카스가드는 페니와이즈로서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여기에 미래가 기대되는 소피아 릴리스와 제이든 리버허를 비롯한 아이들의 케미까지 더해 <그것>은 근래 들어 가장 훌륭한 공포 영화의 재미를 보여주고 있었다.
IMDb 평점은 7.6점, 로른 토마토 지수는 85%(신선 253, 진부 46)으로 매우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여기에는 올드하다라는 혹평도 있지만, 오래됨에서 나오는 신선함도 존재한다. 때문에 <그것>의 이야기도 그 만큼 괜찮은 공포 영화가 될 것으로 사료 된다.
▥ 추천 : 역시 80년 대의 스티븐 킹은 최고 중 최고의 작가임에 분명하다.
▥ 비추천 : 아이들이 주인공인 공포영화의 한계는 분명히 존재.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없음
※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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